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 나왔는데
작성일 : 2015-10-05 12:12:31
1998734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전 밥하고 돈 벌어오는 여자. 빨래하고 청소하는 사람. 남편은 아이랑 재밌게 놀아주는 백수. 에너지를 다 모아서 한두시간 책 읽어 주는데 쓰는 것 같아요. 저랑은 각 방 쓴 지 오래됐고 남남같이 산 게 아이낳고 부터니까 사년도 넘었네요. 그래도 설마설마 했는데 집 담보로 빚 낸거 제 때 못갚아서 저까지 신용불량 만들었다는 얘기 듣고 한바탕 싸웠거든요. 그런데도 잘못했댄 기색이 없어서 집 나왔어요. 근데 제가 나온 것도 모르는 것 같아요. 낼 아침이나 돼야 알게 될런지, 알면 또 뭐라고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도 왜 사냐고 하시면 아이때문이라고 할텐데, 그건 말도 안 된다고들 하시겠지요. 근데도 예전부터 점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어요. 어떤 남자랑 살아도 다 제 덕에 살게 되어있다고. 이십 일세기인데 팔자라고 보면 안 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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