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년지기 절친이 연애를 합니다.
모태솔로이다가 드디어 하네요.
당연히 많이 축하해줄 일이고 떠밀려 결혼하지 않게 찬찬히 그렇지만 재미나게 연애하라 응원도 해줬어요.
살아온 과정이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는 우리들이라
서로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가족 얘기, 일얘기, 돈얘기, 외모얘기 등 서로 공유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는데
딱 한가지 남자 이야기를 공유 못해봤네요.
저는 드문드문이지만 긴 연얘가 몇번이 있었고 친구는 솔로였으니까요.
제 친구를 배려한답시고 남자친구랑 연애얘기, 다툰이야기, 기념일 이야기 등
흔히 여자친구들이 수다떠는 토픽 중 하나인 남자 이야기를 그다지 나눠보질 못했어요.
시간이 흘러 노처녀가 되었고, 저는 지금 싱글 친구는 연애중이죠.
제 성격 정이 많고 눈물 많고 샘이 많고 질투도 많고 ....
친구가 집을 구한다 뭘 산다 뭘 알아본다 뭐가 필요하다하면 정말 제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뛰어다닙니다.
그게 제 마음이 좋고 편했으니까요.
남자친구가 생기자 궁금한게 많겠지요. 썸 타던 시간이 지나고 사귀자고 하면 바로 예스라고 해야하나부터 시작해서
데이트의 주도권, 예쁘게 꾸미는거, 성상담(?) 등등 연애하면서 나눌 수 있는 소소한 궁금한 이야기들
물어오면
또 매우 진심으로 상담에 응해줍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주고 나면 그 뒤가 항상 너무 씁쓸하고 허망한거에요.
제 마음이 너무 괴로워 한참을 돌아보고나니
제가 진심으로 친구를 위하는걸까? 의문이 들더라구요. 겉으로는 다 친구를 위해서 해준일이 맞는데
왜 속이 상하지? 또 돌아보니...
저는 친구와 저의 사이에서 주도권을 쥐고 싶었던거였습니다.
요즘 엄청 괴로웠다가 내린 제 결론이네요.
제가 이 옷이 이쁘다고 하면 친구가 그것을 사요. 가방이 이쁘다고 하면 삽니다.
집도 여기가 좋다고 하면 계약을 해요. 화장품이 뭐가 좋다고 하면 삽니다.
30 년을 그렇게 해온 친구가....연애관계에서는 제뜻대로 제 조언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마음이 지옥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오지랖으로 먼저 조언하거나 캐캐묻거나 그런건 아니구요
나이먹고 말조심 해야겠더라구요. 아집이 생길수록 남이 하는 말이 곱게 안 들리기가 쉬우니까요.
입다물고 있는데 꼭 물어옵니다.....그러면 조언을 하지요...근데 그 방향대로 안 갑니다.
그러면 매우매우 속이 상하고 막 짜증이 나고 그 커플이 보기도 싫어지고 그런 현상이 반복되었요.
저는 질투가 많은 성격이지만 남이 못되기를 바라는 나쁜성향의 사람은 아닌데
제가 마음이 그런것이 너무 괴로워 찬찬히 마음을 읽어보니....
주도권 문제였네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내가 주도권을 잡겠다니...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잘 알면서도
아직도 마음은 지옥에 있네요.
그 남자에 비해 내 친구가 아깝다는 생각으로 결혼까진 안갔으면 하는 제 생각을 합리화하고 있어요.
남자나이가 몇인데 직업이 없는 상태도 마음에 안들고, 부모님이 돈이 좀 있으시다는데 그러면 가게라도
하나 차려주시지 왜 백수인가 생각들고...대학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그것도 궁금하고 ..
일상에서 사람들이 잘 안쓰는 책에서나 읽을법한 문장으로 이야기 하면
사회성 떨어지는것같은 사람같기도 하고, 카톡에 가족 여자친구 제외 모두 차단이라고 하는것도 이상하고
...등 고깝게 보자면 끝이 없네요.
그렇지만 둘이 저렇게 좋다는데 결혼하면 어떻나요?
좋다고 물고 빠는데 사랑믿고 결혼하면 어떻나요
참 저도....이상한 사람이었네요 요즘 알고보니.
절친의 연애로 시작한 저의 대한 고찰이 사춘기로 접어들게 만들었네요.
저의 성향을 나이먹어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일하고 가족챙기고 나 챙기고 ..그러다보면 감정소모 에너지 낭비 이젠 힘든데요
이 나이 먹고도 아직 이러고 있었네요 제가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