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정리 중에 실수로 오빠가 신던 구두를 내놓게되었습니다.
신발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었고 낡고 튿어져 물이 새는 그런 구두였습니다. (컴포트화 종류)
결혼한 오빠가 직장관계로 주말부부가 되어 본가에 들어와 산지 몇 년되었고, 전 부모님과 함께 사는 미혼 누이동생입니다.
전 엄청 깔끔한 성격으로 제 물건 정리정돈을 꽤 잘 하는데, 오빠는 성격이 완전 반대라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습니다. 이 문제로 몇 번 부딪혀서 저는 아예 오빠 물건에는 손을 안대려 합니다. 공동사용 구역에 있는 물건들도 주로 제가 정리하는 편이구요.
몇 달 전 아빠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셔서, 남은 가족들이 아직까지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요즘 아빠 물건을 조금씩 정리하는데 감정이 너무 힘들어서 엄마랑 저랑 겨우겨우 조금씩, 아빠 물건이긴 한데 아빠가 잘 안 쓰고 보관만 했던 것들 위주로 처분을 하였습니다.
그밖에 집안의 이불이며 식구들 안 입는 옷, 신발 등 꽤나 양이 많아져서 방문 헌옷 수거 업체를 불렀습니다.
그때 엄마께서, 오빠 신발 두 개를 같이 내놓으며 이거 안 신는 거라고 같이 보냈습니다. 제가 혹시 모르니 오빠에게 물어봐야지. 없어졌다고 난리치면 어떡해~ 엄마에게 말했는데, 엄마가 그거 다 터져서 물새서 못 신는다고 괜찮다고 내놓으라고 하셔서 그냥 한꺼번에 수거 업체에서 가져갔습니다. 그게 지난 금요일 늦은 오후이구요.
주말동안 오빠는 자기 집에 가있다가 월요일 저녁에 본가에 와서, 오늘 새벽 출근길에 난리가 났네요. 자기 신발 없어졌다고. 성격이 원래 불같고 화를 잘내는 사람인데, 오늘 지방 출장길에 편하게 신으려던 신발이 갑자기 없어졌으니 그 황당함에 더 화가 나서 아주 새벽 시간에 동네 떠나가라 소리소리를 지르고....휴....
그 심정 이해는 가지만, 평소 본인 물건 관리를 전혀 안하고 아무데나 둔 후에, 또는 식구들에게 그냥 던져놓고, 몇년 뒤에 그거 어딨냐고 집요하게 찾아내라고 한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물건에 대해 다 그럽니다.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는데도, 미친 사람처럼 난동을 부리는 수준으로 엄마에게 소리를 질러대는데, 그게 저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습니다. 제가 평소 깔끔하여 필요없는 물건들은 잘 처분하는데, 그걸 빚대어 제가 좋아하는 물건들 저 없을 때 버리면 좋겠냐고 앞으로 다 버려버릴꺼라고 소리를 질러대네요. 엄마가 말로는 본인 잘못이라고 미안하다고 하지만, 평소 잘 버리는 제가 자기 신발을 버렸을거라고 믿고 있는거 같구요.
물론 저도 제 물건 누군가 저 없을 때 버려버리면 무척 기분 나쁠것입니다. 그치만 전 평소 물건 관리와 정리정돈을 워낙 잘 하기에 누군가 대신해서 제 물건을 버릴 일은 없겠죠.
어쨌든 오빠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아빠 일로 우울증 증상까지 있는 엄마에게 저렇게까지 난리를 치고 엄마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정말 화가납니다.
혹시 몰라 헌옷 수거업체에 바로 전화하여 직접 찾아가서 물건 찾아보겠다고 하였으나, 이미 자기네 손을 떠나 다음 업체 물류창고에 넘어갔고, 제가 사정해서 그쪽 업체까지 문의하였으나 그 쪽 작업장에는 수백톤 물건 쌓여있어 저같은 사람은 작업장에 못 들어간다고 합니다.
오빠가 평소 물건 관리 안한건 안한거지만, 어쨌든 본인 없는 사이 본인 물건 버렸으니 기분 나쁘다는건 이해하려고 합니다. 지금 제 생각은 돈 1백만원 주고, 당장 편한 신발 사 신으라고 할까 합니다. 원래 신발은 20만원 정도 되는 국내 브랜드로 한 십년은 넘은것 같네요...
앞으로는 더더더더 오빠 물건에 손 안대고 싶고, 관여하기 싫은데, 그럴라면 본인도 같이 사는 집이니까 본인 물건 관리를 좀 해야할텐데 안할게 뻔하니까 생각만해도 짜증나요...그리고 엄마가 걱정이에요. 사실 주로 살림 하시는 분은 엄마니까...정리 안하는 그런 (마흔 넘은) 오빠의 뒤치닥거리(?)까지 하셔야하나 싶고....
워낙 자상하고 다정하신 분인데, 이번 일로 본인이 잘못 행동해서 아들에게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시네요. 엄마가 나이들고 잘못 판단하여 바보같아졌다며....죄책감 더 가지실까 걱정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두고두고 저를 원망하고 제 물건 관리에 대해 뭐라할꺼 같은데...오빠 성격이 좀 화나면 비꼬면서 조롱하듯 말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저도 당하기만 하는 성격은 아니라 서로 막 나갈때도 있구요)
에휴...오빠 신발값주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돈 주면 더 화 내려나요? ㅠㅠ)
현명하신 분들 조언 좀 부탁드려요...짧게 하려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