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제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무념무상 조회수 : 2,477
작성일 : 2015-09-02 17:02:57

집에 사람이 있긴 한데 얘기할 사람이 없습니다.

남편이라고 어떤 남자가 있는데 두 마디 이상 말을 나누기가 어렵네요.


가정 형편이 아주 어려웠지만 천사같이 착하디 착한 시부모님 밑에서 완전 까칠하게 자란 남자입니다.

단 한번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뭔가를 이룬 적도, 하려고도 안 합니다.

자나깨나 최고의 친구는 오직 텔레비전이며...세상에 불만이 너무 많습니다.

직장에 대한 불만, 뭘 못 이루거나, 사지 못한, 가지 못한 불만도 너무너무 많지만

그렇다고 계획을 갖고 준비하거나, 시도나 노력할 생각은 절대 안 합니다.

그냥 욕하고 매사에 분노할 뿐입니다.

어딜 가서 뭘 보자고 하면 티비로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며 굳이 피곤하게 고생해서 갈 필요 없다는 주의입니다.

그래서 아이한테 보여 주고 싶은 곳은 저 혼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딜 같이 가도-그게 설사 아이 때문일지라도-원래 말한 시간보다 단 10분만 기다리게 해도 불같이 화를 내거나

아님 못 참고 전화를 끊고 가버립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앉고 매사 너무 조마조마합니다.

제가 아주 가끔 당일 지방 출장이 있는 직업인데 아무리 밤늦게 와도 찾거나 연락하는 법도 없습니다.

갔다 와서 '거긴 어떠 어떠하더라~'라고 얘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듣자마자 '니가 이상한 데 가서 그래'라고 하며 대화는 바로 끝이 납니다.

절대 뭘 물어보거나...오늘은 어떠했냐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결혼기념일 선물로 처음으로 뭘 사 달라고 했다가 욕을 들었습니다. 10만원짜리였습니다.

11년전 아이 낳고 부부관계는 끝이 나서 지금까지...여러모로 노력했지만 그것도 잘 안 됐습니다.

병원에 가 보자고 했다고 길길이 날뛰며 분노해서 그것도 그만두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저한테 세련되고 이쁘다고 하는데 남편은 언제나 제가 항상 옷도 이상하게 입고 못 생겼다고 합니다.

시부모님 카드값 대느라(아님 다른 출처?) 결혼 후에 단 한 번도 월급 통장을 오픈하지 않았습니다.

같이 돈 합쳐서 관리하자고 몇 번 얘기했다가 불같이 화를 내서 포기했습니다.

아이 돌 전에 직장 동료랑 바람 초기에 들켜 제가 연락처 알고 찾아가서 파토냈는데

지금 아직도 연락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소소하게 생각나는 것들만 적습니다.

남편도 불만이 아주 많겠지요. 오늘은 그냥 제 입장에서 씁니다.

그간 여러 번 이렇게 사는 건 정말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친구나 친정에도 말할 수 없어서

출퇴근길 혼자 가끔 울었습니다.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저의 남은 생을 여기에서 접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지난 주말엔 아이랑 동네 산책하면서 무심코 긴 한숨을 내쉬었더니

아빠가 맨날 짜증내고 무섭게 해서 엄마가 너무 싫어서 그런거냐고 합니다.

아이한테만은 이런 모습은 보여서는 안 되는데 이미 들켰나 봐요.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제 삶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털어놓은 것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수준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그냥 나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드네요.


왜 이혼을 안 했냐 아님 너도 그만큼 상처를 주고 있을 거다 류의 돌은 던지지 말아 주세요.


IP : 211.218.xxx.17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5.9.2 5:05 PM (203.130.xxx.193)

    이런 남자들은 착한 시부모에 나머지 문제가 없습니다 결혼 전에 어떻게 본모습을 잘 숨긴 건지 사랑에 눈이 멀어 원글님이 못 본 것인지....... 결혼과 동시에 리스된 이야기는 하도 많고, 결혼하고 폭행에 폭언.
    결혼과 동시에 저주 받은 거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 같아요 이혼했냐 안 했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이 때문에 참는다고는 말하지 마세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100세 시대 적어도 20년는 더 사셔야 하는데 계속 참고 사실수 있으신가요 님 스스로는 님을 사랑하시는가요

  • 2. ...
    '15.9.2 5:10 PM (125.129.xxx.29) - 삭제된댓글

    이혼하세요. 직장도 있으시고 이혼하시면 더 잘사실 분 같아요. 아빠 없는 아이? 그런 가정 분위기 속에서 사느니 엄마랑 도란도란 사는게 낫구요. 친정 실망? 주위 시선? 그 사람들이 원글님 대신 안 살아주잖아요.

  • 3. 어쩌지...
    '15.9.2 5:21 PM (14.63.xxx.76)

    흠...
    한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부부는 알콩달콩 사는게 낙인데...
    흠...
    어쩌면 좋을까요.

    바람 피실래요?
    아니 그것도 좀 그런가...
    그래도 살면서 무슨 낙이 있어야지...

    흠...
    이혼은 싫으시구...
    그렇다고 계속 그렇게 살긴 또 싫으시구...
    어쩌지....
    흠...

    일단 어떻게 되든 돈을 좀 모아 둬 보세요.
    사람이 변하는 건 어려우니...
    포기할 건 포기하고 현실적인 대안들을 만들어 보세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희생하면서 사는 삶은 짐짓 멋져 보여도
    당사자는 죽을 맛이고 그렇게 바보같은 삶도 없어요.

    일단 포커스는
    아이도 남편도 아닌 님의 행복에 맞추세요.
    거기서부터 출발해 봐요.
    나의 행복.

  • 4. 함박스텍
    '15.9.2 5:28 PM (182.209.xxx.34)

    한번 사는 인생입니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이혼하셔야할것 같은데요 내 아이도 님 남편처럼 될거라면 안끔찍하세요?
    아이가 다 보고 배우고해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제발 답답하게 살지마세요 쿨하게 멋지게 살려고 노력해도 맘데로 안되는게 인생이잖아요 우울증이 깊어지면 큰일납니다 용감해지세요

  • 5. 11
    '15.9.2 5:33 PM (39.7.xxx.192)

    힘내세요 어떤 방향이든 행복한 쪽으로 움직이세요 아이도 같이요 인생 짧은데 넘 아깝잖아요

  • 6. 흠ㅇㅇ
    '15.9.2 5:37 PM (220.73.xxx.248)

    게으르고 짜증이 심하고 배려없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정말 힘들겠어요.
    그렇다고해서 원글님이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안 버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게 순하고 기가 약한 사람이 그런 사람을 만나더라구요.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는 버텻는데 더 이상 못 견딜 것같은 위기감이...
    자신이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온 것이죠.
    기왕 이렇게든 저렇게든 끝장을 내고 싶다면 용기를 한번 내 보세요.
    남편이 짜증 낼 때 원글님이 발악하듯 더 심하게 내보고
    게으르면 원글님과 아이만 깨끗이 챙기고
    휴일에는 콧노래 부르며 맛있는 도시락 싸서 아이와 놀러 가세요.
    뭐라하면 무시, 그리고 차가운 눈빛, 단호한 말투.
    의도적으로 강한이미지로 바꾸세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른 모습을 보이면.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반응이라도 할 거예요.
    남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을 하세요.

  • 7. ...
    '15.9.2 5:46 PM (175.197.xxx.92)

    토닥토닥 ㅠㅠㅠㅠ
    남편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만큼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세요.
    그 길 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그 후에 이혼을 하건 말건 그건 그 때 가서....
    좋은 책 많이 읽고, 좋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좋은 사람들 사귀고....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자신을 성장 시키세요. 경제적 능력도 키우시고...

  • 8. ..
    '15.9.2 6:08 PM (222.234.xxx.140) - 삭제된댓글

    남편은 그냥 동거인이라 생각하고 님 인생 님 인생이지 남편 때문에 망가뜨리지마세요

  • 9. 블루
    '15.9.2 7:02 PM (222.234.xxx.140)

    남편은 그냥 동거인이라 생각하고 님 인생 님 인생이지 남편 때문에 스스로 나를 망가뜨리지마세요

    남편에 대한 기대심을 접으세요 기대도 없음 실망도 없어요 남이다 아이아빠니 내가 살아주는거다
    아이 혼자 키우기 힘드니 그나마 남편이 있으니 그점은 좋은거다 라고 그이상 그이하도 생각마세요

  • 10. 이혼 싫으시면
    '15.9.2 7:29 PM (1.235.xxx.221)

    그냥 남편은 집에 있는 가구다 여기고 남편과의 알콩달콩 부부생활에
    대한 기대를 버리세요
    남편과의 관계에만 집착하면서 우울함으로 소중한 시간 날려버리지 마시고 여행이건 친구건 원글님이 행복할 수 있는 어떤거라도 발견해서 붙들고 사세요
    남편은 절대 안바뀌니까 달라진 남편을 기대하면서 그래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원글님은 너무 불행하잖아요
    우선 원글님 경제권 잘 챙기시고 가볍게 여행이라도 떠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6719 입주도우미쓰시는분들. 1 ㅏㅏ 2015/11/03 1,070
496718 이혼서류 접수하셨던분들 답변 부탁드려요 3 법원 2015/11/03 2,385
496717 직장에 아이를 데려오는 직원. 88 좀 헷갈리네.. 2015/11/03 20,197
496716 문체부, 정상회의 만찬장으로 쓴다며 미술관 전시 중단시켜 1 세우실 2015/11/03 755
496715 병든닭?처럼 골골대고 자꾸 눕고만 싶어요 3 골골 2015/11/03 2,307
496714 고3 벌점으로 출석정지가 가능한가요? 2 2015/11/03 1,519
496713 질좋고 예쁜 기모후드 4 편하고좋은옷.. 2015/11/03 2,396
496712 인터넷으로 사기 당하면 꼭 경찰서에 신고 하세요.. 8 .. 2015/11/03 1,803
496711 [국정화 반대] 겨울 가방 색깔 뭐가 좋을까요? 4 ??? 2015/11/03 877
496710 고양이 병원을 가봐야 할까요, 안가도 될까요? 8 2015/11/03 1,390
496709 무역회사 6개월 계약직 급여를 어느 정도 책정해야 할까요? 1 찬바람 2015/11/03 1,169
496708 분당 판교 죽전 수지 주민들께 여쭤봅니다~!!! 7 예쁜옷 2015/11/03 3,326
496707 옛날 캘빈 클라인 향수 이름 찾고 있어요 5 82 수사대.. 2015/11/03 1,503
496706 생협가입후 탈퇴 자유롭나요? 3 재자 2015/11/03 1,317
496705 교육부 유관순 2탄'광고...20억 넘게 써 5 세금펑펑 2015/11/03 1,090
496704 결혼전에 여러사람 만난거하고 결혼하고 바람피는 거하곤 10 결혼 2015/11/03 4,002
496703 제가 진상에 갑질했던 것인가요? 48 궁금 2015/11/03 17,119
496702 농지(논)를 면적의 반 만 팔려고 할 때, 분할 등기하려면 1 ... 2015/11/03 1,030
496701 뷰티플러스 사진삭제 하는 방법 아시는 분? 2 .. 2015/11/03 1,086
496700 [취재파일] 규정 몰라 매스스타트 무산, 한국 빙속 망신 1 세우실 2015/11/03 688
496699 수입이 얼마여야 아줌마 두명을 쓰나요? 7 Dd 2015/11/03 2,773
496698 사각 모기장 같은 난방텐트는 정녕 없을까요? 4 추운 집 2015/11/03 1,963
496697 갓김치가 너무 신데 이걸로 뭘 해 먹으면 될까요? 11 갓김치 2015/11/03 2,066
496696 강남역 지하상가 매매가가 얼마정도 인지... 궁금 2015/11/03 1,289
496695 보온도시락..밥통만 있는것도 있을까요? 49 초5엄마 2015/11/03 1,6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