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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국내 의료 공공성 관련한 황상익 교수님의 정리 내용-다산 포럼에서

정확히 알아 봅시다 조회수 : 711
작성일 : 2015-09-10 14:57:37

  평균수명, 건강수명, 영아사망률, 연령표준화사망률 등 대표적인 건강지표로 살펴본 오늘날 한국인의 건강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1950년대~60년대에 우리에게 의료를 지원했던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고, 미국과 비교하면 모든 건강지표에서 앞선다. 유엔 인구국의 예측에 의하면 2040년대에는 한국이 일본조차 제치고 평균수명(88세), 영아사망률(1.0명) 등 대부분의 건강지표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최장수국, 건강 모범국가가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안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예외적인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 수준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영양상태의 개선, 위생시설의 확충, 교육수준의 향상, 효과적인 현대의술의 발달과 보급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 가운데에서도 최근 몇십 년 동안은 의술 발전이 가장 큰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의술과 의료인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역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증언한다.

한국인의 건강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된 이유는?

  그럼 한국인의 건강 수준이 비교할 국가나 사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증진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을 제외하고 건강 선진국들은 대체로 2차대전 이후부터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의료체제를 갖추고 있다. 의료의 공급과 소비가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몇십 년 뒤늦게 1989년부터야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시기도 늦었지만 아직까지도 의료의 공급과 소비에서 국가의 역할은 매우 미약하다. 국가에 의한 의료 공급은 계속 뒷걸음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건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니! 이 역설적인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인의 교육수준은 세계 최상위이다. 국가의 덕택일까? 초등교육은 1950년대부터, 중등교육은 1970년대부터 의무‧무상교육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절감하듯이 초중등 과정에서 사교육비는 국가가 부담하는 공교육비를 압도한다. 대학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소득 대비 대학 등록금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액이다. 한국인의 높은 교육수준은 한마디로 국민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이다. 

  건강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그동안 의료수가를 억제해온 것 정도를 국가의 역할로 꼽을 수 있을지. 하지만 그마저도 변하고 있다. 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의료 소비와 건강 수준의 양극화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요컨대 한국 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공성이 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의료의 공급 측면을 보자면, 공공 병상수의 비중은 해가 갈수록 감소해왔다. 2012년 현재 총 병상수는 1949년에 비해 무려 78배가 되었지만, 그 사이 공공 병상수 비중은 75%에서 12%로 크게 떨어졌다. 사실상 공공 병상, 나아가 공공 의료기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공 병상수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뚜렷하다. 한국은 총 병상수(인구 1,000명당 9.6개)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지만 태반이 사립 병상이다. 공공 병상수 비중은 OECD 34개국 평균 67%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하는 수준으로 미국(26%)과 일본(26%)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보건의료비 지출 역시 마찬가지 양상이다. 전체 보건의료비 중 정부 부담률은 55%로 북유럽 국가들(82~85%)과 일본(82%)보다 크게 낮으며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국민 개개인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며, 부담 능력에 따라 건강 수준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빈곤한 고령 인구 급증에 낮은 의료공공성이 겹치면?

  한국인의 평균적인 건강상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한국의 의료공공성은 공급과 소비 측면 모두 선진국 가운데 최악이다. 건강상태와 의료공공성이 모두 높은 수준인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40년대가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상회해서 일본과 거의 같은 수준이 된다. 최장수국이 된다는 것은 최고령 국가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국은 65세 이상 빈곤율이 OECD 국가 중에서 단연 1위이다. OECD 평균 12.6%의 거의 4배에 달하는 48.6%나 되며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급증과 높은 빈곤율, 게다가 열악한 의료공공성까지 겹쳐지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까지는 주로 국민 스스로의 노력으로 건강 면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거두어 왔다. 하지만 의료와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앞으로도 그러한 일이 가능할까?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관리의 개선을 모색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감염병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의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급히 극복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장수(長壽)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의 원천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IP : 141.223.xxx.3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잘 봤습니다.
    '15.9.11 5:46 AM (118.223.xxx.67)

    사교육과 같다는 비교가 씁쓸하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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