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를 가끔 괴롭게 하는 제 성격 때문에 해결방법이 없을까 해서 글을 씁니다.
개선하고 싶어서, 스스로 반성하기 위해 저렇게 댓글을 달았어요.
저는 소심한 편이고 사소한 일이라도 한번 고민하기 시작하면 계속 고민해서,
집중력이 분산되고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주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일에 있어
제 자신의 마음가짐과 관련된 일인데
예를 들자면 제가 중고거래를 했어요.
4만원짜리 새 상품을 시세대로 2만원에 팔았는데
거래 한달 뒤에 그 상품의 중고나라 시세가 만원으로 바뀐거에요.
우연히 중고나라 갔다가 그 사실을 알게된 저는 (몰랐으면 좋았겠지만요ㅠㅠ)
갑자기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차액 환불해줘야 하나? 그 사람한테 그래도 알리고 의사를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만원이면 그래도 큰 돈인데, 상대방이 가격이 내려간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 나쁘지 않을끼?"
상대방 쪽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는데 저 혼자 전전긍긍하는 거죠.
결국 이런 고민을 일주일째 하면서도 차마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지는 못 합니다.
저의 빠듯한 경제사정과 연락하기 번거롭다는 이유를 핑계로 하면서...
흠..만약 상대방 쪽에서 연락이 오면 그땐 기꺼이 잔액을 송금해 줘야겠다..라고
스스로와 타협을 하는 거죠.
또 한가지 예는
제가 취업준비를 할 때 면접을 봤는데
대학교 다닐때 한학기 휴학을 한 적 있어요.
그냥 별다른 이유 없이, 좀 쉬고 싶어서요.
취업 면접 본 몇군데에서 지나가는 질문으로
"휴학은 왜 했어요?" 물어보면
저는 그때부터 심하게 갈등합니다.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아님 뭔가 다른 이유를 얘기해야 하나...
면접이 중요한 곳도 아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관이 비중을 두고 질문한 것도 아닌데
저 혼자 심각해지는 거죠.
솔직하게 말하면 안 좋게 보일 것 같아 그렇게 얘기하고 싶지 않은 비겁함,
그러나 다른 이유-집안사정, 혹은 건강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내 양심에 반하고..
주변에서는 니가 뭐라고 말을 하든 면접당락은 바뀌지 않는다고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사실 솔직하게 그냥 쉬었다고 말해서 붙은 경우도 있고, 떨어진 적도 있어요.
다른 이유를 말해서 붙은 경우도 있고, 떨어진 적도 있구요.
다른 이유 말했을 때는 면접 보고 와서 한달내내 양심의 가책을 느꼈네요.
그런데도 다음에 또 그렇게 면접 볼 기회가 온다면,
다시 다른 그럴싸한 이유를 댈 것 같기는 해요...
마지막 에피소드는
일요일 저녁에 제가 약속이 있어서 가다가 조그마한 슈퍼에 들렀어요.
집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에요.
잔돈 3900원을 거슬러 받아야 했는데
아주머니가 실수로 5000원 짜리를 천원으로 착각하시고 7900원을 거슬러 주신거에요.
저는 약속에 늦어서 급하게 지갑에 구겨넣느라 확인을 못 했구요.
평소 카드 위주로 쓰느라 현금을 잘 안써서 지갑을 볼 겨를이 없었는데
아까 야식을 먹다가 심심해서 지갑정리를 하던 중에
문득 구겨진 지폐를 보고 당황하게 됩니다.
아차... 거스름돈 더 받았구나;;
순간 그 조그마한 슈퍼를 운영하는 아주머니가 얼마나 속상했을까...부터 해서
그 슈퍼 이름을 떠올려보려고 노력하지만 생각이 안나요...
전화를 드리고 송금이라도 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계속 그 지역과 슈퍼마켓 등을 검색해봐도
너무 작은 곳이라 그런지 검색도 안되네요.
문제는... 꼭 이런 일이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터진다는 거에요.
내일은 중요한 일정이 있어 하루종일 외부에 있어야 해서 내일 그 지역에 가는 건 무리이고,
잠도 푹 자야 하는데 결국 저 일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내일 하루종일 컨디션도 엉망일 것 같아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이렇게 82에 글을 쓰면서 고민상담을 하게 되네요.
어떻게든 비는 시간을 쪼개면 그 지역에 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중간에 딱 3시간이 비는데, 차가 안 막힌다는 가정 하에
점심을 굶고 슈퍼에 다녀오면 빠듯하게 될 것 같기도 한데,
스스로 계속 이런 고민을 하다보니 문득 나는 왜 이런거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친오빠한테 물어봤어요.
"오빠, 내가 내일 어떻게든 시간내면 슈퍼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좀 시간이 빠듯하고, 그냥 있다가 목요일에 다시 그 슈퍼에 가려니
내일 중요한 일 하는데 하루종일 계속 신경이 쓰일 것 같아. 어쩌지?"
오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쓸데없는 걸로 고민한다고. 나 같으면 지금 이 시간에 내일 있을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
푹 자겠다고, 슈퍼는 주말에 시간내서 가면 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조바심내서 어떡하냐?
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솔직히 그 거스름돈 안 가져다 주는 사람도 많다.
너는 중요한 일 앞두고 꼭 이래서 발전이 없는거라고... 그러네요.
제 자신을 합리화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착한 사람도 아니고,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살면서 저도 모르게 남한테 해를 끼친 일이 많을 거에요.
그런데 꼭 이렇게 명확한 기준이 없는 일에 있어서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새벽에 두서없이 긴 글 죄송합니다.
한말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