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때는 제가 그렇게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어요.
뚱뚱하고 키도 작고 친구도 별로 없고 못생겼고 인기는 당연히 없지만
공부 잘하고 제 스스로를 많이 사랑했어요.
그러다가 여러 일을 겪고서 고3을 말아 먹었어요.
이때를 교훈으로 남한테 못된 마음을 먹으면 안된다였어요. 뭐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철벽을 깐 얼굴이라면 모를까 저는 남한테 상처 받아서 못된 마음 먹은건데도 결국 제가 더 미안해해서 스스로를 좀 먹게 되더라고요.
거기다가 오해 받아서 더 진흙탕 속으로 들어갔고요..
아무튼 그렇게 대입에 실패하고 히키코모리로 지내다가 얼마전부터 과외 학원 일을 시작했어요.
사람들을 만나고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그러더라고요.
사실 20대 내내 나는 쓸모 없는 존재이며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나를 경멸할거라 생각했고 나는 어떤 능력도 없는 멍청이라고 생각했어요.
거기다 계속 살도 많이 찌고 못생기고 돈도 없고..
아무것도 못 하고 능력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가르쳐보니까
저 아직 쓸만 하더라고요. 고2까지 공부 잘했었거든요.
아무튼 이제 한달 조금 넘었지만 수업도 잘 한다고 아이들도 좋아하고요. 학부모님들도 저 좋아하시더라고요.
원장님 부원장님도 저 수업 잘한다고 마음에 들어 하시고요. 정말 행복했어요. 누군가가 나 열심히 한다고 좋아해주고, 아이들도 선생님 하면서 좋아해주고.. 잘 하지 못할까 두려웠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 그게 더 두려워서 시작했는데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힐링을 받아요.
그런데 제가 30 넘어서까지 부모님한테 빌붙어 있느라 부모님이 저 먹여 살리느라 빚이 생겼어요. 6천만원 정도인데 내일 연장 결과 나와요. 제발 연장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건 정말 제가 다 쓴거거든요.. 마이너스 통장을 받은거였는데 이거로 뭐라도 하라고 주셨던건데 결국 5년 내내 뭘 한거는 없이 그냥 그 돈으로 먹고 자고 무의미한 것들을 인터넷 쇼핑하고 먹고 토하고 그랬었네요.. 제가 밖에 나가면 부모님 모두 그렇게 좋아하셨어요.. 비록 1시간도 안되서 들어왔지만요..
아무튼... 그래서 제가 다 쓴거니까 2-3년 안에 다 갚고 싶어요.
제 20대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고,
방에서 나오지 않고 살은 100키로 가까이 쪄가고 피부는 씨꺼멓게 떠서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던 딸때문에 썩었던 부모님의 마음에 대해서 한 없이 부족하지만, 저걸 제가 갚아나가면서 보답하고 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제발 내일 연장되서 담보인 집도 지키고 제가 꼭 다 갚아서 부모님의 무게를 덜어드리고 싶어요... 그 기회가 제발 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막상 은행에서는 담보도 문제 없고, 이자도 길게 밀린 적 없고..(가끔 밀렸어요..ㅠㅠ) 신용도 그대로라서 연장이 될거라고 걱정 말라고 하는데 걱정이 계속 되고 너무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고 후회되고 또 제가 원망스러워서 요즘 계속 입맛이 없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결국 엄마따라 몇번 갔던 절에 혼자 갔어요.
혼자 가서 제대로 절을 한건지도 모르지만 정말 밑바닥에 있던 남에 대한 원망 미움까지 다 속으로 이야기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도록 노력하겠다. 어떻게 살아가겠다. 기회를 한번만 더 주시라고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다짐. 과거의 미련 후회 분노에 대한것을 다 털어내고 나왔어요. 과거에 대한 분노 후회 미련과 남에 대한 믿음은 신기하게 절에 가서 절하면서 계속 생각하고 잊자 잊자 하면은 좀 잊어지더라고요. 울컥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생각을 하고 왓는데도 오면서 너무 후회되고 부모님께 죄송해서 아 누가 나 좀 차로 치어서 한방에 가게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불효같은 생각을 계속 했네요... 와서도 자,살 검색같은거나 하고 있고... 수면제 자살. 이거 검색하니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라는게 뜨더라고요... 근데 그거 보고도 별 생각이 없엇어요. 수면제 구입. 이런걸로 검색어만 바꿀 뿐...
아무튼 저 정말 못 났죠.. 미움 분노 미련은 정리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10년 넘게 쌓아놓은 스스로에 대한 혐오는 다 벗어놓고 오지를 못했나봐요.
그래도 내일 아이들과 수업에 쓸 프린트물을 만들고 있으니까 희망이란게 다시 보이네요.
10년 넘게 제가 먹고 싶을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노력하지 않았던것에 대한 댓가니까 담담하게 받아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단지 부모님께는 정말 죄송하네요.... 저 같은 것도 자식이라고 참고 버티고 기다려 주셨으니까요..효도 꼭 해야겠어요. 아..쓰다보니 아직 연애도 한번 못 해봤는데 꼭 살도 빼고 연애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무튼, 저 정말 열심히 살아서 빚도 갚고 부모님께 웃음도 드리고 연애하면서 사랑도 많이 줘보고 싶어요.
저 아직 30대 초반이니까 할 수 있겠죠?
아직은 가끔 정신이 위태위태한데 그래도 잘 이겨낼 수 있길, 이 다짐을 계속 살면서 가져갈 수 있기를
응원 한마디씩만 해주시면 안될까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