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안철수: 문재인 대표님에게 드리는 글

탱자 조회수 : 852
작성일 : 2015-09-13 11:20:59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

- 戰國策 -

요즘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치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안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함께 당내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내 분란이 끊이지 않아 근심이 크실 것입니다.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우리 당의 위기는 한마디로 변화된 환경과 낡은 시스템의 충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민주당과 통합한 이래 짧은 기간이나마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그리고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임한 이후 일 년여 동안 느낀 것은 당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타성이 뿌리 박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에서도 민주성, 개방성, 확장성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집권 의지와 역동적인 혁신의 기운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패권적 사고의 한편에는 기회주의와 적당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제가 9월 2일에 혁신의 3대 방향으로 <낡은 진보 청산>, <부패 척결> 그리고 <새로운 인재영입>을 주장한 이유는 당의 이러한 병폐를 극복하고자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제가 제기한 혁신의 기조와 방향은 내년 총선승리 그리고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코 비껴갈 수 없는 혁신의 본질적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혁신위의 공천룰은 하나의 제도개선책으로 논의될 수 있지만 혁신의 전부도 본질도 아닙니다. 본질을 외면하고 공천룰이 혁신의 전부인양 집착한다면 우리 당의 모습은 혁신논쟁이 아니라 집안싸움으로만 비칠 것입니다.

 

제가 느낀 또 다른 당의 문제점은 구성원들 간에 신뢰의 부재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불신이 너무나 팽배해 있습니다. 신뢰가 없는 조직에서는 어떤 제도도 정당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제도를 편법으로 운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악용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고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지난 19대 총선 공천과정이 그랬고, 지금도 전화여론조사에 대한 당내 불신이 팽배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표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천제도가 아무리 공정하다고 주장한들 얼마나 믿겠습니까?

 

제가 ‘혁신은 실패했다’라고 말씀드린 배경에는, 혁신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당의 모습이 조금도 변하지 못하고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혁신위는 지난 100여 일 동안 나름의 노력을 다했겠지만, 당의 본질적 문제와 병폐에 대해 손을 대지 못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진솔한 성찰과 진단도 없었습니다. 의원정수 증원 같은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더니, 정작 당 인사들의 문제에는 침묵했습니다.

 

저 스스로의 책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철수는 새정치 한다더니 무엇하고 있느냐?’는 국민의 질타를 두렵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낡은 정당의 프레임에 그대로 갇혀버린다면 제가 정치에 입문한 명분이나 민주당과의 통합명분도 없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하고 느낀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제가 제기한 혁신안 비판에 대해 활발한 당내 공론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혁신기조를 권력다툼으로 몰고 가려는 순수하지 못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제가 요구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승리가 힘들다는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이 혁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혁신은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혁신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표께서 혁신안을 재신임과 연계하고 중앙위에서 통과시키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부적절합니다.

 

첫째, 당의 혁신문제가 대표의 거취문제로 바뀌게 됩니다. 이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것입니다. 재신임이 아니라 혁신의 본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오히려 혁신의 절실함과 당위성을 강조했어야 했습니다.

 

둘째, 혁신안이 통과되어도 당은 혁신되지 않습니다. 혁신위의 공천룰이 통과된다고 해서 아무도 당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총선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왜 지금 혁신논쟁을 하고 있습니까? 내년 총선에서 이기고 정권 교체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핵심적인 문제도 아닌,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공천룰을 갖고 승부를 거는 것은 문제 해결과 거리가 멉니다.

셋째, 어떤 결과가 나와도 혼란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중앙위를 강행한다면 찬반이 격렬하게 나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은 혼란과 분열에 빠질 것입니다. 혁신의 본질은 사라지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권력투쟁만 남을 것입니다.

 

문대표께서 말씀하신 재신임은 당의 근본적인 혁신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혁신논쟁을 권력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입니다. 자칫 대립적이고 분열적인 사고로 자기 진영 외에 나머지는 모두 배척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런 길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싸움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에게는 지는 길입니다.

문재인 대표께 요청합니다.

 

첫째, 16일 중앙위원회 개최를 무기 연기해 주십시오. 저는 공천룰과 대표직 신임을 연계하는 중앙위원회 개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린바와 같이 책임지는 방식도, 문제를 푸는 방법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갈등만 양산할 뿐입니다. 그런 중앙위원회의 결정이 어떤 당위와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공천룰은 혁신의 본질도 아닐뿐더러, 우리는 이미 2012년에 모바일 경선과 선거인단 모집 과정의 참담한 결과를 보았습니다. 진정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진정 당원과 국민의 뜻을 모두 존중하는 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지에 대해 숙고하고 뜻을 모아,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재신임을 위한 여론조사도 취소해 주십시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조사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의미부여가 어렵습니다.

 

셋째, ‘지역별 전당원 혁신토론회’ 개최를 제안합니다.

혁신논쟁의 거당적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무엇이 진정한 혁신의 길인가?’, ‘당의 낡은 사고와 틀, 병폐들을 어떻게 뜯어 고칠 것인가?’, ‘무엇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인가?’ 등을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와 의지를 모아나가야 합니다. 국민의 관점과 기준에서 밤을 지새워서라도 당의 새 길을 찾는 ‘혁신끝장토론’이 필요합니다.

돌이켜볼수록 4.29 재보궐선거 이후 당은 어떤 책임도 성찰도 없었습니다. 혁신의 시작도 이 부분을 무시했습니다. 그 결과는 국민의 무관심과 당의 지리멸렬입니다. 거듭 느끼지만 정당의 목표가 분명히 있을 텐데 우리 당은 집권을 위한 집단적 고뇌와 몸부림이 없습니다. 무엇이 당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중국 전국책에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의 국가와 고단한 국민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절실한 걱정이 같다면 우리는 미움과 오해, 다툼도 멈출 수 있고, 국민이 바라는 혁신도 이루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 대표께서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2015. 9. 13

안 철 수 드림


http://ahncs.kr/?p=74123


IP : 61.81.xxx.16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탱자
    '15.9.13 11:22 AM (61.81.xxx.164)

    안철수가 탈당하려고 수순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 2. .........
    '15.9.13 11:47 AM (220.118.xxx.23) - 삭제된댓글

    문재인 같은 인간에게 무슨 말이 통할거라고...
    에휴~~~~

  • 3. ..
    '15.9.13 12:36 PM (175.193.xxx.179)

    문재인이 몰라서 안하겠어요
    새누리당이길마음 , 야권이 승리할 마음이 없는것이예요
    오로지 내계파 일자리주고 권력누리고 잘먹고 잘사는것
    이외는 관심없어요.
    야권이 지는것도 관심없어요. 그동안 행보보면
    야권은 안중에 없고 그냥 내계파밖에 없어요
    그런사람에게 무엇을 바랍니까
    소귀에 경읽기지....

  • 4.
    '15.9.13 12:39 PM (221.140.xxx.60)

    잘 읽었습니다.

  • 5. 문빠들
    '15.9.13 2:06 PM (211.38.xxx.43) - 삭제된댓글

    이 글이 무슨 문제가 있다고 ㅋ
    이런 글에는 반론도 못내면서
    새로 판까는 건 잘하네요 어김없이
    보지마란다고 안보나 저렇게 극성맞으니
    더보게 된다는 걸 모르나
    안철수 화이팅!

  • 6. 이런
    '15.9.13 6:45 PM (221.140.xxx.60)

    좋은 글을 못 읽게하려고 패스시키는 사람들 정체는 도대체 뭘까요. 우린 박근혜에 이어서 김무성까지 봐야하나요 . 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2189 견과류 ... 2015/09/14 642
482188 휴대폰 카메락가 메모리가 꽉 찼다면... 24 미리 2015/09/14 2,174
482187 조언 부탁드려요 7 dd 2015/09/14 1,484
482186 아이가 맞았는데 진단서 받으려면 병원은? 5 학교폭력 2015/09/14 1,558
482185 핸드블랜더와 믹서기 둘 중 3 어려워 2015/09/14 2,458
482184 스쿼트 운동기구 어떤가요? 3 운동 2015/09/14 2,846
482183 보통 본인 보험 몇개 얼마씩 있으세요?ㅠㅠ 13 ㅜㅜ 2015/09/14 2,974
482182 중고나라가 사이트가 아니라 네이버,다음카페에 있는게 맞나요? 4 중고 2015/09/14 1,027
482181 영작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하는 게 효과적인가요 12 . 2015/09/14 2,236
482180 아가냥이 키우실분 계실까요? 2 엔젤퀸 2015/09/14 1,020
482179 친정에서 임신겁내는 저에게 출산하면 오히려 체력이 좋아진다네요 29 아자아자 2015/09/14 4,877
482178 한번 발동걸리면 몇시간째 먹어요 11 도와주세요 2015/09/14 2,633
482177 중앙경찰학교의 황당한 윤리교재.. 군사정권 시각 드러내 1 경찰학교 2015/09/14 848
482176 여자는 왜 남편에게 사랑받지못하면 인생이 공허할까요? 38 .. 2015/09/14 10,989
482175 애인있어요 보시나요?(스포유) 13 쿠키 2015/09/14 5,181
482174 병원갔다오면 자주 기분이 나쁘네요 18 ........ 2015/09/14 4,235
482173 남편이 물어보래요. 매일 아침 챙겨주시는 분 150 맞벌이 2015/09/14 19,738
482172 고양이 우는 소리가.. 2 넘 귀여워서.. 2015/09/14 834
482171 내자식 내가 학원에 안보내는게 욕먹을 일인가요? 9 자식교육 2015/09/14 2,992
482170 혹시 코스트코에서 오렌지스퀴즈주스라고 사신분 계세요? 1 코스트코 2015/09/14 1,120
482169 결혼식 피아노치면 사례하는 것 맞나요? 16 ... 2015/09/14 6,330
482168 심리상담소... 3 불안 2015/09/14 1,062
482167 문짝 수리 하신분? 2 안방 화장실.. 2015/09/14 1,093
482166 탤런트 김희정씨 8 ~~ 2015/09/14 6,284
482165 수영장물이 엄청 안좋은거 같아요 15 고민 2015/09/14 5,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