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6세 큰 아이가 우울해보여서 고민이랍니다.
연년생 동생이 태어나고는, 전업이지만 큰 애한테 소홀해져 마음 다칠까봐 입주이모님이랑 1년반동안 같이 지냈구요.
누군들 아니겠냐만은, 많이 이뻐하며 열심히 키웠습니다.
돌아보면 좀 과보호하며 키웠나 싶기도 해요.
어린이집 생활은 안 했고, 5세 때 바로 일반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5세 때는 잘 다녔는데,
6세 들어 반이 바뀌고 좋아하던 선생님, 좋아하던 친구들 없어지고 부터는
아이가 유치원에 마음을 못 붙이고 가기 싫어하더라구요.
타일러서 보내봤지만 아이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소극적인 느낌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그만 두게 하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고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이것저것 가르치며 데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동안 행복하게 지냈구요.
하지만 친구랑 어울릴 기회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려,
2학기 개학한 8월 중순 즈음부터 다시 보내고 있는 참인데요.
2주가 지난 지금, 아이는 3월처럼 다시 어두워졌습니다. 말수도 적어지고, 웃음도 없어지고.
갑자기 동생에게 예민해졌습니다. 동생을 안아주기만 해도 "나는 유치원에 보내고 엄마는 동생만 사랑해?" 하고..
집에서 제가 이것저것 가르치는데 집중력도 영 떨어졌구요. 한마디로, 우울해보여요.
(홈스쿨 시절엔 두 세 시간동안도 앉아서 몰두할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어째 애가 멍~ 한게,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것 같아요. 유치원 복귀 후 학습은 제자리 걸음이다 못해 퇴보 중)
1. 유치원이 문제이거나
2. 아이가 문제이거나
3. 아이와 유치원 사이의 (아이와 - 현재 반 구성 간의) 궁합이 문제이거나
할 것 같은데요..
1. 먼저 유치원이 문제인걸까 싶어서 살펴봤는데...
일단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상당히 괜찮은 유치원입니다.
평좋고 시설 훌륭하고 시스템도 좋고 원장님도 좋으세요.
올해 담임 선생님은...매우 성실하고 착하고 좋은 분인 것 같긴 한데, 카리스마는 별로 없는 스타일이세요.
거기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려 하다보니, 많은 애들(25명) 이끌고 나가기에 약간 힘이 부쳐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긴 했어요.
저희 아이처럼 좀 수줍고 내성적인 스타일의 아이는 선생님이 약간 북돋워주고 애들 사이에 녹아들 수 있게 좀 도와주시면 좋은데, 애들 개인 개인 신경쓰실 그럴 여력은 없어보이더라구요. 저희 아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구 혹시나 해서 살펴봤는데 선물같은 건 안 통할 거 같은 스타일이셨어요..^^;)
2. 유치원의 저런 세팅은 사실 평범한 거일 꺼 같은데요. 아이가 문제일 수 있겠죠?
집에서 엄마가 잘 해주는 편이고, 재미있는 것도 부족하지 않게 넣어주니까 아쉬움은 없고,
유치원 가서 규율많은 단체 생활 할려니 스트레스 받고.
사회성이 좀 부족한 스타일이라 친구 관계에서 재미도 못 찾고.
여왕같은 스타일 애들한테 위축도 되고..그런 거 아닐까 싶어요.
(놀이터에서 지켜보면, 아이가 사회성이 좀 부족한 편이에요.
친구 사귀고 싶어하는 것 같고, 친구들에게 호감은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아이가 새침해서는 먼저 다가가기는 커녕, 다가오는 친구에게도 대꾸를 잘 못 하는 모습이에요.
저도 어릴 때 이랬다가 나중에 좋아졌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안 합니다만..하긴 저도 유치원 다닐 때 불행했었어요.^^ )
3.뭔지 모르지만 궁합이 문제인가 싶어서, 원을 바꿔볼까 해도 다른 일반 유치원으로의 전원은 엄두가 안 납니다.
스물 몇 명이나 있는 대 그룹에서 새로운 적응은 많이 힘들 것 같고요. 옮긴다고 행복하게 잘 지낸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래서 이 참에 영어유치원에 보내볼까 해서 지난 초여름 쯤 영유도 잠깐 보내봤는데...
아이가 편안해하긴 하는데 좋아하진 않더라구요. 앉아만 있는게 싫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은데 안 된다구요.
게다가 어릴 때부터 집에서 매일 영어 노출했더니 5세때부터 영유 다닌 2년차 애들이랑 비슷하다 하니, 굳이 보낼 이유를 못 찾겠더라구요.
윽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요. 선배님들..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차피 7세/초등부터 이런 저런 스트레스 받아가며 사회생활 실컷 할 텐데, 지금은 집에서 그냥 행복하게 데리고 있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적응을 시켜야 될까요? 아이에게 물어보면, "유치원 생활이 힘들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거니 끝까지 다녀보겠다.(아이는 자신이 영어유치원 대신 일반유치원으로의 복귀를 선택한 거라 생각하고 있음.)" 합니다. 하지만 주말까지도 파리한 얼굴을 보니 잠이 안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