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피해자 배ㆍ보상 신청 마감일이 이틀 전인 9월 30일이었다.
오래 전부터 언론이 떠들어댄 자극적 문구 그대로, 세월호 유가족이 받을 배ㆍ보상금은 단원고 학생 기준 ‘8억2천만원’이다.
전체 희생자 304명 중 208명의 유가족이 신청해 68%의 신청률을 보였고,
단원고 희생자의 경우 250명의 유가족 중 62%인 155가구가 신청했다.
전체적으로 1/3 가량의 유가족이 배ㆍ보상 신청 접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조항에 따라 이번에 접수하지 않은 가족들은 더 이상 배ㆍ보상금을 신청할 수 없다.
남은 것은 민사소송에 기대는 것뿐인데,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유가족이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재판에서 이긴다 해도 그게 언제일지, 이겨서 받는 돈이 얼마나 될지 또한 미지수이다.
국가를 대상으로 한 민사소송의 위자료가 1억을 넘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고 하니 이번에 배ㆍ보상 신청을 하지 않은 유가족은 돈을 못 받거나 받아도 덜 받을 각오를 한 셈이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16조는 “심의위원회의 배상금·위로지원금 및 보상금 지급결정에 대하여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국가와 신청인 사이에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라 밝히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배ㆍ보상금을 신청한 유가족은 이후 국가의 잘못이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이번에 신청하지 않은 유가족은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배 안에 아홉 명의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합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일 것이다.
가족을 잃고 1년 반째 생계를 놓고 있는 이들이 저 큰돈을 거부했다는 사실.
단원고의 소재지인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의 동네라는 사실.
이것에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사람들이 있다.
자식의 목숨을 돈값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
타인의 울부짖음 앞에서 조롱과 실소를 날렸던 이들.
단식하는 사람을 일부러 찾아와 치킨과 피자를 뜯었던 이들.
인간으로서의 공감능력을 상실한 이들은 유가족들이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고, 집회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자기 생각의 범위 안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인식한다.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고 싶은 대로 본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담긴 의도와 생각을 짐작하는 것도 자신의 사고체계와 가치판단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 불리는 사람들의 상상력은 일반인의 상상력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
그들의 범죄가 잔혹한 것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떠올릴 수 없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기 때문이다.
공감무능력자들이 '유가족들이 자식 목숨 팔아 돈 장사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갑 중의 갑, 강자 중의 강자이다.
미치도록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정부를 상대로 혼자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안전한 방관자를 자처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곳에서 살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산업재해로 죽고, 다른 사람에 의해 죽는다.
이미 메르스에 걸린 사람들이, 돌고래호에 탔던 사람들이, 세월호와 비슷한 방식으로 죽었다.
내가 피해자가 되었을 때, 숨도 못 쉴 만큼 분노하고 슬퍼하게 될 때,
나와 함께 해줄 사람이 남아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연대가 필요하다.
* 세월호 배ㆍ보상금 관련 오해 )
8억2천만원 중 3억원은 국민들이 보낸 성금이고, 단원고에서 동부화재에 든 여행자 보험금이 1억원이다.
나머지 4억2천만원 중 3억원의 일실수익금은 단원고 학생들이 정년까지 건설노동자로 일했을 경우 받을 급여(월 193만원)를 정년까지 계산한 것이다.
남은 2천만원은 지연손해금이다.
위자료는 1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에 발생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는 3억2천만원의 위자료를 책정했다.
경주마우나리조트 사고에는 3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했다.
다른 사고에 비해 세월호 배ㆍ보상금이 많은 게 아니다.
유병언 일가의 재산을 압류하여 배ㆍ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라 정부의 돈(세금)이 들어가는 것 또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