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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아이의 변화

느린아이 조회수 : 2,483
작성일 : 2015-09-19 16:41:04

 초등 4학년 남아입니다. 올 3월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는데 집에는 소리가 고장나서 아주 작게 들리는 디지털피아노가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방에서 치는것 같았는데 소리가 들리지않으니 어느정도 치는지 몰랐구요. 가끔 선생님께서 잘한다고 문자를 주시고  아이에게 선생님이 어디갔다 이제왔니 진작 배울걸 그랬다는 말씀을 여러번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제 처음으로 선생님이 엄마들려드리래 그러면서 한곡을 치길래 귀를 쫑긋하고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잘하네 라는게 그때 든 생각이고 아이는 신이나는지 다른 책을 펴면서 두 곡 정도 더 치더군요.  이 곡 오늘배운거니? 하고 물으니 아니 처음 쳐보는 거야  아직 안 배웠어 그러더군요. 스와니강 (아이는 이 노래를 모릅니다)을 한번 치고는  "엄마 다 외운것같아" 하더니 빠르게 외워서 쳤습니다. 왼손은 바꿔서도 쳐볼까? 하더니 세번째 칠때는 이젠 빠르게도 칠 수 있어 라고 말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처음 보는 악보를 치는 것도 아주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만약 전혀 모르는 노래를 악보를 보고 한 번 불러보고  안보고 부르라면 당연히 못할겁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했을까요?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이는 가능한가요?

 단기기억에 문제가 있는듯해  기억과 관련해서도 많이 찾아보고 무던히도 애를 끓게 했던 아이입니다. 강요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늦되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까지 공부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구요. 수학도 학교 공부외에는 아무것도 한 적이 없는 아이인데 가끔 아주 복잡한 문제를 암산으로 답을 써서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변화에대해 감사의 편지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모두 학교에서 잘 배워와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1번 문제에서 막히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않아서 0점을 받은 적도 있구요 (2학년때)

 사실 피아노는 아이가 1학년때 배우고 싶다고 말은 했었는데 시킬 형편이 못되었고, 음계조차도 몰라서 리코더를 힘들어하길래 음악시간에 도움도 될겸 한번은 경험시켜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재미있어 합니다. 아이는 저와 친구 몇 외에는 말수가 극히 적고 조용한 편입니다. 피아노 보내고 어제 선생님을 처음 뵀는데 가르쳐보니 스폰지같은 아이고 아주 깨끗한 아이라 지켜주고 싶고 좋은 것만 넣어주고 싶다고 하십니다. 너무 감사한 칭찬을 들어서 그간의 아이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참 많죠. 멀리갈거 없이 조카들이 영재입니다. 아무 기대없이 그저 중간만이라도 가주길 바라던 아이에게서 이런모습을 보니 기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이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힘든적도 있었는데 정말 기다리면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이 제게도 일어나네요.

IP : 211.209.xxx.13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9.19 5:00 PM (109.15.xxx.181) - 삭제된댓글

    토닥토닥~
    큰 언니가 그동안 열심히 했다고, 그리고 잘 하고 있는거라고 격려보내요.

    가족 중에 한 아이가 경계성지능 문제로 힘들어하는 걸 보고 있기에
    원글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
    이런 경험이 전무했을텐데도 얼마나 열심히 정보를 찾고 아이와 함께 노력했을지...
    특히 엄마의 심지굳은 자세를 유지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더더욱 이런 소소한 변화에 감동하는 원글님을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분명히 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거예요.
    기운내시고, 축하드려요.

  • 2. 헐...울 아들도 저랬음
    '15.9.19 5:01 PM (1.254.xxx.88)

    암산으로 그냥 풀어내요. 쓰지를 않아요.
    차곡차곡 풀어내라.....고 말해도 안들어요. 문제는 어려운것의 도전하는 힘이 약해요.
    아마 영재 일거에요. 늦되는 애들 중에서 딱 그때..부터 머리가 트이는 애들이 있어요. 그런애들이 더 공부도 잘하고 사실 더 영리한 애에요.

  • 3. ...
    '15.9.19 5:01 PM (109.15.xxx.181)

    토닥토닥~
    큰 언니가 그동안 열심히 했다고, 그리고 잘 하고 있는거라고 격려보내요.

    가족 중에 한 아이가 경계성지능 문제로 힘들어하는 걸 보고 있기에
    원글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
    이런 경험이 전무했을텐데도 얼마나 열심히 정보를 찾고 아이와 함께 노력했을지...
    특히 엄마가 심지 굳은 자세를 유지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더더욱 이런 소소한 변화에 감동하는 원글님을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분명히 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거예요.
    기운내시고, 축하드려요.

  • 4. 와^^
    '15.9.19 5:05 PM (180.228.xxx.26)

    뭉클하고 감동적이네요
    전 원글님 아이가 잘 클 거 같아요
    무엇보다 이렇게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는 엄마를 가졌다는게 대단한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능을 발견하는거 쉽지 않은일이거든요 평생토록 본인의 달란트가 모른채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아요
    이제 길을 찾았으니 함께 가는길만 남았네요
    찾아보면 무료공연도 많고 엄마도 클래식 공부하셔야겠어요 책도 많이 읽으시구요
    팟빵에 가면 클래식관련 팟캐스트 많거든요 이지클래식이라고 클래식 기초를 쌓을수있는 방송도있어요
    참고하시구요,
    무엇보다 중요한건 엄마의 믿음이에요
    정명훈 형제들 보면 자녀들이 뛰어난 음악성에 자존감이 상당히 높던데요
    이어머니의 교육방식이 그렇더라구요 이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가서 식당을 했는데요
    정명훈이 한국나이로 10살때부처 주방에가서 음식을 하는데 너무나 잘했대요
    신선로까지 척척 만들구요 이런아들을 보면서 정경화한테 항상하는말이 나는 명훈이가 주방에있으면
    걱정되는게없어 든든해라구요...정경화도 이런대범함으로 아들을 키우고 싶었는데
    자기는 잘 안되더라나요,.... 누군가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진심이 전해지면요 자신감은 절로 붙는거에요 정명훈이요 다른지휘자는 몇분이면 외우는 악보를 10배는 더 노력해야 외울수있다대요 잊는속도는 더 빠르구요ㅎㅎ 그런데 지금 세계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마에스트로로 성장했지요
    아들을 안쓰럽게 걱정스럽게만 바라보지 마시구요 자랑스럽게 든든하게 바라보세요
    정말 그런아이로 성장해요 믿음이 키우는거에요ㅎㅎ
    원글님 아드님에게 축복의 박수를 미리 보내요^^

  • 5. 느린아이
    '15.9.19 5:15 PM (211.209.xxx.130)

    눈물나네요. 감사합니다. 1학년때 담임선생님에게는 상담을 받아보라는 말도 듣고 아이도 힘들고 저도 상처를 많이 받아서 자꾸 움추러들더군요. 편안하던 아이가 예민해지고(특히 피부감각)학교에서도 나만 못해 이런말을 하고.. 남들은 이상하게 봐도 저는 아이의 감정과 행동이 이해가 잘되더라구요. 제 어릴적 모습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단 저는 표현형이랑 수다스러웠습니다 ^^) 3년만 기다려보자 했는데 3학년 2학기 즈음부터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 6. 느린아이
    '15.9.19 5:21 PM (211.209.xxx.130)

    아이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감동을 받을때도 있고 제게 생각의 물꼬를 틔워줄때도 있어서 그때마다 메모를 해두고 있습니다. 커버리면 이런 선입견없는 대화는 어려울것같아서요. 어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때문에 힘드신분들 힘내세요. 저도 말은 안했지만 이 아이 낳은거 얼마나 후회했었는지 몰라요. 감정의 기복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시면 (특히 학교 담임선생님) 아이와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저와 같으신 모든 어머님들 화이팅!! 입니다 ^^

  • 7. 행복
    '15.9.19 7:03 PM (59.86.xxx.219) - 삭제된댓글

    아이가 착하고 마음이 참 예쁠 것 같아요 ^^
    그동안 속상하고 많이 힘드셨을텐데
    늦된 아이 인내하면서 지켜보신 님도 훌륭하신 것 같아요
    좋은 소식 듣게 되셔서 저도 따라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아이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바랄게요 ^^

  • 8. 행복
    '15.9.19 7:05 PM (59.86.xxx.219)

    아이가 착하고 마음이 참 예쁠 것 같아요 ^^
    그동안 속상하고 많이 힘드셨을텐데
    늦된 성장 인내하면서 지켜보신 님도 훌륭하신 것 같아요
    좋은 소식 듣게 되셔서 저도 따라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아이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바랄게요 ^^

  • 9. ㅡㅡㅡㅡㅡ
    '15.9.19 7:08 PM (123.109.xxx.209)

    공감하고 갑니다.. 같이 축하드려요.

  • 10. 느린아이
    '15.9.19 9:00 PM (211.209.xxx.130)

    감사합니다. 지금 이 마음이 변치 않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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