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명절이라서 생각나는 우리 할아버지,우리집 명절풍경

할부지 조회수 : 1,896
작성일 : 2015-09-30 01:23:47

우리 할아버지는 명절이든 뭐든 식구들이 모이면 노는꼴을 못보셨어요.

꼴 이라고 하면 좀 그렇긴 한데;;


큰고모 친정아빠 작은아빠 막내고모 막내아빠 이렇게 다섯이구요.


일단 명절에 시골에 가면 친정엄마랑 작은엄마는 시골집을 싹 치웁니다.

(할므니가 좀 지저분하세요 ㅠ) 숟가락 삶아놓고 냉장고 정리하고 청소하고요.

그러는 동안 작은아빠랑 친정아빠는 경운기 타고 할아버지 밭에가서 일을 거들어요.


저희도 못놀아요. 어렸을때야 개울가서 물장구도 치고 그러고 놀았는데

머리가 크면서 저희는 덩달아 안방정리하고 침구정리하고 쓸고 닦고 하구요.


그러다보면 막내작은아빠네가 오세요.

막내라고 전은 모두 막내작은아빠 막내작은엄마가 다 하시고요.

막내작은아빠는 소소한 일거리를 다 맡아서 하세요.

음식 썰기나 뭐 부족한 재료를 사러 시내로 나갔다 온다던가 하는일이요.


아빠랑 작은아빠가 들일이나 밭일 마치고 돌아와도 드러누울수 없어요.

저녁준비하고 있는 엄마랑 작은엄마 도와서 밤을 깎던지 제사용기를 닦던지 해야해요.

드러누우면 할아버지가 못마땅해하시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느리들만 일하게 안두세요.

하다못해 친정아빠는 마당쓸기라던지 장작가지고 오기라던지 해야합니다.

작은아빠역시도요.


그렇게 전날 제사준비가 끝나면 며느리랑 아들들은 시내로 나가서 맥주한잔 하거나

아니면 저녁먹으면서 가볍게 수다도 떨고 그래요.


우리 사촌동생들끼리는 다른방에서 티비를 보거나 아니면 게임을 하구요.



아침이 되면 제사를 지내는데 화장실 두개로 나뉘어서 얼른얼른 줄서서 씻어요

그동안 며느리들은 모두 제사준비를 하고요.

막내작은아빠는 제사에 쓸 지방을 쓰고요.

사촌동생들은 부지런히 그릇에 담긴 음식을 나르고 제사지낼준비를 하죠.


절은 남자들만 하는거라지만 저는 여자인데도 할부지가 하라고 하셨어요.

맏손녀이자 유일한 손녀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촌들이 엄청 많은데 희안하게-_- 저혼자 여자네요;;;;;



암튼 제사를 지내고 밥을 먹어요. 다같이 먹습니다.

누구 빼놓고 먹지 않구요. 미리 먹지 않아요 다같이 상만 다르게 해서 먹어요.

워낙 대식구니까 상은 어쩔수 없어요. 남녀차별인건 아니구요;

저도 여자지만 남자어른들 옆에 껴서 먹기도 하고 암튼 그런 차별은 없어요.


뒷정리도 사촌동생들이랑 저랑 다같이 하고

가끔은 제가 설거지도 해요 엄마가 뿌듯해하심;;;;;;;;

사촌동생들 남자애들이지만 늘 엄마도와서 해야햐는게 당연하다고 몸에 베어있네요;


어느정도 정리되면 늦어도 8시 30분정도 됩니다.

그럼 남자어른들이랑 남자애들은 꼭 성묘를 가야해요.

(전 산에 올라가는거 싫어해서 안가요. 데리고 가실라고 하시지만 ㅋㅋㅋㅋ)


그동안 며느리들은 대충 뒷정리 다했으니 사과 깎고 커피한잔씩 타마시면서 수다를 떨구요.


친정이 가까운 작은엄마는 이따 오후에 손님이 오실수도 있어서 미리 친정에 갔다 다시 시골로오세요.

5분거리가 친정이시거든요. 그동안 엄마는 손님오실수도 있어서 손님맞이 준비하시구요.

막내작은엄마는 성묘에 돌아오는 막내작은아빠랑 사촌동생들 데리고 친정가요.


성묘에서 돌아오면 친정엄마는 친정으로가고요. 작은엄마는 손님이 많이와야 3분?

식사차리는건 아니고 다과 준비하고 다시 친정가시더라구요.

만약 일찍 손님이 오시면 엄마가 해드리고 작은엄마는 안오시고요.

이건 때에 따라 다르네요.




아 그리고 고모들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가면 거의 도착하는편이라서 마주칠일이 없는데

온다고 해도 알아서 밥 차려먹고 설거지해요. 특히 막내고모는 너무너무 착해서

매일 미안하고 고맙다는 소리를 달고 사시는분이시네요.


울엄마가 너네 고모나 고모부만한사람도 없다고 하는말이 빈말은 아니에요;;



우리는 외할머니댁으로 가면 아빠가 이제 효자노릇합니다.

울 외할머니 비위도 잘 맞춰드리고 할아버지에게 많이 이야기도 건내구요.

농담을 잘하시고 개그감각이 좀 있으셔섴ㅋㅋㅋ

술한잔씩 하면서 재밌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요.

그렇게 명절당일날 먹고 놀다가 오후에 집에와요.

하룻밤 자는날도 있는데 엄마가 힘들다고 딱 그정도 하시기도 하시구요

같은 서울이라서 특별히 자고오는경우는 없었어요.


엄마도 남자형제들 있지만 절대 안마주치네요 생각해보니 ㅎㅎ

할머니가 아침먹고나면 보내버리시더라구요. ㅎㅎ



암튼 서로 배려하는게 습관이 되다보니까 아빠쪽도 엄마쪽도 명절엔 특별히 트러블은 없는것같아요.

그게 다 할아버지 덕분인것 같기도 하구요.

할아버지는 남자도 주방에 들어가서 할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시라

(할머니는 펄펄 뛰고 난리셨데요. 제가 어렸을때는 근데 지금은 아들들 하는거 흐뭇해하시네요;)

친정아빠는 요리도 진짜 잘하시거든요. ㅋㅋㅋㅋ



한가지 더 붙이자면 우리 할아버지가 정말 화가나셨던적을 본적이 있었느데

아빠랑 엄마가 이혼한다고 (이유는 어렸을때라 몰라요) 했다가 시골에 불려가셨어요.


아빠한테 소리지르셨어요 (울 할부지 성격상 소리지르는건 상상도 못해요)

니가 잘해야지 애미 속 썩인다고 남자가 잘해야 여자는 더 잘하는건데 남자가 못해서 못나빠져서 그렇다구요.

이혼하자고 여자가 말했을때는 남자가 잘못했기때문이라고 엄청 펄펄 뛰셨어요

무조건 엄마편 들어주셨어요.아빠 꼴도보기 싫다구 할아버지가 그러셨구요

 결국 엄마가 할부지 땜에 이혼 안하셨구요;;;;

그렇게 지금은 잘 사세요. 아빠가 나이가 드니 엄마한테 더 잘하는것도 있구요.-_-



암튼 우리 할아버지 돌아가신지 3년넘었는데

명절되면 자꾸 보고싶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맨날 저 고명딸이라고 하나뿐인 손녀라고 용돈도 젤 많이 주시고

철없는 행동 할때 ..정말 철없는 행동인데 (정말 여기 쓸수 없을정도로 부끄러운짓 한번 했네요 ㅠ)

그래서 결혼해서 신랑이 그 몫을 해줘서 고마워요.

신랑이출장갈때마다 시골할머니네 지나가면 일부러 과일도 사가고 인사도 드려주거든요 ㅠ


암튼 명절 지나니 우리 할아버지 생각나서 써봤어요.

남자라고해서 더 잘난것도 없고 여자라고해서 더 못난것도 없다라고 하셨었거든요.


일주일씩 사촌동생들이랑 시골가 있으면 경운기 태워서 짜장면 돈까스 시내에서 사주시던 울 할부지

잘 계시죠? 저 둘째 가져서 곧 출산해요. 보고싶어요.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봐주세요 50년있다가 갈께요






IP : 211.202.xxx.2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zzz
    '15.9.30 1:29 AM (119.70.xxx.163)

    멋진 할아버지를 두셨네요.
    하늘나라에서도 아주 재미지고 부지런하게 지내실 것 같아요..^^
    순산하시어요..ㅎ

  • 2. ㅇㅇ
    '15.9.30 3:48 AM (74.76.xxx.95)

    솔직히 이렇게 하면 시댁 가서 몸 조금 힘든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예요.
    식구들 간만에 모여서, 음식 다같이 해서 나눠먹고 하룻밤 지내고 오는 거잖아요.

    할아버지가 정말 멋진 분이셨네요. 그리우시겠어요.

  • 3. 이런 어른이
    '15.9.30 6:58 AM (122.36.xxx.73)

    많아져야하는데..남편분도 그런 좋은 할아버지 되실것 같네요.행복하세요~

  • 4. dd
    '15.9.30 7:25 AM (180.224.xxx.103)

    집안 어른의 깨어있는 행동이 몇가족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거죠
    명절 때 일 안하고 편안히 쉬는 남자 어르신이 남다르셔서 부럽네요
    많이 보고싶으시겠어요

  • 5. 아이공...
    '15.9.30 7:54 AM (110.14.xxx.40)

    글읽고나니 저도 보고싶어지네요.
    부러워요.(일찍 돌아가셔서 얼굴도 못봼.)

    제사---->차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6746 1800-3251 보이스피싱이네요 방금1 2015/10/01 479
486745 LG 드럼세탁기의 건조 기능 사용하시는 분들, 바뀐 건조 방식.. 6 드럼세탁기 2015/10/01 3,125
486744 아줌마의 층간 소음 해결법 49 ㅎㅎㅎ 2015/10/01 1,960
486743 지금 용인 비가 많이 오나요 4 ee 2015/10/01 713
486742 그녀는 예뻤다 박서준.. 원래 이렇게 멋진가요?? 22 띠용 2015/10/01 5,549
486741 LA갈비를 구입했는데요 5 한분이라도 2015/10/01 1,390
486740 영양사 , 위생원 구하기 너무 힘들어요 4 ... 2015/10/01 2,836
486739 LG 다니시는분들께 질문.. 본사 사무실이 청담동에도 있나요? 4 ?? 2015/10/01 1,263
486738 서울,용인 지금 날씨 어때요? 8 22 2015/10/01 1,680
486737 설문지에서 무성의한 설문을 줄이거나 가려내기 위해 어떻게 체크 .. 2015/10/01 363
486736 사계절 ᆢ옷정리 만만하지 않네요 1 짐짐 2015/10/01 1,143
486735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 36.3% 네요.. 2 ... 2015/10/01 1,146
486734 뇌졸중.. 병석에 누운 세월이 얼마 21 가을비 2015/10/01 4,453
486733 터널 증후군이요. 1 === 2015/10/01 768
486732 어머님은 내 며느리에서 1 zz 2015/10/01 1,079
486731 기어이 친일교과서를 만들거같네요 7 ㄷㄴ 2015/10/01 711
486730 얼굴 좀 밝게 하라는 시댁어른의 신경질적인 말투에 대한 대처 12 ... 2015/10/01 4,764
486729 싸이월드 백업 2 접속 2015/10/01 1,198
486728 공부 너무 안하는 중딩...시험기간만이라도 49 시험 2015/10/01 1,785
486727 우편번호로 주소 찾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ㅇㅇ 2015/10/01 374
486726 오늘 쌀쌀한가요 2 .. 2015/10/01 830
486725 기제사 음력으로 지내는 건가요? 6 피아노 2015/10/01 2,111
486724 이 대화 좀 봐주세요. 49 gk 2015/10/01 3,887
486723 아이가 영어선생님한테 맞고온거같아요 7 opus 2015/10/01 1,803
486722 요즘 아침 몇시쯤 훤해지나요? 5 ㅎㅎㅎ 2015/10/01 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