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7월 19일 오후 1시경, 서울시내 혜화동 로터리에서 총성이 울렸다. 몽양 여운형이 탄 승용차가 트럭에 막혀 멈춘 순간, 괴한 1명이 자동차 범퍼에 뛰어올라 몽양을 향해 권총 3발을 쏘았다.
한 발은 등에서 복부로, 다른 한 발은 어깨 뒤쪽에서 심장을 관통했다. 총탄을 맞은 여운형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숨을 멈췄다. 그의 나이 62세일 때이다. 이렇게 해서 남북한의 좌우를 아울러 분단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3일 후 범인이 평북 영변 출신의 19세 소년 한지근이라고 발표했다. 과연 그럴까? 먼 훗날 진짜 범인 4명이 자수하고, 유명한 정치깡패 김두한이 방송에서 폭로하면서 '백의사'(白衣社)라는 단체가 암살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의사의 총사령인 염동진이 참모였던 나를 오라고 해서 갔죠. 그랬더니 암만해도 여운형을 패야 된다고 해요. 그러니 '김 동지가 정보와 돈과 무기만 우리한테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요. '좋습니다. 여기서 못하면 제가 하려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저보고 총을 구해달라는 거에요. '총이요? 제가 드린 것은 다 어떻게 했습니까?' 하고 묻자, 그걸 가지고 38선을 넘어가 이북에서 공작을 하느라 탄환하고 총이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총을 갖다 주었어요."
김두한의 진술대로라면 백의사 조직이 여운형을 암살했고, 김두한은 총을 전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