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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관장사’ 절독 협박에 굴복, 한겨레도 잡혔다”

강준만 조회수 : 1,463
작성일 : 2015-09-16 17:33:44
“‘관장사’ 절독 협박에 굴복, 한겨레도 잡혔다” 

 이철희의 論과 爭, 강준만 편 두 번째… '빠' 현상의 역전, 노사모가 민주주의 망친다


이철희 - 그나저나 총선 전망 어떻게 하세요?


강준만 - 별생각 없어요. 진짜로 그래요. 거칠게 말해서 죄송합니다만, 평소에 개판 치다가 일 닥쳐서 뭘 한다고 하거나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한다는 태도가 지금의 야당을 골병들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희망, 희망 얘기하는 데 좌절도 끝까지 겪어봐야 새로운 뭐가 나오죠. 좌절을 막 시작하려는 차에 갑자기 희망을 얘기를 하면 안 되죠. 제대로 망가져야 뭔가 나오는 거 아닌가요?

근데, 우리는 늘 그런 식으로 해왔어요. 근데 그때그때 워낙 급했고, 불가피했다고 말하겠지만 시간대를 몇 년이 아니라 십수 년 정도로 늘여보면 그게 아니에요. 세상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게 뭐예요? 지금 이게 몇 번째죠? 혁신위가 여섯 번째인가요? 비대위는 또 몇 번이나 있었어요? 유권자들이 모를까요? 그 당시로는 절박하고 시급했지만 좀 떨어져서 보면 달라요.

예를 들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급하다고 추진했다가 정부를 내놓고 나서 바꾼 게 어디 한두 개 입니까? 전부 이런 식이에요. 그러니 신뢰가 안 가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나가게 된 이유가 뭐냐? 당장 급하다는 거 아니에요, 당장. 이런 생각이 망가뜨리는 겁니다. 물론 정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왜 바깥의 시민사회에서조차, 아니 시민사회가 오히려 더 성화를 부리고 난리를 칩니까? 총선이 급하다, 대선이 급하다,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예요? 그동안 내내 학교에서 공부 안 하고 내내 탱탱 놀던 애가 이제 수능 시험이 임박했다고 갑자기 벼락공부해서 하자는 거 아닙니까? 벼락공부하면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데에 신경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철희 - 사실 선거에 임박해서 선거 승리만 외친다고 해서, 그것도 낡고 식상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이기려고 하면 더 이길 수 없죠. 선거의 역설 같은 겁니다. 샤츠 슈나이더(E. E. Schattschneider)의 말처럼 선거 승리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죠. 그러나 그람시(G. Gramsci)의 지적도 있습니다. 선거 성패는 긴 과정의 마지막 세리머니(ceremony)라는 거예요. 매번 상대를 욕만 해대고, 그걸로 자신의 무능을 숨기려 하면 집권하기 어렵죠. 요행히 집권하더라도 해보려는 뭔가가 없거나, 있더라도 그걸 해볼 수 있는 힘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강준만 - 제가 장담하는 건 이런 거예요. 정당은 아예 문을 닫고 있고, 현실 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이 선거에 매달릴 수밖에 없죠. 그러나 지식인이라면 답이 없을 때 없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답이 없는데 왜 자꾸 있는 것처럼 속여요? 아니 병에 걸렸는데 한 1년 정도 치료받아야 하는 병이에요. 그걸 어떻게 그걸 한 달 만에 낫게 할 수 있다고 합니까? 사기죠.


-중략-


이철희 - 여담입니다만, 팟캐스트 ‘이이제이’ 하는 이동형 작가라고 있습니다. 그 친구와 인터뷰 중에 팬클럽 얘기가 나왔어요. 회원 수가 얼마냐고 묻기에 제가 한 3천 명쯤 된다고 했죠. 그랬더니 자기는 2만 명이래요. 책도 내면 몇 만권씩 나간대요. 그래서 편을 확실히 해야 빠도 생기고 책도 많이 나간다, 뜨뜻미지근하게 하니까 빠들이 없는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고요. (웃음)

근데 그게 시작은 좋을지 모르나 어느 순간 권력관계가 바뀌게 돼요. 제가 따라가게 되는 거죠. 그 사람들을 제가 추종해야 하는 걸로 바뀌는 겁니다. 빠현상의 역전이 일어나는 셈이죠. 전, 그건 싫어요. 누구라도 저를 추종하는 것도, 제가 누굴 추종하는 것도 싫습니다.


강준만 - 그걸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떻게 지식인들은 졸(卒)이 되었는가? 저는 예전에 스스로 무지 똑똑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김대중 이야기하고 노무현 이야기할 때 내가 그래도 사람들을 앞서간다는 생각했어요. 엄청난 착각에 빠졌던 거죠. 아, 근데 분당(分黨) 때 한 번 겪어 보니 제가 졸이었다는 걸, 치어리더에 불과했다는 걸 알겠습디다.

어제 야구장에 가서 한화 게임을 봤어요. 운동장에서 치어리더의 역할은 딱 정해져 있습니다, 원초적으로. 지든 이기든 열심히 응원하도록 독려하는 거죠. 한화의 치어리더가 한화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해서 상대팀인 기아를 응원할 수는 없는 거 아니에요. 한화를 깔 수도 없는 거고요.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네가 노무현을 지지했기 때문인데 네가 감히 노무현에게 그거 아니라면서 대들어? 그러면 아웃(out)이죠. 치어리더의 본분을 잊은 게 되니까요. 끌려갔던 것이지, 제가 끌었던 게 아닙니다. 그걸 제가 뒤늦게 깨달았다죠. 사실 한겨레도 잡혔죠.


이철희 - 그렇게 보면 조선일보도 잡힌 거죠. (웃음)


강준만 - 그런데 잡힌 정도가 조금 달라요. 한겨레를 구독하는 동기하고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동기가 다른 거죠. 조선 구독자 중에는 문재인 지지자들도 많아요. 실리를 목적으로 구독을 하니까, 잡힌 부분도 있지만, 한결 자유로워요. 한겨레는 작고, 잘못하면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어요. 가령, 유시민처럼 ‘관 장사’란 표현 때문에 절독 운동하겠다고 하자 편집국장이 1면에 사과해야 했어요.

저는 그거 보고 충격 받았습니다. 세상에 말이 됩니까. 그런 이유 때문에 1면에 사과문을 싣는 신문이 어디에 있어요? 기가 막히더라고요. 잡힌 거죠. 다른 이야기를 못해요. 그래서 저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특정 인물 중심의 무슨 무슨 사모들은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 돼요. 그러니까 참여를 얘기할 때 분명하게 선을 긋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청년들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그런데 ‘○○사모’할 거면 절대 하지 마라, 이슈 가지고 싸우라,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후략-


IP : 37.58.xxx.16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강준만
    '15.9.16 5:35 PM (37.58.xxx.162)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011

    강준만 “‘관장사’ 절독 협박에 굴복, 한겨레도 잡혔다”

  • 2. 강준만
    '15.9.16 5:36 PM (37.58.xxx.162) - 삭제된댓글

    강준만이 야당을 완전히 포기할정도면..
    즉 강준만은 친노가 이끄는 야당을 완전히 포기한것 같은데.

    강준만이 저정도라면 호남권에서 내년 총선 결과 볼만할듯하네요.

  • 3. 강준만
    '15.9.16 5:41 PM (37.58.xxx.162)

    강준만이 야당을 완전히 포기할정도면..
    즉 강준만은 친노가 이끄는 야당을 완전히 포기한것 같은데.

    강준만이 저정도라면 호남권에서 또 수도권에서 내년 총선 결과 볼만할듯하네요.

  • 4. ..
    '15.9.16 5:44 PM (175.193.xxx.179)

    " 참 무능해요. 무능한데 겸손하지도 않아요." 이말이... 딱...
    무능한데 겸손하지않은것이 자랑...
    정치과 종교화되면 대책이 없어지죠.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무조건 믿습니다. 해야하니까
    그대표적인 예를 보고있지만요.

  • 5. 정답
    '15.9.16 6:03 PM (117.111.xxx.42)

    무능한데 겸손하지 않고 싸가지 없는 진보쟁이들이죠..호남에서 알아서 표로 심판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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