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60년 봄 이승만 대통령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선거에 출마, 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로 당선됐다가 4·19혁명으로 몰락했다. 더욱이 그는 혁명 8일 후 일가족이 집단자살함으로써 과도한 권력욕으로 파멸한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기붕의 장남이자 이승만의 양자인 이강석(당시 23세)은 부모와 남동생 강욱을 권총으로 사살하고 본인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집단자살 사건을 주도한 이강석이 실제로는 자살하지 않고 비밀리에 목숨을 보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요.
호텔 식당에서 식사한 후 남편은 여행 스케줄을 문의하러 프런트로 가고 자신은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6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머리가 하얗게 센 백발의 동양인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백발 : 실례지만 한국 분 아니신지요.
신 여인 : 맞는데요.
백발 : 저 모르시겠습니까.
신 여인 : 잘 모르겠는데요, 누구신지요.
백발 : 저는 대한민국의 역적(逆賊) 아들입니다.
신 여인 : 역적의 아들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신가요.
백발 : 저는 과거 경무대에서 이승만 대통령 내외분을 모시고 살았었습니다.
(신 여인은 이상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백발 남성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럴 수가…. 너무나도 낯익은 얼굴, 귀에 익은 목소리 아닌가!)
신 여인 : 저, 혹시 이강석 씨…이강석 오빠 아니신가요.
(순간 백발 남성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잠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신 여인 : 아니, 부모님을 권총으로 쏘고 자살한 것으로 모두들 아는데 어떻게 되신 겁니까.
백발 : 누군가의 도움으로 동생(강욱)과 대만으로 나와 잠시 머물다 미국으로 가서 숨어 지내며 공부했습니다.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교포들이 많이 사는 데는 가지 않았지요.
신 여인 : 오래전의 지난 일들인데 이젠 모든 것을 떳떳이 밝히고 살아도 괜찮은 것 아닌지요.
백발 : 아닙니다. 우리 집안은 나라와 국민에게 너무도 큰 죄를 지은 만고의 역적이기 때문에 영원히 눈에 띄지 않게 숨어서 살아야지요.
신 여인 : 지금 오빠는 어디서 살고 무슨 일을 하세요? 강욱이도 잘 있는지요.
백발 : 미국에서 삽니다. 동생도 잘 있지요. 현재 ABC방송에서 일합니다.
신 여인 : 저의 형제들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아요. 지금 남편과 휴가여행 중인데…이게 제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이에요. 저에게도 명함 한 장 주세요. 미국에서 자주 연락하고 만났으면 해요.
백발 : 지금 명함이 없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