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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지대 주택 달동네가 그리워요

^^ 조회수 : 4,097
작성일 : 2015-09-01 18:06:50

신혼 때 2년 정도 살았어요.

시댁 형제들  1층 우리 2층.

전망 좋고 조용하고 공기 좋고 산이 바로 뒤라 새소리 들리고..

전 친정에서 아파트 생활 오래 하다 그런 달동네는 첨인데도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그곳이 싫지가 않았어요.

부엌문이 현관문이라 여름에 문 열어놓음 실내가 훤히 다 보이는 집들.

좁은 골목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좀 힘들었어요.

아기 업고 장 봐서 양손에 비닐봉지 가득 들고 올라가다 어쩌다 퇴근한 남편 만나면

신랑이 얼릉 제 손에 든 무거운 것들을 다 받아주던 그 시절..

시댁 형제들 몰래 우리 둘이만 아기 데리고 전어회 먹으러 내려가다

미혼 시누이 만났는데 같이 가자 소리 안하고 우리끼리만 가서 냠냠하고..ㅎ

옥상에다 애기 기저귀 하얗게 털어 널던 20대 중반 새댁이는

그렇게 좁고 오래된 달동네 단칸방에서 알콩달콩 신혼을 보냈네요.

20년 전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요즘 간혹 그때가 참 그립네요.

저처럼 이렇게 달동네를 그리워 하는 분은 잘 없겠죠?

달동네가 그리운건지 남편이 마냥 좋던 그때가 그리운건지.. 잘 모르겠네요.

아이가 서너살때 살던 옥탑방도 그립고..

당시 옥상을 중년의 주인아주머니께서 정원으로 꾸미셔서 문만 열고 나가면

온갖 화초에 벌과 나비들이 날아다녔어요.

주인집 강아지도 옥상에 와서 놀고 우리 꼬맹이도 옥상에서 씽씽이 타고 놀았어요.

놀다 골목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면 울 꼬맹이는 아래를 내려다 보며

아무나 보고도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면서 반가워 하고..

옥탑방에서 보던 바다도 생각나고 겨울엔 실내 온도가 16도까지 내려 갈 정도로

무지 추웠고 여름엔 찜질방 같았던 곳이었는데 어느 겨울 날 보일러가 고장나

3일을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셋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자기도 했네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 추억..

나중에 제가 60 넘어가면 또 40대인 지금이 그리울까요?

IP : 112.173.xxx.196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와
    '15.9.1 6:10 PM (192.96.xxx.134)

    굉장히 아련하네요. 눈앞에 풍경이 그려지는 듯 한데 잡을 수 없는 그런 느낌

  • 2. 퓨쳐
    '15.9.1 6:25 PM (114.207.xxx.106)

    남편이 마냥 좋던 그때가 그리운 겁니다. 제가 결론 내려 드립니다. ㅋㅋㅋ

    아무리 재벌2세라도 바람이 아니라 태풍을 몰고 다니면... 저택인들.... 그립겠습니까?
    여자들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졌어요.

    저도 손바닥만한 오래된 주공아파트에서평생볼 바퀴벌레 다 보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때는 남편이 냄편인 줄 철썩 같이 믿었거든요....
    그리고 진정을 다하면... 통한다 믿었거든요...

    지금도 나쁘지 않아요.
    다음 신세계로 향하는 마음가짐을 다진다 생각하면요....
    기왕 겪어야 될거라면 바르게 겪어서 통과하자는 마음 뿐입니다.

  • 3. ...
    '15.9.1 6:26 PM (211.243.xxx.65) - 삭제된댓글

    바다빼고 모든 풍경이 딱 우리집인데..
    고지대 주택가, 새소리 꽃 벌 나비 옥상 상추
    이웃집 골목...아이들...다 우리동네 얘긴데..
    달동네였군요 털썩~

  • 4. 저도 40대
    '15.9.1 6:28 PM (14.34.xxx.180) - 삭제된댓글

    저도 웃기지만
    이상하게 어린시절 못살던 집과 동네가 그렇게 좋아요.
    그때가 그립고 즐거운 추억도 많고
    방 2개에 11명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지내고 다른 방 한개는 월세주는데
    그 월세로 들어오는 사람들 에피소드도 많고

    비오면 마루에 비들어오니까 비닐치고
    겨울에는 자리끼물이 꽁꽁얼 정도로 추운데도 온돌방에 이불 뒤집어 쓰고 자면
    너무 좋고
    집에 목욕탕이 없어서 일요일 새벽에 목욕탕가는것도 좋고
    푸세식 화장실이랑 더럽고 냄새도 나는데
    이상하게 그때가 좋더라구요.


    지금도 옹기종기 모여사는 달동네를 티비에서 보면 그렇게 아련~~하더라구요.

    수십억대하는 집들 놀러가보고
    엄청 넓은집에 사는 언니집에 가봐도
    이상하게 넓은집보다 옹기종기 모여사는집에 대한 따뜻함? 온기를 더 좋아해요.

    이래서 제가 부자 될 수 없는건가? 하는 생각도 해봐요. ㅎㅎㅎㅎ

  • 5. 울컥
    '15.9.1 6:32 PM (112.173.xxx.196)

    요 몇년가 서로 소 닭 보듯..
    그러면서 속은 애증이 가득ㅜ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신랑한테 푹 빠져 살던 그때로요.

  • 6. ㅇㅇ
    '15.9.1 6:36 PM (222.232.xxx.69) - 삭제된댓글

    그곳이 달동네가 아니었어도 신혼 때가 그립죠. 보통.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다면 그 사랑이 절정이었을 때니.

  • 7. 이웃집
    '15.9.1 6:47 PM (112.173.xxx.196)

    이웃에 자녀 없이 중년의 부부.
    아줌마가 무슨 이유로 갑자기 말을 못하게 되셨어요.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셔서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시고 남편이 늘 뒷수발.
    그런데 어느날 그런 아내만 두고 남편이 도망을 가 버렸어요.
    나중에 아주머님 형제들이 와서 아주머니를 모시고 간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옥탑방 주인 아주머니는 아저씨가 백수.
    아주머님께서 미용실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던..
    그런데 이 아주머니 사연이 당신은 혼외자식인데 아버지가 어느 대학총장인지 교수님인지..
    아무튼 의사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옛날 첩자식은 지금보다 더 숨어살던 시절이라 외롭게 자랐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 못하던 아주버니랑 옥탑방 주인아줌마 두분이 잊혀지지 않네요.

  • 8.
    '15.9.1 6:48 PM (117.123.xxx.112)

    달동네가 그립네요
    옆집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점심모여먹고 이문세 별밤들으며 옆집언니방에서 수다떨고
    르네상스.하이센스 황미리.한유랑 순정만화에 푹 빠져서
    내 남편은 어떤사람일까
    상상만하던

    지금은 40대에 이혼을 꿈꾸며 하루하루 사는게 얘들때문에 참고사는게 힘들어요
    그땐 공동화장실 판자지붕이었고 물도 지하수공동 수돗가에서 설거지.빨래하며
    지금은 50평아파트에 외제차를 끌고다녀도 그때가 행복

  • 9. ...
    '15.9.1 6:48 PM (223.62.xxx.48)

    저도 어릴적살던 달동네가 항상 그립고 꿈에도 나온답니다 심지어 푸세식에 마당에 있던 화장실이었는데도 그립네요...
    생각만하면 마음이 따뜻해요

  • 10. 경험없지만
    '15.9.1 6:56 PM (112.187.xxx.4)

    조용한 산아래 동네서 살아보고 싶어요.
    아주 어릴때 말고는 아파트에서만 살아와서 주택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있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질색하네요.

  • 11. 어릴적
    '15.9.1 6:56 PM (112.173.xxx.196)

    아파트로 이사가기전 마당에 수도 하나 놓고 7가구가 살았어요.
    울 엄마가 늘 이거저것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셨는데 항상 동네 아줌마들 우르르 모여 수다판이 벌어졌던 것 같아요.
    거기서 7년 넘게 살다 부모님이 새아파트 장만해서 이사를 가니 동네 사람들이 다 축하 분위기면서도
    엄마도 동네 사람들도 다 섭섭해서 훌쩍훌쩍 울었어요.
    저는 쥐 나오는 그집이 싫고 인상 고약한 주인 할머니가 울 엄마한테 월세 독촉 하던 그곳이 너무 싫었고
    공동 화장실 푸세식도 정말정말 싫다 새아파트에 들어가니 정말 신세계가 열렸던 것 같아요.
    우리 형제들이 좋아하니 젊은 부모님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제 노인들이 되셨네요.

  • 12. ㅁㄹㅇ
    '15.9.1 7:26 PM (1.229.xxx.49) - 삭제된댓글

    그시절 달동네는 정이 있어서 그리울수 있을것같아요...
    요즘은 달동네 주택가 범죄도많고 무서워서

  • 13. 최근에
    '15.9.1 7:42 PM (112.173.xxx.196)

    신혼집이 있던 그 동네에 가 봤는데 집집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고 골목도 정비가 되어 있어 예전 보다는 깨끗한 느낌이고 주로 노인층이 살다보니 그때보다 더 고요하더군요.저 신혼깨만 해도 골목에 아이등이 있었는데 요즘은 다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하니 달공네 젊은 사람이 없는것 같아요

  • 14.
    '15.9.1 8:19 PM (119.64.xxx.194)

    원글님 어쩐지 부산일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 부산에서 살았거든요. 40년 전 얘깁니다. 달동네는 아닌데 친구들 중 거기 사는 애들이 많아서 자주 놀러갔어요. 어리니까 그 계단이 힘든 줄도 모르고 오르락내리락. 그때는 다들 희망이 있고, 가난해도 누구랑 비교하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거기 살던 애들 중 명문대 간 애들도 많고요. 언니가 결혼하고 나니 시댁이 그 동네. 근데 그 댁은 .6.25 때 피난와서 살게 된 하꼬방 고쳐서 살고 있더라구요. 다들 지금은 한 재산 갖고 계시지만요. 저는 어릴 때 부산을 떠나서 어른 된 후 부산 가면 그렇게 좋아요. 이미 20년 전부터 저는 부산 산복도로에 대한 향수 때문에 나만의 핫 스팟으로 콩 찜 했는데 요즘은 산복도로 프로젝트도 생기고, 느닷없이 감천 문화마을이 각광받고 하니까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의 비밀스런 장소를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네요. 달동네에 대한 향수나 경험보다 어릴 적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의 정겨운 장소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막상 살라고 하면 주차나 교통 문제 때문에 힘들 거 알면서도요.

  • 15. 혹시
    '15.9.1 8:20 PM (58.120.xxx.141) - 삭제된댓글

    인천 쪽인가요?

  • 16. ..
    '15.9.1 8:37 PM (110.9.xxx.26)

    얼마전 1박2일서
    응봉산이 나오는데
    산꼭대기까지 빽빽한 주택들,시장ᆢ
    정겹더군요

  • 17. 초보
    '15.9.1 9:19 PM (1.243.xxx.112)

    혹시님 제 생각에도 인천쪽 같아요 ㅋㅋㅋ
    근데, 저는 달동네없어지고 세워진 아파트에 살아요~

  • 18.
    '15.9.1 9:39 PM (219.250.xxx.216)

    서울 치고 지대가 높아요
    언덕 두 개 올라야 하는 빌라.
    언덕이 길지는 않지만 경사도가ㅠ
    유모차 몰고 늘 헐떡댑니다ㅠ
    님처럼 그리워할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ㅠ
    전 얼른 돈 많이 벌어 이사가고 싶거든요.

    이전에 있던 곳은 좁고ㅠ
    결혼 첫 해는 에어컨 없어서 열사병ㅠ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전기장판 작은것 틀고도 덜덜
    떨려서. 주전자에 물 끓여 껴안고 자다가 다 쏟고ㅠ
    전 생각하기도 싫은데.

  • 19. 추억이
    '15.9.1 10:57 PM (210.123.xxx.101)

    덕분에 아련한 신혼시절 생각~
    귀여운 아가도 많이 컸겠네요
    따뜻한글 잘 읽었어요

  • 20. 부산 초량동 달동네
    '15.9.2 2:19 AM (184.152.xxx.72)

    어릴때 거기 살았는데.....부산 앞 바다도 보이고...
    초량시장에 엄마 따라 가면 바로 바로 기름에 튀겨 주던 따끈한 오뎅
    그때는 빨리 그동네를 벗어나고 싶었는데....지나고 보니
    다 정겨운 추억이 되네요.
    힘들고 가난했지만 그래도 정이 있고 다들 열심히 살았던 우리 동네 사람들
    다 생각나네요. 소독차 따라 다녔던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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