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 2년 정도 살았어요.
시댁 형제들 1층 우리 2층.
전망 좋고 조용하고 공기 좋고 산이 바로 뒤라 새소리 들리고..
전 친정에서 아파트 생활 오래 하다 그런 달동네는 첨인데도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그곳이 싫지가 않았어요.
부엌문이 현관문이라 여름에 문 열어놓음 실내가 훤히 다 보이는 집들.
좁은 골목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좀 힘들었어요.
아기 업고 장 봐서 양손에 비닐봉지 가득 들고 올라가다 어쩌다 퇴근한 남편 만나면
신랑이 얼릉 제 손에 든 무거운 것들을 다 받아주던 그 시절..
시댁 형제들 몰래 우리 둘이만 아기 데리고 전어회 먹으러 내려가다
미혼 시누이 만났는데 같이 가자 소리 안하고 우리끼리만 가서 냠냠하고..ㅎ
옥상에다 애기 기저귀 하얗게 털어 널던 20대 중반 새댁이는
그렇게 좁고 오래된 달동네 단칸방에서 알콩달콩 신혼을 보냈네요.
20년 전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요즘 간혹 그때가 참 그립네요.
저처럼 이렇게 달동네를 그리워 하는 분은 잘 없겠죠?
달동네가 그리운건지 남편이 마냥 좋던 그때가 그리운건지.. 잘 모르겠네요.
아이가 서너살때 살던 옥탑방도 그립고..
당시 옥상을 중년의 주인아주머니께서 정원으로 꾸미셔서 문만 열고 나가면
온갖 화초에 벌과 나비들이 날아다녔어요.
주인집 강아지도 옥상에 와서 놀고 우리 꼬맹이도 옥상에서 씽씽이 타고 놀았어요.
놀다 골목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면 울 꼬맹이는 아래를 내려다 보며
아무나 보고도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면서 반가워 하고..
옥탑방에서 보던 바다도 생각나고 겨울엔 실내 온도가 16도까지 내려 갈 정도로
무지 추웠고 여름엔 찜질방 같았던 곳이었는데 어느 겨울 날 보일러가 고장나
3일을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셋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자기도 했네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 추억..
나중에 제가 60 넘어가면 또 40대인 지금이 그리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