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故 고현철 교수의 죽음은 대학의 죽음이다

물빛 조회수 : 795
작성일 : 2015-08-21 16:37:01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성명서>

 

故 고현철 교수의 죽음은 대학의 죽음이다

- 대학자치와 교육자치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8월 17일 부산대학교 故 고현철 교수가 대학 민주화를 주장하며 투신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부산대학교의 학내 문제만으로 볼 수 없으며 한국의 교육정책 전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오늘날 정치화하고 상업화한 대학은 더 이상 학문과 지성의 전당이라고 볼 수 없고,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지식생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교육부는 이른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미명 하에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왔다. 대학민주화의 산물인 총장직선제를 기형적인 간선제로 바꾸고, 성과급적 연봉제를 실시하였으며, 이 모든 정책을 철저히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지표와 연계시켜, 대학을 종속시켜 왔다.

 

총장직선제는 자치에 따른 쟁점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대학민주화노력의 산물이다. 직선제의 장단점과 무관하게 적어도 지난 수년간 대학구조조정 정책과 맞물려 이루어져온 직선제 철회 시도는 명백하게 대학의 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각종 대학지원정책, 대학평가 등으로 인해 대학들은 학문과 교육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통제받으며 국가의 관료기구에 종속되고 있다. 특히 대학의 고유한 학문 교육 기능을 무시한 획일적인 대학평가와 관리주의 중심의 교수평가 정책 등으로 인해 한국의 대학은 수준 높은 학문연구와 교육 공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대학사회에 만연한 관리주의와 불안정노동은 경쟁과 효율의 논리 속에서 출구를 찾기 어려운 지경이며, 대학구성원들은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故 고현철 교수의 죽음은 이러한 한국 대학의 총체적 질식과정에 대한 경고이다. 대학 내 구성원의 민주주의를 도외시한 관료적 통제는 한국 교육의 미래를 극히 어둡게 한다. 신자유주의적 관리주의와 국가통제로 많은 대학들에서 의사결정의 민주화는 제한되고 있다. 학문사상의 자유에 기초한 대학의 공공성이 상실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대학에 대한 통제는 비단 대학에서의 민주주의를 원점화하려는 시도일 뿐 아니라 교육자치 전체를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의 등 투쟁과 희생으로 이루어낸 형식 민주주의를 폐기하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 대학은 날카로운 지성 대신 통제와 관리, 무관심과 체념이 난무하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한국 교육의 희생양으로 바친 故 고현철교수의 죽음을 통해, 대학사회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낱낱이 드러내고, 한 개인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학문․교육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과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성과들을 되찾고 역사를 다시 앞으로 이끌어나가는 성찰과 행동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2015.8.21.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IP : 58.234.xxx.24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학문의 상아탑
    '15.8.21 4:47 PM (113.131.xxx.41) - 삭제된댓글

    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대학도 경쟁력이 필요하지요. 그러나 줄세우고 통제하고 과정보다는 성과위주의 평가등등이 만연하면서 기초학문등이 고사되고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씹습니다.. 대학이 대학다워야죠.

  • 2. 학문의 상아탑
    '15.8.21 4:48 PM (113.131.xxx.41) - 삭제된댓글

    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대학도 경쟁력이 필요하지요. 그러나 줄세우고 통제하고 과정보다는 성과위주의 평가등등이 만연하면서 기초학문등이 고사되고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씹습니다. 대학은 대학다원합니다.

  • 3. 학문의 상아탑
    '15.8.21 4:49 PM (113.131.xxx.41)

    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대학도 경쟁력이 필요하지요. 그러나 줄세우고 통제하고 과정보다는 성과위주의 평가등등이 만연하면서 기초학문등이 고사되고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습 니다. 대학은 대학다워야 합니다.

  • 4. 물빛
    '15.8.21 5:10 PM (58.234.xxx.245)

    예, 진정한 학문 연구와 교육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대학 안에서 만큼은 지성과 민주주의가 작동되어야 합니다.

  • 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5.8.21 9:46 PM (1.241.xxx.40)

    참으로 마음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 고현철교수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겠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9878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구나~~댓글 좀 많이 달아주세요. 2 ... 2015/10/13 2,090
489877 내일 아침 서울 시내는 현수막이 쫙 깔릴듯 15 국정교과서반.. 2015/10/13 4,395
489876 새 교육과정도 '주체사상'을 '학습요소'로 결정 샬랄라 2015/10/13 519
489875 42 살 이후에 첫째 낳아보신분 어떠세요 24 딩 크 2015/10/13 5,542
489874 조중동 읽으라는 교수 4 속터지는 교.. 2015/10/13 864
489873 백화점 환불. 내일이 8일째인데 될까요? 4 ... 2015/10/13 1,747
489872 친구가 되어주세요 19 친구 2015/10/13 2,587
489871 캣맘 사건 범인 의외로 어린이일수도있지않을까요? 49 ㅇㅇ 2015/10/13 2,786
489870 10*10같이 묶음 배송 안되는 쇼핑몰 쇼핑은 어떻게 하시나요?.. 3 ;;;;;;.. 2015/10/13 678
489869 어떻게 된게 쉴 틈을 안 줘요 2 황숙짜 2015/10/13 1,069
489868 생고기 택배 시간이 오래걸리면 먹어도 되나요? 생고기 2015/10/13 846
489867 미드나 영화 어디서 다운받아야하나요 2 2015/10/13 1,638
489866 85학번 시대에 강원대 수준은 어떠했나요 11 ... 2015/10/13 4,969
489865 범야권, 국정화저지 공동대응..손잡은 文-千 5 샬랄라 2015/10/13 748
489864 부영그룹 8 1 2015/10/13 2,168
489863 10월 13일, 갈무리 해두었던 기사들을 모아 올려봅니다. 2 세우실 2015/10/13 473
489862 황정음 이뻐지고 15 ## 2015/10/13 6,437
489861 수도권 공대 졸업반인 딸이 유아교육 쪽을 하고 싶어해요. 7 딸엄마 2015/10/13 2,369
489860 국정교과서 반대의견 개진방법안내 5 국정교과서반.. 2015/10/13 576
489859 신용카드에 VISA 라고 돼있는게, 해외에서 쓸수있다는건가요? 2 신청중.. 2015/10/13 2,825
489858 초등선생님 계신가요? 알려주세요 32 에휴 2015/10/13 4,943
489857 6년만에 3억들고 잠수탄 사기꾼이 잡혔네요 2 사기꾼 2015/10/13 3,123
489856 검찰출두 배웅하는 김어준총수..ㅠㅠ 11 미디어몽구님.. 2015/10/13 2,388
489855 고양이생각 3 야옹이 2015/10/13 1,102
489854 김밥 3 아이고 2015/10/13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