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결국엔 사랑했고..종국엔 행복했다

노희경 조회수 : 2,108
작성일 : 2015-09-27 19:02:13

인생은 사랑하고 행복하면, 더는 다른 목적 없이 끝나도 좋은 것

-노희경 


<괜찮아, 사랑이야>를 쓰며

내 맘을 가장 아프게 한 지적은

‘사람들을 참 많이 불편하게 하는 작가’라는 말이다.


사실 이 지적은 20년 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쓸 때부터

들어왔던 말이다.


주인공 인희(나문희 분)의 말기 암을

수술하기 위한 수술실에서 의사 남편 정철이

고작 한 일이라곤 배를 가르고 난 후,

‘그냥 덮어라’였고,


아내가 피를 토하며 변기를 잡고 울며,

‘여보, 나 왜 이래?’ 할 때도

 기껏 안아주는 일뿐이었다.


사람들은 그 장면을 잔인하다 했고,

나는 대놓고 변명했다. 그게 내가 본 인생이에요.


다행이죠, 무너질 기대는 별로 없으니. 
다시 한 번 그 변명을 하고 만다.

이번에도 본 대로(과장은 드라마라 자위하고)썼다.

절대 낮잠을 안 자는데,

글 쓰다 순간이라도 낮잠을 자면 정확히 10분 후,


가위에 눌려 불규칙한 심장박동과

호흡곤란을 동반하며 깨는 내 별스런 신경증,

몇 달 전 급작스레 생긴 언니의 불안증,

친구들의 우울증과 알코홀릭,

수면장 애와 식사장애, 공황장애,

방어기제로 인한 인간관계 부적응,

마더 콤플렉스,

가정 폭력과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한

갖가지 인격장애,

가족을 잃은 후의 분리불안,

퇴직을 눈앞에 둔 남자들의

공포에 가까운 남성 갱년기 우울증,

여자로서의 인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여성 갱년기 증후군 등등…….

내 주변은 그렇게

환자와 환자가 모여 떠드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건 상대는 미쳤고,

자신만이 언제나 정상이라고 우기며 충돌하는

세상 보다 지극히 덜 위험하고

통쾌하고 감동적이고 재밌다.


환자임을 아니,

치료받길 당연시하고, 지적 받길 당연시한다.

(굳이 병원을 말하는 건 아니다,

위안받을 수 있는 곳이면,

산이든 바다든 절이든 집이든

성당이든 교회든 학교든 상관없다)


물론, 나를 비롯해 주변인들도

순간순간은 미쳐서(?) 자신들의 병증을

인정 못하고 나는 정상이라며

발악을 할 때도 있지만,

우린 그게 치유 과정임을 알기에

큰 흉을 잡진 않는다.

나는 이 드라마 <괜찮, 사랑이야>를 쓰며

많은 사람들이 제 상처와 남의 상처를

관대하고 자유롭게 보길 바랐다.


우리가 진짜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대상은

드라마 속의 환자가 아니라,

자신이 늘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

자신도 남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

상처 받은 인간을 나약한 자라고 말하는 사람,

약자를 짓밟고 번번이

승자만이 되려는 사람이 아닐까.

드라마 쓴 지 20년.

작품 쓸 때마다

늘 새로운 걸 추구하는 창작가이지만,

늘 새로울 거 없는 원점이다.


당연하다 싶다.

삶이란 게,

부모님의 임종 직전 마지막 말처럼

진짜 별스러울 것 없는 것일 테니까.


임종 순간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가족 모두를 ‘사랑한다’였고,

아버지의 마지막 말은 ‘행복했다, 여한 없다’였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결국 사랑하고, 행복하면,

인생은 끝나버려도 좋은 것이다.


원망과 질투,

야망과 자격지심과 자책,

교만과 상처는 괜한 감정임을

두 분은 일깨워주셨다.


나는 그분들보다 좀 더 배웠으니까,

글줄이나마 쓰고,

철학도 종교도 공부하는 작가니까,


그분들보다 더 많은, 깊은,

인생의 다른 목적, 비밀을 알게 되겠지 하며

긴 시간 나름 삶을 치열히 버티고 파고

뒹굴었는데, 오십 나이에 고작 그분들만큼만 안다.

인생은,

사랑하면 되고, 
행복하면,

더는 다른 목적 없이 끝나도 좋은 것.

쓰는 내내,

여타의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처럼

당연히 중간중간 고통도 불행도 찾아왔지만,

결국엔 사랑했고 종국엔 행복했다. 


출처 : http://blog.naver.com/noh_writer/220491338591


[출처] 기부연재 27. 인생은 사랑하고 행복하면, 더는 다른 목적 없이 끝나도 좋은 것 (노희경)|작성자 노작가

IP : 222.233.xxx.2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로그인
    '15.9.27 7:39 PM (110.8.xxx.28)

    괜찮아 사랑이야...
    제 인생 드라마예요.
    노희경작가님의 드라마를 전부 좋아하지만 / 괜찮아 사랑이야/ 를 가장 좋아합니다.
    열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누군가는 보는 이의 삶이 작품의 감동과 맞다아 있다고 한다지만.. 제 삶은 그리 처벌하자는 않았지만 노작가님의 메세지가 굉장히 잘 전달되더라구요.
    한 번 볼때와 다르게 볼때마다 보이는 것들이 참 많았던 드라마였어요.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구요.

    노 작가 정도면 회당 5000~ 1억 정도의 원고료를 받는다던데, 노작가의 그렇게 안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제작비는 정해져있는데 본인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든다고..

  • 2. 로그인
    '15.9.27 7:45 PM (110.8.xxx.28)

    그런데..
    노희경 작가의 / 거짓말/ 이라는 드라마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무리 찾아도 찾을수 없던데..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9864 엘레베이터 예절좀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6 행쇼 2015/11/14 1,828
499863 3세 어린이랑 집회 지금 갈 슈 있을까요? 7 가고싶다 2015/11/14 821
499862 11월달 날씨치고 요즘 따뜻하지 않나요 ? 4 처음 2015/11/14 1,722
499861 대기업 자재대금관련해서 여쭙니다. 1 2015/11/14 661
499860 광화문집회참석중입니다 46 코리 2015/11/14 4,530
499859 영어 한 문장 해석 부탁 드려요 4 ..... 2015/11/14 817
499858 [국민TV] 11.14 민중총궐기 현장 3원 생중계 국민TV가 .. 7 모두 함께 2015/11/14 552
499857 파리테러 스마트폰이 총알 막아줘 살아.. 6 사진 2015/11/14 2,762
499856 12월 파리 서유럽여행 3 쥬쥬 2015/11/14 2,367
499855 흑 저 옷좀 살래요 4 애기엄마 2015/11/14 1,839
499854 분당 서현고등학교 잘 아시는 분 5 *** 2015/11/14 2,776
499853 한강관리 억대 뒷돈 챙긴 공무원 1 쓰레기공뭔 .. 2015/11/14 757
499852 파리 테러 사망자 150면 3 파리 테러 2015/11/14 2,112
499851 남편이 교회에서 알게된 어떤 여자와 카톡을 하는데 35 친목 2015/11/14 16,857
499850 여상 나와서 대기업 다니다가 사내커플 되는 것도 좋은거 같아요 49 ... 2015/11/14 19,061
499849 응팔 덕선 언니 보라 캐릭터 공감 가는 분 안계세요? 22 ..... 2015/11/14 6,376
499848 엄마랑 안맞는분 계세요? 4 nn 2015/11/14 3,166
499847 드뎌 고3딸이 살 뺀답니다 ㅎㅎ 거론 됐던 다이어트동영상 좀 찾.. 17 다이어트 동.. 2015/11/14 3,012
499846 얼굴 광택나게 화장할려면 뭐사야하나요? 4 알려주세요 2015/11/14 3,387
499845 폰케이스 어디에 다양하게 있나요? 오프매장 2015/11/14 327
499844 잠수이별 당했는데 너무 답답해요 조언 좀 주세요ㅜㅜ 29 .. 2015/11/14 7,712
499843 파리 테러현장에서 부상자들 은박지로 두르는 건 왜 인가요? 49 2015/11/14 4,617
499842 이일화씨랑 ..이미연씨랑 동갑이래서 놀랐네요 12 gpdrnj.. 2015/11/14 6,345
499841 자궁 근종, 선근종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 있으신가요..? 4 자궁 2015/11/14 3,089
499840 이거 병명이 뭔가요? 증세 2015/11/14 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