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셨던 분은 이게 본인에게 드리는 글인지 딱 아실 거예요.....
저는 아무리 읽어도 원글님이 정신적으로 대단한 문제가 있어보이지 않아요. 적어도 현재는.
공부를 제대로 하셔서인지, 뭐가 문제인지 다 잘 알고 있어요.
다만 안다고 해결이 안될 뿐인거죠. 그렇죠?
제가 보기엔, 원글님은 어릴때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사람에 대한 불신을 가질법한 분이예요.
왜냐면.... 인간에 대한,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기본적으로 아주 높으셔서요.
그건 상처 여부와 상관이 없어요.
기대가 높아서 생기는 자연스런 실망일 뿐이죠.
원글과 댓글에 쓰신 글들을 볼때,
원글님의 글은 무척 점잖고, 격있고, 사려깊어요.
실제 성격도 그런 편이실 거예요.
그러나 그 이면엔 약간의 가식이나 부도덕한 모습이 있는 거고요.
근데요, 원글님처럼 인격적으로 어느정도 수준이 있는 분도
가식과 부도덕을 감출뿐 버리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겉과 속이 똑같이 고결한 사람이 세상에 과연 존재할까요?
그저 정도의 차이일 뿐이예요.
겉도 속도 악하냐, 겉은 선하나 속은 악하냐, 그 차이와 함께요.
악한 것 하나 없이 선하기만 한 사람, 있을 수 없고요,
사람을 찔러 죽이는 살인마의 수준으로 강력한 악함부터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미미한 악함까지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 뿐이죠.
원글님에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면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어두운 면이 있을 따름이에요.
그리고 인간이란, 비록 마음속에 악하고 추한 것들이 깃들여잇을지라도
현재 원글님처럼 겉으로라도 남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훌륭한 존재인 겁니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상처를 이유로 남을 해칩니다.
주차장 납치, 살인한 김일곤도 그렇고요,
수많은 살인마들이 자신의 상처를 명분으로 내세웠어요.
그러나 님은 학대의 상처를,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풀려고 하지 않았어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 공부까지 했죠.
그건 님의 타고난 인격이 그만큼 좋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스스로 칭찬하시되, 동시에, 그것이 님이 잘해서가 아니라
그저 타고난, 주어진 품성이었다는 걸 인식하셨으면 해요.
그렇게 하시면,
그런 좋은 인격을 타고나지 못해서,
작은 상처에도 쉽게 남을 해치고, 상처가 없어도 남을 괴롭히고,
죄없는 타인을 착취해서 자기의 이익을 채우려는
수많은 악한 인격의 소유자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이해는 악인들의 악함에 대한 용납이 아닙니다.
인간이란 그렇게 자기가 원하지 않아도 추하고 악한 인격을 타고나서,
또 환경때문에 더 망가져서, 얼마든지 남을 해칠 수 있는, 한계가 뚜렷한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단 거죠.
아주 오래전에, 엄마의 바다 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요,
여기서 나온 한 장면을 제가 틈만 나면 인용합니다.
사업하던 아버지 박근형이 회사가 위기를 맞으면서 급사하고 회사도 망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어머니 김혜자와, 큰딸 고현정, 작은 딸 고소영(여기서 고소영이 빵 떴죠~)이
고생하며 삶을 헤쳐나가던 중에,
가족같이 잘해준, 그리고 망한 뒤엔 거꾸로 이 모녀들에게 도움을 준, 아버지 생전의 운전기사가
실은 부도와중에 한몫 챙겼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됩니다.
이 때, 한 자매지만 성격이 판이한 두 딸의 코멘트가 상극입니다.
모범생 큰딸 고현정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날라리 작은딸 고소영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
저는 어릴때 저 드라마를 보며 철저히 큰딸 입장이었기 때문에 작은딸 발언에 어이가 없었어요.
자기들을 배신한 사람한테 저런 괴상한 이해는 뭐지?
그래서 저 부분이 내내 마음에 남았는데, 살면서 알게됐어요.
실은 작은 딸 말이 맞다는거. 사람은 그럴 수 있는 존재라는 거.
사람이란 대체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고 양심불량이고 악하다는 거.
그런데, 그걸 제대로 알고나면 오히려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더란 거죠.
이기적이고 못된 모습을 봐도 어지간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갈 수 있어요. 맘편하게...
다만 내가 피해입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죠.
그래서 82쿡 같은 곳에서, 온갖 진상과 악인들에 대한 르포(?)들을 읽으며
아하, 세상엔 이런 유형의 인간도 있구나~ 하고 공부하는게 매우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ㅋㅋㅋ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악인의 유형도 가지가지이니, 알아야 대처를 하죠 ㅋㅋ
원글님은, 사람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었다고 토로하시지만,
그걸 너무나 깨고 싶어 하시죠. 내 상처를 어떻게든 극복하는 방식으로.
그건 님이 사람을 믿고싶고, 의지하고 싶고, 깊이있는 관계를 너무나 맺고 싶다는 뜻이죠...
그런데요.... 그냥,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해요.
나 자신도 편하게 생각하고요
(내가 그렇지 뭐~ㅋㅋ -- 딱 요렇게. 꼭 ㅋㅋ의 정서로요 ㅋㅋㅋㅋ)
남도 편하게, 관대하게 바라보세요.
(니가 그렇지 뭐~ 인간이 다 그렇지 뭐~)
그냥 누구나 다 흠많고 티많고 결함많은 그저그런 존재들에 불과해요.
그속에서 적당히 내가 얻을 것 얻고, 지킬 것 지키고, 그렇게 사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아요.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한테는 이런 소리 안하죠. 그런 사람들은 다른 방향으로 정신차려야 하고요 ㅋㅋ)
저도 남자를 믿지 못해서 독신주의입니다. 그럼 뭐 어때요?
꼭 소울메이트나 뜨겁게 사랑하는 배우자가 있어야 되나요?
인간관계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어요. 누구나 다~~ 그래요.
꼭 일생동안 늘 좋은 친구와 지인만 있을 수 있나요?
이 지구가 그렇게 완벽한 별이던가요? ㅋㅋㅋ
내가 내 잘못없이 사람에게 배신당해서 사람을 불신하는 건데, 그게 뭐 잘못인가요?
불신해도 돼요. 적당한 거리두기 괜찮아요. 그래야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면, 그거 나쁘지 않아요.
그로 인한 결핍감은.... 그것도 어쩔 수 없잖아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갈구하는 분이신만큼 그 결핍감이 상당히 크실 거예요. 그렇지만,
(잠깐, 누구나 친밀한 인간관계를 갈구하지 않아요. 일단 저부터.ㅋㅋㅋ
전 인간관계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사람이 중요시하는 게 다 제각각이잖아요~)
다른 데서 메꿔질 수도 있고요,
또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면 결핍이 의외로 쉽게 어느정도는 채워질 수도 있어요.
평생 결핍이 채워지지 못해도 할 수 없죠 뭐.... 완벽한 인생은 아닌 게죠. 하지만,
님은 분명, 완벽하진 않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인생을 사실 거 같아요.
그러니깐, 너무 생각 많이 하지 마시고~ 그냥 쿨하게~
화이팅~!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