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드라마 박원숙의 '겨울새'

재혼 이야기 조회수 : 3,105
작성일 : 2015-09-24 00:31:02
2007년 방영되었던 드라마인데 원작은 1992년 방영되었던 김수현의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것입니다.
리메이크 작이라 그런지 시대상이 참 많이 달라졌는데 드라마 대사나 상황은 20년 전이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거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계속 보던 시청자들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박원숙과 그 아들로 나오는 윤상현의 연기가 워낙 발군이라서 봤다고 합니다.
여튼 그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놀부가 흥부보다 공감을 얻는 시대가 되어서인지 
저도 드라마를 보고선 악역으로 나오는 박원숙한테 공감이 가는 겁니다.
며칠 전 게시판에 아버지와 사별하고 나서 외간 남자를 집에 들인 어머니에 대한 분노의 
기억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이 있어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통찰력 있는 댓글들이 많았어요.

젊디 젊은 나이에 자식 셋 홀로 키우는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었을 것이며 정서적인 지지가 필요했을 것인가,
누가 그 암담한 심정을 이해하는가 잊고자 하다보니 미친 짓을 했을 것이다...라는 댓글도 있었고
당신은 남편이랑 번듯이 살면서 그 어머니를 비난하지는 말라는 분도 있었지요.
어떤 분은 만약 그 남자친구라도 없었다면 자식들에게 굉장히 집착해서 자식들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어떤 분은 비슷한 처지의 어머니, 혹은 시어머니가 그나마 남편이 남긴 재산마저
남자한테 꼬임 당해 홀라당 날려 먹은 것으로 인한 분노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얼마 전에 유툽으로 봤던 겨울새가 생각이 나는 겁니다. 
겨울새 내용에 100%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먼저는 여주인공 영은(박선영)이 너무 수동적이고 답답한 캐릭터 같았고
남주인공 도현(이태곤)도 걸치적 거리는 스타일 같아서 요즘 시대 가치관과는 달라 보이고요.
물론 사고무친한 영은이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를 위해 자신에게 구애해 오는 도현을 뒤로 하고
집안에서 맺어준 피부과 의사(윤상현)과 결혼한 것은 드라마 상 어쩔 수 없지만 
다 보고 나니 제가 볼 땐 악역은 키워준 양 엄마 (윤미라)더라구요.
12년 키워줬다고 해서 또 재벌이라 해서 영은의 인생에 그토록 갑질 할 수 있는 것인지
차라리 영은이 가난한 시장통에서 김밥집 하는 친구 엄마(박정숙)에게 갔더라면
더 나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돈은 적었을지라도 얹혀 산다는 주눅은 들지 않았을 듯 합니다.

실상 재벌 후계자가 될 자기 자식에게 좋은 조건의 짝을 찾아 주려고 
아들이 좋아하는 영은을 멀찌감치 떼어 내고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사나운 홀어머니에 마마보이인 외아들 의사에게 
몰래 시집 보낸 재벌 사모 윤미라가 더 악한지, 혹은 
사이코틱하게 아들에게 집착하고 돈을 좋아하므로 지참금을 제대로 가져 오지 않은 
영은을 사사건건 구박한 박원숙이 더 악한지는 시청자들에게 맡깁니다.

박원숙의 캐릭터에 공감이 되는 것이 
그녀는 아들이 7세 때 남편 잃고 시장에서 일수놀이를 하며 악착같이 살며
남자들이 추파를 던지고 우습게 보면 온갖 악다구니를 쳐가며 아들만 바라보고 
살아 온 그 결과  엄청난 부를 이룩하고 아들은 피부과 의사로 키워 냅니다. 
그런 그녀가 아들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고 
그 아들이 어머니를 무시할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한 거 같습니다.
만약 그녀가 남자를 쫓았다면 그 많은 부를 지키기가 어려웠을 테니까요. 
또 요즘 세태에 보면 젊어서 혼자 되어 엄청난 부를 이룩하고 아들도 번듯이 키워냈으니
남자 좋아하다 가진 돈 날려 먹고 자식들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나중엔 노후까지
의탁하러 오는 어머니들에 비해선 훨씬 낫다고 봐야 하나 싶습니다. 
이런 글 쓰는 걸 보면 저도 나이 들고 시대도 달라졌나 봅니다. 


IP : 190.18.xxx.5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9.24 12:36 AM (114.204.xxx.75)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다른 사람을 함부로 단죄하지 말아야 한다..
    저도 나이 들면서 그런 생각이 자꾸 드네요.

  • 2. 맞아요..
    '15.9.24 12:39 AM (126.11.xxx.132)

    결혼 전에는 부자집에서 왜 가난한 며느리 들이는거 싫어하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사람만 성실하고 착하면 된다고 생각 했는데..제가 아들만 둘 낳아 보니...아니 딸이라도 할지라도 내가 갑부이면 가난한 집 사위나 며느리 들이기 싫을것 같아요..
    그나마 저야 갑부가 아니다 보니 애들한테는 결혼 할 여자는 얼굴 보지 말고 집안이 화목하고..
    지혜로운 여자 만나야 된다..라고 누누히 이야기 합니다..

  • 3. 똘순
    '15.9.24 2:06 AM (76.90.xxx.21)

    아~ 저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원작이 보고싶어지네요. 도서관에서 김수현씨가 쓴 겨울새 본거 같은데..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면 세상사 빤한것 같으면서도 복잡하죠.

  • 4. 정말
    '15.9.24 4:51 AM (27.35.xxx.23)

    글도 너무 잘 쓰시네요 그러기에 모두가 그 입장 되어 봐야
    안다 잖아요

  • 5. 글은 잘 쓰시는데
    '15.9.24 5:07 AM (222.239.xxx.49) - 삭제된댓글

    너무 나가셨네요.
    결국 다른 남자가 있었던 여자들을 단죄하는 거잖아요.

    돈을 열심히 모았다고 아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는 것이 용서 되다니.
    만일 똑같은 성격인데 운도 없고 악착같지는 못했고 돈을 벌 능력도 없어서 엄청난 부를 이루지 못했다면 이런 엄마는 이해가 가실 건가요?

  • 6. 글은 잘 쓰시는데
    '15.9.24 5:08 AM (222.239.xxx.49)

    너무 나가셨네요.결국 다른 남자가 있었던 여자들을 단죄하는 거잖아요.돈을 열심히 모았다고 아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는 것이 공감 되다니.
    만일 똑같은 성격인데 운도 없고 악착같지는 못했고 돈을 벌 능력도 없어서 엄청난 부를 이루지 못했다면 이런 엄마는 이해가 가실 건가요?

  • 7. 글은 잘 쓰시는데
    '15.9.24 5:10 AM (222.239.xxx.49)

    현실적으로는 이런 홀어머니가 대부분이잖아요.
    이분들은 돈이 없으니 공감 안 가실건가요?

  • 8. ㅇㅇㅇ
    '15.9.24 6:47 AM (49.142.xxx.181)

    김수현 원작 겨울새를 외울정도로 읽었던 제가 보기엔
    원작에서는 도현모도 그럴수 밖에 없었고요. 실제적으로 영은이를 입양한 도현이 아버지(회장)도
    영은이를 양녀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마음속 깊이는 며느릿감으로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도현모가 영은이를 절대 안받아들이려고 했던 이유는
    영은이가 불운을 타고났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영은이 주변은 다 불행했으니깐요.
    결국 영은이와 도현이가 날잡아놓은 상태에서
    도현모는 불공드리러 갔다가 엄청난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하고 나중에 사망하죠
    그 사망한 날이 영은이와 도현이가 결혼날짜로 잡아놓은 날이였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8625 질긴 살치살 구제방법? 2 ? 2015/11/10 1,511
498624 교수님이 보고 계심 2 2015/11/10 904
498623 니트는 보풀땜에 두해 입기가 힘드네요 9 한철용? 2015/11/10 2,895
498622 뭘 입어도 선생님같아요ㅠㅠ 12 패완얼 2015/11/10 2,365
498621 내년에 병설유치원을 보낼지 그냥 다니던데 보낼지 고민입니다. 11 수줍음많은아.. 2015/11/10 1,745
498620 초등 수학 정보 알려주세요 49 kgd 2015/11/10 1,229
498619 수분없는 고구마 4 선샤인 2015/11/10 900
498618 朴대통령 ˝바른역사 못배우면 혼 비정상…참으로 무서운 일˝ 26 세우실 2015/11/10 1,378
498617 냉장고님이 아침부터 돈 달라 하네요.. 1 벌써 8년... 2015/11/10 689
498616 아웅산 수치 승리..미얀마 '민주화의 새벽'을 열다 5 민주화 2015/11/10 515
498615 코가 너무 시려운 분 계세요 3 이건뭐 2015/11/10 9,730
498614 앞단지 아파트 주차장 출차경보음 소음문제 4 스트레스 2015/11/10 5,370
498613 국정화 반대-지퍼없는 모직 치마 나중에 느슨해지지 않을까요? 2 치마 2015/11/10 348
498612 아동학대 생존자의 글(아이유 제제에 관한 단상) 6 의미있는논의.. 2015/11/10 1,886
498611 욕실 실리콘 혼자 다 제거하고 다시 작업할수 있을까요? 2 실리콘 2015/11/10 1,322
498610 어찌생각하세요 13 ㅣㅣ 2015/11/10 2,780
498609 고3 논술학원 7 고3엄마 2015/11/10 2,224
498608 문재인 대표, 주거·중소기업·갑을·노동 '4대개혁' 제안 6 새정연 2015/11/10 443
498607 강황 냄새 대박ㅎㄹㄹ 18 .... 2015/11/10 5,815
498606 호남에서 野 턱밑까지 쫓아온 與, 지지율 5%P 격차.. 문재인.. 3 경천동지 2015/11/10 570
498605 배만 유독 나온 비만은 해결못하나요? 8 비만 2015/11/10 2,311
498604 중학생 코트 구입 여쭤보아요 2 베아뜨리체 2015/11/10 1,410
498603 저녁 단식 하면 얼굴 안 처질까요? 2 ㅇㅇ 2015/11/10 2,489
498602 비정상 회담 니콜라이... 3 mrs.va.. 2015/11/10 1,867
498601 하라케케 수분크림 vs 아이슬란드 크림 써보신분 2 더샘 2015/11/10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