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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남고 나는 막차에 오릅니다
어찌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당신은
떠나는 내가 창가에서 흔드는 손 사이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내가 떠나고 나면
어느날, 청춘이었던 당신의 속눈썹에 떨어진 첫눈처럼
곧 소멸될 당신임을 알면서 나는
입안에서나 맴도는 작별인사로 혓바닥이나 씹으며
당신을 남기고 떠납니다
떠나는 나처럼 떠나고 싶어
저물녘의 소낙비처럼 쏟아지던 당신의 눈물
그 격정이 아직도 당신의 몸을 흔들고 있는데
나는 그믐의 어둠속으로 달리는 막차를 타고 떠납니다
그런 나는 당신이었다가 나였다가
결국 승강장에 남아 한 그루의 가로수가 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잡은 당신은 나는
오늘도 막차를 타고 떠나가다가도 다시남아
가로수 한 그루가 더 됩니다
둘러보면 즐비한 가로수들, 가로수의 깊은 뿌리들
많은 날 동안 만져도 반응하지 않는 당신은
어느날 떠나기로 작정한 나를 지켜보며 괜히 슬픈 척
차도와 인도 사이에
때 이른 나뭇잎 한장을 떨어뜨립니다
그 경계에 서서 잠시
그 구부러진 나뭇잎을 주워 들고 있던 나는
몇 걸음을 걸어가 다시 당신과 함께 일렬로 섭니다
- 윤병무, ≪막차 뒤에 남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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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3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9/02/20150903_kim_01.jpg
2015년 9월 3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5/09/02/20150903_jang.jpg
2015년 9월 3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07230.html
2015년 9월 3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ae920359e1f047ffb2fd9f50397cabba
어익후~! 느낌은 있다니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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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동은 단순한 돌진이 아니라
노력해서 얻어진 고요함에서 비롯되어야만 한다.
- D. H. 로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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