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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담담하게 헤어지는 모습을 보는게 더 슬프네요

....... 조회수 : 1,939
작성일 : 2015-08-28 12:24:03

투병중인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래도 남편 아버지이니 눈물도 많이 나고 입관할때 오열하는 시어머니를 보고 나도 남편을 먼저 보내면 저렇게 슬프겠지 감정이입되서 너무 슬프더이다

아버님 속 제일 많이썩히면서 제일 많이 울기도 한 둘째 시숙 이번 초상을 끝으로 헤어진다고

사업이 안풀려 전 재산을 날리다 못해 온 가족 돈도 다 끌어다 쓰고 집안을 풍지박산으로 만들고

몇년동안 돈 사고 치고 집안이 망해가는 과정을 보았지만

우리도 큰 피해자이기에 그 집의 사정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헤어진단 소리는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했는데

장례식장에서 형님은 평소처럼 일을 하고 손님을 맞고 다른 식구가 그런것처럼 반가운 사람 만나면 화기애애 술도 마시고

이번 초상이 시댁식구 만나는 마지막이 될거야 담담하게

아이들 데리고 놀러 많이 다녀 애들이랑 텐트치고 자고 그런 추억이 좋았다고

드라마처럼 빚쟁이가 쳐들어와서 시숙을 폭행해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저사람 돈도 빌려서 못갚았어

고등학생 조카는 좁고 시끄러운 상가집에서 너무나 잘잡니다 밤에도 낮에도 계속 자요

집에선 빚쟁이,경찰이 왔다갔다해서 불안함속에 살았어요 

저렇게 장례식장이 더 편해서 잘자는 아이를 보는게 마음아프다고

자식중에 한명만 데려가서 키운답니다

헤어지게 될 자식이랑 얘기나누는 시숙의 모습도 너무 슬퍼보이고 부부끼리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합니다

차라리 남편을 증오하기라도 할것이지

상을 다 치르고 시댁에 모여 손님도 보내고 마지막 저녁식사를 합니다

시댁 부엌꼴이 엉망입니다

같이 설겆이를 하고 나중에 형님이랑 싱크대 좀 치워드려

그때부터 왈칵 눈물이 나는걸 참았어요

형님 우리 또 볼일이 있겠죠? 그래

나랑 너무나 맘이 잘맞아 만나면 얘기하기 바쁜 형님 , 이젠 안친하고 어색한 큰형님과 나만 남았어요

형님 나는 아직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근데 끝인데 어쩌나 형편이 풀려도 마찬가지야

술을 많이 마셨어요 형님이랑 주거니 받거니

시댁식구들이 술 잘 마신다고 놀래요 원래 시댁에서 술 잘 안마시거든요

시댁식구들도 대부분 형님이 떠날걸 알지만 혹시나 해서인지 아무도 내색안하고 웃고 떠들며 술자리를 가집니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 애들 어릴때 아버님 칠순기념으로 찍은 사진을 보며저때가 참 좋았다고

정신이 퍼뜩 듭니다

그래 시숙부부 정말 행복했는데

마음씨가 너무 착해서 탈인 시숙과 동갑내기 친구같은 부부

박봉으로도 알뜰히 돈모아서 번듯한 집도 사고 알콩달콩 재밌게 살았는데

그놈의 사업만 안했어도. . .

작년까지만 해도 그래도 남편이 좋다던 형님이 더 이상 버티지 못했나봐요

졸지에 집도 배우자도 자식도 다 뿔뿔히 흩어지고 사라지고 행복했던 그모든게 사라진 그 맘이 어떨지

이제는 형하고도 끝이라고 선언한 남편도 마음이 약해져서 빚청산하면 다시 도와주고 싶다고

재산을 0 으로 만들어 재결합하게 해주고 싶다고

그래도 저 둘은 사이 좋았지 않냐고

사실 지금 빚 청산의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그동안 너무나 많이 미루고 미루어 와서 믿기진 않지만 마지막 희망이기에

어쩔수 없이 그것만 바라보고 있는데

만약에 정말로 빚 청산이 된다면 형님 다시 돌아오면 좋겠어요

모든 식구들이 바라는게 그거

시숙도 빚중에 처가집 식구한테 빌린걸 제일 먼저 갚겠답니다

이혼하면 사실 처가는 돌아볼 이유가 없겠지만 형님을 놓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에서겠지요

늙고 지친 어머님이 아버님대신 아들과 손주하나를 떠맡았습니다

바로 발인 다음날에 가방싸서 보냈어요

왜 그 애를 보냈는지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에만 있는 발달 장애아입니다

아들 둘 중에 멀쩡한 애는 자기가 데리고 있고 부족한 아이를 보냈어요

그건 좀 화가 나네요 그래서 재결합을 더더욱 바라구요

어머니 아프시기라도 하면 조카는 누가 돌보라고 이해되지 않는 구석도 많아요

IP : 220.84.xxx.2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8.28 1:41 PM (121.170.xxx.173) - 삭제된댓글

    안 좋은 일이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초월 경지에 도달하는 것 같아요. 미워하던 마음 사랑하던 마음이 다 무덤덤해지고 마음은 갑옷같이 단단해지고요.
    원글님 생각이 고우시네요

  • 2. ......
    '15.8.28 2:03 PM (180.211.xxx.41) - 삭제된댓글

    원글님이 담담하게 글을 차분하게 잘 쓰셨네요.
    제 주위 아들 많은 집들이 다 저렇더라구요. 아들 중 한 둘이가 꼭 저렇게 사단이 나서
    말년에 손주 떠맡아 키우면서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그리고 그 사단난 형제때문에
    다른 형제들이 돈문제로 고통당하고......

  • 3. ...
    '15.8.28 3:10 PM (118.35.xxx.244)

    제가 미쳤죠 저 인간을 불쌍하게 생각하다니 돈한푼 안빌려준 큰형님도 시숙 얼굴 보기싫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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