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엄마가 되고나서 달라지는 점은, 내 맘대로 살수 없다는 것.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살고 , 살림에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마트에 가서 먼저 무우,당근,감자같은 야채를 담고, 혹은 열무김치한단도 1500원할때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을거야 하면서 한귀퉁이에 밀어넣고.
혹여 양말도 오백원이라고 걸려있으면 한개 정도 사보기도 하면서 집에 오는 일상.
오늘도, 윗층의 아줌마랑 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는데 흙냄새가 살풋이 나는 열무 두단이 가지런히 장바구니속에 들어있네요.
"식구들 올텐데 얼른 열무김치 담궈놓으려고.."
오전 11시경의 한가한 가을,이렇게 엘리베이터속의 두 중년여인은 이런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헤어지지요. 누구는 미리 내리고 누구는 한번 더 올라가고.
시간날때마다 , 열일 제쳐두고 나박김치 담그고, 이런저런 반찬 만들어두고, 빨래널고 아이키우는동안, 친구들은 어느덧 멀리 세월의 뒤안길로 멀어져가버리고, 어쩌다 나는 친구하나 없는 신세일까 하는 맘에 괜히 화가 나네요.
같이 맞장구치면서 맘이 통하던 그 친구들도 이젠 40대 초군요.
20년전의 그 자취방이 생각나고 추운 어느 겨울날, 담벼락에 서있는 연탄들이 있던 그 대문초입도 생각나네요.
직장생활의 애환을 서로 털어내고 위로해주다보면 마음은 어느덧 한결 가벼워지고 그렇게 친구들도 나도 변치않을줄 알았더니, 이젠 친구하나 변변치 않아 남편에게서 핀잔도 종종 듣네요.
그말에 자극받아서 친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우연히 이제 오늘부터 우리 친구하자라는 말과 함께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 받아놓고도 몇번 만나보면 뭔가 불편하고 말이 통하지 않고 서로 연락이 없는 날이 더 많고, 어쩌다가 길에서 서로 마주치기라도 하면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만 만들어지네요.
그리고 큰애가 5학년인데 1학년때부터 알고있었고 우리집에도 자주 찾아온 친구맘도 있어요. 그 친구맘이 저랑 동갑이고 생일도 똑같고, 돗수높은 안경을 쓴것도 똑같고, 약간 고지식한데다가 융통성없는 성격도 똑같아서 정말 친하게 지낼줄 알았는데
볼적마다, 자꾸 교회나오라는 권유를 하니, 갑자기 눈물이 핑돌더라구요.
뜨거운 여름은 이제 지나가고 대신 그자리엔 푸른 비취색 하늘이 저리도 영롱한데, 갑자기 가슴이 터질것만 같아 올려다본
저 하늘은 정말 가을이더군요.
내 눈동자 하나가득 밀려들어오는 하늘을 외면하고 그 엄마를 보니, 왜 그리도 서러움이 갑자기 밀려드는지.
이젠 내겐 교회나오라는 사람이나 보험들으라는 사람말곤 진짜 아무도 없구나!!
나는 정말 재미없는 인간인가봐~
보도블럭을 걸어가는 나는 이렇게 가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구하나 없는 나를 스스로 화내면서. 자조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