오늘 우리딸이 다니는 학교에 이렇게 대자보 올린다고 해서 82분들과 같이 보려구요..
올바른 역사책은 없습니다. 올바른 행동이 있을 뿐!
2015년 10월 12일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안을 행정예고 하면서 국정교과서의 명칭을 이른바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했다고 합니다. 역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고 기록될 수밖에 없으며, ‘올바르다’는 것 역시 관점에 따라 다르게 정해집니다. 따라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5.16쿠데타를 구국 혁명이라고 명명하는 등, 자기 아버지의 행적을 미화하고 있으며, 여당 김무성 대표는 민중들의 저항의 역사를 자학의 역사라 평가 절하한 바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무엇을 올바르게 보고 있는지는 너무도 뻔한 일인 것입니다. 독재를 미화하고, 민중들의 정당한 저항을 부정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올바름’입니다.
중고등학생 때 한국의 역사를 배울 때면, ‘아, 왜 항상 이 모양인가.’ 생각했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승리해본 적이 없는 역사 같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를 보고 있으면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일제 치하 35년을 독립운동을 했는데, 독립마저 제 손으로 쟁취하지 못한 역사. 반쪽자리 독립 후에도 친일파를 처벌하지 못했던 나라. 4.19혁명, 부마항쟁, 6월 항쟁 등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끊임없이 싸우던 사람들이 있었으나, 항상 완전한 승리를 민중들의 손에 움켜쥐지 못했던 역사. 속 시원한 승리의 결과가 아니라, 운동의 시원찮은 의의만을 배우던 그 기억. 이런 역사를 통해 제가 배운 것은 어쩌면 절망감이었을지도, 패배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민중들의 힘이 모여도 무언가를 이뤄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생각들 말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한국의 역사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항상 부정에 맞선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고, 사람들의 용기 있는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나마 조금은 나아진 시대에 제가 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자학 사관이라고, 편향된 시각이라고 일컫고 있습니다. 이미 잘못이 있었던 사건을 올바른 것처럼 치장한다고 해서 올바른 역사가 될 수는 없는데 말입니다. 식민지의 기억이 치욕스럽다고 해서 일제를 미화할 수는 없는 일이며, 독재체제로 가득한 역사가 부끄럽다고 해서 독재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가 다시 중고등학교 역사 수업을 듣는 학생이 된다고 해도, 부정에 맞선 역동적인 싸움에서 속 시원히 승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또 다시 안타까워할지언정, 그 부정을 올바르다고 배우고 싶진 않습니다. 당연히 지금 제 동생벌인 아이들에게 그 부정을 올바르다고 배우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진정 올바른 역사관을 원한다면 과거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보십시오. 그리고 반성하십시오.
정부는 ‘올바른’ 역사책을 내세우면서 올바르지 않은 일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까지 그래왔듯 잘못된 일에 저항해야 합니다. 잘못된 일을 긍정하는 것이 올바른 게 아니라,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올바른 것임을 도통 모르는 것 같은 그들에게 역시 이제까지 그래왔듯 우리들은 행동으로서 보여줘야 합니다.
당신들의 입맛에 맞는 국정국사교과서 편찬, 당장 그만두십시오!
경제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