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의 소리없는 배려..

루비사랑 조회수 : 2,885
작성일 : 2015-10-16 08:34:46
이제 갓 두돌된 사내아이 키우는 마흔셋의 워킹맘입니다..
거울에 비춰진 푸석해진 피부, 지친 내 몸과 맘 조차도 남일처럼 느껴질만큼 정신없는 일상의 연속이네요...
결혼 십년만에 얻은 아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모습을 보는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지만 힘들고 고달프기는 남편도 마찬가지일텐데 늘 남편은 조용조용 챙겨주고 오늘도 고생했다, 고맙다, 잘했다는 말들로 위로를 해줍니다.

찬찬하고 세심하고 지극한 남편..
저녁 여덟시쯤 부랴부랴 퇴근해서 엄마자석인 아들녀석 저녁식사 먹이면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 저에게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고는 고구마를 까서 옆에 놓아줍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치우지말고 그냥두고 잠시라도 쇼파에 누워 쉬라고 하네요 남편도 두시간 가까이 긴 퇴근길에 지치고 힘들텐데요.. 엄마랑 함께하는 시간이 저녁뿐임을 아는 아들 눈은 그저 엄마에게 박혀있는 cctv 같은데 어케든 이런 녀석과 놀아볼라고 유치찬란한 몸개그를 해대는 남편이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아들차지를 했더니 그때부터 남편은 바쁘게 움직입니다. 쓰레기버리고 냉장고 지저분한 것들 정리하고 산더미같은 설겆이를 하고 난후 부엌을 싹 치워놓네요...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림카드 놀이를 하고 있는데 영양제와 물을 내밉니다. 그리고는 "해어 트리트먼트 주문했어", "아기 보습크림은 다른걸로 바꿔보면 어떨까? 밤에 주문해놓을게" 그럽니다... 아홉시 삼십부ㄴ 쯤 더 놀고싶어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들을 안고 재우러 들어가서 자장가를 불러주니 남편은 난장판된 거실을 하나하나 치우고 정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아침에 다섯시 반쯤 일어나서는 제가 아이랑 잘때 피트니스 다녀왔다고... 저는 못가는데 본인만 운동하고 와서 미안하다고 해서 피식 웃으며 부럽네~~ 그랬었네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남편 카톡이 오네요 "자기야, 다음주에 서독일방송 교향악단 내한공연있대.. 자기가 음악회 가본지가 일년이 넘었네.. 그동안 많이 지치고 고단했을텐데 좋아하는 공연 보고 맘의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어 00이는 내가 보면 되니까 걱정말고..."

에너지도 체력도 안되어 늘 쩔쩔매며 사는 와이프가 안쓰러운지 늘 소리없이 세심한 배려와 외조하는 남편이 오늘따라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와락 눈물이 납니다..
평범하지만 항상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남편 덕뷴에 깜이 안되는 부족한 제가 삶을 유지하고 사나 봅니다. 남편도 저도 말없고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라 지금까지 제대로 칭찬한번 못해줬는데 오늘은 꼭 안아주고 고맙다 얘기해보렵니다...
IP : 39.7.xxx.25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10.16 8:44 AM (125.181.xxx.195)

    감동의 눈물나는 글..이쁜 사랑하세요~~

  • 2.
    '15.10.16 8:52 AM (1.228.xxx.48)

    정말 센스만점 남편이네요
    말도 이쁘게하시고
    제 남편도 잘하는데 님 남편은 탑입니다

  • 3. 루비사랑
    '15.10.16 9:15 AM (210.90.xxx.75)

    ^^, ㅎ 님 말씀 감사하여요~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야 진심으로 남편의 사랑이 고맙고 감사하네요.
    예전에는 남편의 잔잔함과 세심함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한 철없던 시절도 있었네요~

  • 4. wisdomgirl
    '15.10.16 9:52 AM (219.254.xxx.178)

    세상에 ..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었나봐요 ^^

  • 5. 친정아부지
    '15.10.16 9:55 AM (223.33.xxx.88)

    제 친정아부지 같은 남편이네요
    평온하고 좋은분입니다
    압니다
    박력모자라지요
    근데 그에 반해 박럭넘치는 남자랑 결혼한 저 힘들어요

  • 6. 루비사랑
    '15.10.16 10:09 AM (210.90.xxx.75)

    wisdomgirl님, 친정아부지님 댓글 감사하여요~

    남편이 잘난 것도, 제가 잘하는 것은 더더욱 없지만
    나이가 들면 화려하고 돋보이는 옷보다는 편안하게 내몸에 잘 맞는 옷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내 남편이 멋진 남자는 아니지만 나에게 맞는 남자라는 걸 알게된 후 느끼는 감사함이랄까요...

  • 7. ...
    '15.10.16 10:40 AM (223.62.xxx.50)

    어머, 전 이런게 진짜 멋진거라고 봐요.

  • 8. 진짜 멋진 남자
    '15.10.16 10:44 AM (180.230.xxx.90)

    맞아요. 배려하고 따뜻한 남자가 멋진 남자죠.

  • 9. 루비사랑
    '15.10.16 11:08 AM (210.90.xxx.75)

    점세개님, 진짜 멋진 남자님 말씀 처럼
    남편에게 한번쯤은 "자기 참 멋진 남자야" 이렇게 엄지척 해줘야겠다 싶게
    요즘은 남편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8719 형제중에 저희만 못살아요 ㅠ 16 2015/11/08 7,202
498718 운동 하고 소식했더니‥사이즈가 줄었는데 몸무게는 그대로예요 9 에혀 ㅠ 2015/11/08 5,350
498717 해외 항공권을 구입했는데요 6 Cloud 2015/11/08 1,334
498716 복면가왕..같이봐요 72 댓글달며 2015/11/08 4,159
498715 노래 크게 켜고 공부하는 자녀 있으신분 11 음악 2015/11/08 1,263
498714 날씬하게 산다는것... 73 2015/11/08 23,480
498713 미국 두달 여행은 무비자 신청하면 되나요? 7 엄마 2015/11/08 1,600
498712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3 노예부모 2015/11/08 1,189
498711 응답하라에 나오는 꼬마여자애 너무귀엽네요ㅋㅋ 9 2015/11/08 2,960
498710 제가 웃어넘겼어야 하는 걸까요_속풀이 7 노처녀 2015/11/08 1,793
498709 담낭절제 후유증 치료 1 단풍 2015/11/08 2,483
498708 라텍스매트리스에 전기요 사용 방법 4 푸른꿈 2015/11/08 9,078
498707 감이 너무 떫어요.. 2 .. 2015/11/08 886
498706 kbs 특집 조성진군에 대해 별로 준비 않하고 만들었네요. 4 실망 2015/11/08 2,547
498705 독신 미혼여성인데요. 제 상황에서 지금 집을 사야할까요? 49 싱글 2015/11/08 4,358
498704 남양주 저녁바람이 부드럽게 7 남양주맛집 2015/11/08 1,715
498703 나이들수록 좋은점이 많네요 5 ^^ 2015/11/08 3,245
498702 이 정도면 괜찮은 급여지요? 14 Df 2015/11/08 3,858
498701 어머니 가방 하나 사드리려고 하는데.. 11 캐리어 2015/11/08 2,229
498700 수능 시험 볼때 자 가져가도 되나요? 4 발카니어 2015/11/08 1,292
498699 라면 먹을껀데요..매콤하걸로 추천 좀.. 19 추천 2015/11/08 2,791
498698 이런 담임 선생님.... 미치겠네요.. 16 에휴.. 2015/11/08 7,385
498697 여러분들이 착각하고 있는 맞벌이 육아가사의 어려움. 49 ........ 2015/11/08 3,407
498696 하나고 공익제보 교사 중징계 착수..교육청 중단 요구 5 샬랄라 2015/11/08 1,123
498695 도가니의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 국가배송청구 최종 패소 1 ㅇㅇ 2015/11/08 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