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고, 4살 아들을 시부모님께서 봐주세요.
시부모님과 저희는 같은 아파트 옆동에 살고,
저는 계속 워킹맘이었으며 출근이 빠르고 퇴근이 늦은 편이라 동네에 제가 친분 있는 사람은 없어요.
아들은 4살인데, 생일이 빨라요. 2월 생이거든요.
그래서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뭐든지 조금 빠른 편이예요. 그럴 수 밖에요.
말도 빨랐고, 한글도 좀 빨리 읽었구요.
시부모님께서는 정말 사랑으로 저희 아이 봐주고 계세요.
항상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래요.
그런데...
시부모님 눈에는 저희 아이가 정말 똑똑하게 보이나봐요.
자식보다 손주가 더 이쁘다고들 하니, 아무래도 객관적인 판단이 안되시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제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항상 우리 OO 최고다, 이쁘다, 이런것도 잘한다, 이런면도 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다며
좋게좋게 말씀해주세요. 듣는 저도 참 기쁘구요.
그런데, 얼마전부터 주말에 동네에서 아이와 놀고 있으면 종종 아는척하며 말걸어오는 또래 아이를 둔 엄마들이 생겼어요.
평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다니는 아이구나~ 오늘은 엄마랑 있네~
라며 다가와서 말걸고, 저도 동네에 아는 엄마가 없으니 반가워서 얘기 나누고 했는데
매번 듣는 말은
'아이가 그렇게 똑똑하다면 서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가 혼자 집에서 책을 읽는 다면 서요?'
'할머님 말씀이,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면 떼도 안쓰고 잘 알아듣는다는데 어쩜 그렇죠?'
'한글은 언제부터 가르쳤어요? 영어는 지금 뭐 하나요?'
'학습지 하는거 있나요?' 등등..
위에 언급한 내용 중 사실도 있지만, 과장된 부분도 있거든요.
저희 아이.. 제가 생각해도 의젓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떼도 많이 쓰고 어리광도 심하구요.
학습적인 면도 너무 과대포장되어 있구요.
제가 사는 동네가 저희 아이 또래가 굉장히 많은 곳이예요.
어린이집, 유치원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따기일 만큼요. 그러니, 교육열도 좀 높은 편이고
잘은 모르지만, 아마 엄마들끼리 모여서 학습적인 정보 공유도 많이 할 것 같고
또 엄마들끼리 모이면 보통은.... 누가누가 똑똑하다더라~ 누가 뭘 한다더라~ 라는 말들이 오고가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저희 아이 얘기를 하면서, 과대포장된 이야기들이 오고간다는 것이
저는 너무너무 부담스러워요 ㅠㅠㅠㅠ
어제도 퇴근길에 엘리베이터 탔는데 처음 보는 분이
'내년에 아이 유치원 어디 보내실꺼예요? 영유 생각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뜬금없이 던져 너무 놀라 멍..하게 있었더니
평소에 저희 아이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같이 다니는걸 봤다고 같은 층을 눌리길래 엄마인가 해서 물어봤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시부모님께는 아이의 발달과정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기특하고 그러신가봐요.
물론 저도 그렇지만, 그걸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을만큼 뛰어난 것 같지도 않고
얘기하고 싶지도 않은데... 이런 소문(?)들이 생기니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렇다고 시부모님께 조심해 달라...라고 얘기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또 그게 기쁨(?)이실 수도 있는데 그 기쁨을 빼앗나 싶기도 하지만
이 동네에 초등 입학 후까지 계속 있을 예정인데.. 벌써부터 과장된 소문이 도는게 저는 너무 부담스럽네요.
다른 엄마들은 그저 가볍게 듣고 호기심으로 물어본건데
제가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아님 조심해달라고 시부모님께 부탁드리는게 맞는걸지..
남편은 그런거에 뭘 그렇게 신경쓰냐고 하는데, 저는 너무 신경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