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학년 남아입니다. 올 3월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는데 집에는 소리가 고장나서 아주 작게 들리는 디지털피아노가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방에서 치는것 같았는데 소리가 들리지않으니 어느정도 치는지 몰랐구요. 가끔 선생님께서 잘한다고 문자를 주시고 아이에게 선생님이 어디갔다 이제왔니 진작 배울걸 그랬다는 말씀을 여러번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제 처음으로 선생님이 엄마들려드리래 그러면서 한곡을 치길래 귀를 쫑긋하고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잘하네 라는게 그때 든 생각이고 아이는 신이나는지 다른 책을 펴면서 두 곡 정도 더 치더군요. 이 곡 오늘배운거니? 하고 물으니 아니 처음 쳐보는 거야 아직 안 배웠어 그러더군요. 스와니강 (아이는 이 노래를 모릅니다)을 한번 치고는 "엄마 다 외운것같아" 하더니 빠르게 외워서 쳤습니다. 왼손은 바꿔서도 쳐볼까? 하더니 세번째 칠때는 이젠 빠르게도 칠 수 있어 라고 말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처음 보는 악보를 치는 것도 아주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만약 전혀 모르는 노래를 악보를 보고 한 번 불러보고 안보고 부르라면 당연히 못할겁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했을까요?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이는 가능한가요?
단기기억에 문제가 있는듯해 기억과 관련해서도 많이 찾아보고 무던히도 애를 끓게 했던 아이입니다. 강요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늦되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까지 공부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구요. 수학도 학교 공부외에는 아무것도 한 적이 없는 아이인데 가끔 아주 복잡한 문제를 암산으로 답을 써서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변화에대해 감사의 편지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모두 학교에서 잘 배워와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1번 문제에서 막히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않아서 0점을 받은 적도 있구요 (2학년때)
사실 피아노는 아이가 1학년때 배우고 싶다고 말은 했었는데 시킬 형편이 못되었고, 음계조차도 몰라서 리코더를 힘들어하길래 음악시간에 도움도 될겸 한번은 경험시켜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재미있어 합니다. 아이는 저와 친구 몇 외에는 말수가 극히 적고 조용한 편입니다. 피아노 보내고 어제 선생님을 처음 뵀는데 가르쳐보니 스폰지같은 아이고 아주 깨끗한 아이라 지켜주고 싶고 좋은 것만 넣어주고 싶다고 하십니다. 너무 감사한 칭찬을 들어서 그간의 아이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참 많죠. 멀리갈거 없이 조카들이 영재입니다. 아무 기대없이 그저 중간만이라도 가주길 바라던 아이에게서 이런모습을 보니 기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이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힘든적도 있었는데 정말 기다리면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이 제게도 일어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