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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꼬치구이와 사케

ㅇㅇ 조회수 : 1,000
작성일 : 2015-09-01 23:30:18

왜색 짙은 제목이라 죄송해요 ㅎㅎ 도쿄라서. 용서해요 ^^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고즈넉한 이 밤에
집앞 이자카야에 용기를 내어 들어와 봤어요
알바 청년이 권한 이모쇼츄(고구마소주) 미즈와리(물탄거)를
마시고 기분이 알딸딸해져서 하늘로 두둥실
폭신하고 잘 말린 솜이불 속에 싸여 알몸으로 고로롱고로롱쌕쌕
잠에 취하는 듯한 편안함을 느껴 기분좋게 적어봅니다

이대로 요 가게만 통째로 들어내어 서울로 옮겨가서
82분들과 같이 술한잔 기울이며 담소하고 싶은 기분이에요.

불빛은 마치 일드 심야식당같은 은은하고 소박한 통나무빛
주인장을 둘러싼 네모 구조는 아니지만 오밀조밀 복도부터
나무 테이블이 다닥다닥 조잡하게 붙어 있는 전형적인 일본 이자카야

지나가다 슬쩍 봤을때 중년여성 한둘이 혼자 맛나게 식사하는 걸 보고
언젠간 꼭 들어가보리라 맘먹었었는데 (꼬치 냄새가 죽여요)
그날이 오늘이네요
고국 방문 사흘 앞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빗줄기 속에 문을 여니
어김없이 이랏샤이마세
^^ 네네 반가워요
공교롭게카운터 일인석이 꽉차서
4인 테이블로 안내받았네요.
미안해서 어째요.. 아뇨 괜찮습니다. 예의바른 청년.
원빈과 이동건을 합친 듯한 얼굴이에요. (참 애매하죠 잉)
엄청나 착하고 친절해요

미안한 나머지 메뉴를 펼쳐놓고 부지런히 주문을 해요
기본안주로 된장과 날캬베츠 강제주문 ㅋ
내가 좋아하는 야키오니기리(구운 주먹밥)
닭날개 매운찜
아스파라거스 말이 꼬치
삼겹살마늘 꼬치

아 그리고 얼음탄 우메슈(매실주)

꼬치가 너무 맛있어서 비슷한 걸 또 시켰어요 ㅋ
마늘 통구이 꼬치
파구이 꼬치
아스파라 꼬치
삼겹살마늘 꼬치

아침까지 무한반복할 거 같아요
마늘통구이
아스파라...
... 는 농담이구요

매실주가 너무 달달해서
사케(니혼슈)나 일본소주에 도전해 보려고
메뉴를 펼쳤더니....
사케는 14종
일본소주는 120여종이 있는 거예요
ㅠㅠ
지역별 혹은 맛별로 고르라고.
고구마맛, 보리맛, 쌀맛, 흑설탕맛, 기타 등등

이럴 땐 물어보면 참 친절하게 가르쳐 줘요
여자들이 좋아하는 거 하나 권해달라 했더니
망설이다가
고구마맛 소주 한잔을 권합니다. 미즈와리(물탄거)

오케이. 오네가이시마스(부탁해요)
잔뜩 기대하고 마셔보니

앜 위스키처럼 쓰네요 ㅎㅎ

그러나 나의 달콤한 삼겹살마늘 통구이와 함께 꿀꺽꿀꺼덕 삼키니
입안에서 감미로운 술의 독향이 기분좋게 서서히 퍼져 갑니다

음악은 90년대풍 팝송들..?
한시대를 풍미했던 주옥같은 멜로디가 통나무들과 함께 빛나고
젊은것들은 이 음악을 알까...

홍홍홍

누구나 찬란한 때가 있었지
지금 이 시간
이국땅에서 고독하게 술잔을 기울고 있는 나에게도
유학시절 간질간질 썸을 타며
홍조띤 상기된 뺨으로 젊음을 불사르던
그런 시끄러운 화려한 날들이 나에게도 있었지

그래 그래서 지금이 더 값지고 아름다운 거...
젊음이 막 부럽진 않다
다시 돌아가도 나는 아마 이 자리에 서있을 거다 아마



입안 가득 삼겹살과 아스파라거스를 꾹꾹 눌러담아봅니다
행복하네요 ㅋ

슬슬 돌아가야겠어요
역시 밤새워 영업하는 한국이 그립네요

주절주절





IP : 126.152.xxx.2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5.9.2 12:12 AM (58.65.xxx.32)

    저도 꼬치구이 좋아해요 ㅡ
    근데 여기 빗소리 들으니까 왜 전 골뱅이가 먹고 싶을까요 ㅠㅠ
    소면과 골뱅이 쓰읍 쓰읍 매운 입에 맥주 한 잔 캬아~

  • 2. 오우
    '15.9.2 4:36 AM (42.82.xxx.109)

    단편수필을 읽는듯
    멋진글이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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