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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영화평론가 이동진 책속 어록

조회수 : 3,063
작성일 : 2015-08-19 20:11:33

더운데 읽으면서 낭만이 솟아 오르네요..

정말 글귀들이 주옥같다는 생각이..

 

러브레터- 오타루

"OO씨, 사랑해요." 사랑의 추억은 언젠가 뇌리에서 사라져도, 세상 한구석에서 그 사랑의 흔적은 불멸한다.

 

그러나 그 어린 아이들도 <러브레터>에서처럼 그들만의 진지한 사랑앓이를 한다. 풋사람이라고 웃어넘기지 말 것,

최초의 상처가 가장 깊으니까. 


오타루의 겨울, 하늘과 땅 사이에는 온통 새하얀 눈이 시간을 덮고 있었다. 쏟아지는 눈 속에서 열정도 그리움도 꿈도

현실도, 모두가 아득하게만 여겨졌다.

 

 

비포선셋 - 파리

사랑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입 밖으로 내뱉은 낭만이 아니라 심장으로 삼킨 연민이다.

안타까웠던 9년전을 떠올리며 셀린은 "다시 만났으니 추억을 바꿀 수 있어. 허무했던 우리의 마지막 대신"이라고 말하고, 제시는 "살아있는 한 추억은 계속 바뀌지"라고 답한다. 세월 앞에서 좌초한 감정을 목도한 어떤 연인들은 추억의 내용을

바꾸면서까지 기어이 감정을 살려낸다.

 

시간은 균질하게 흐르지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맴을 돌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역류하기도 한다.

센 강변에서 시간은 호수처럼 넉넉히 고여 있었다.

 

회상되는 것은 세월이 아니다. 우리가 문득문득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순간이다. 순간은 도도한 세월 앞에

늘 무릎을 꿇지만, 결정적인 지점에 되살아나서 그 모든 시간을 무화시킨다. 지루한 영원은 폭발하는 찰나를 동경한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 시카고

 

행복한 결혼을 앞둔 마이클에게는 더이상 필요 없는 줄스의 사랑까지 집요하게 달라붙고, 오랜 세월 바로 곁에 사랑을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던 줄스는 뒤늦게 허둥지둥한다. 사랑은 굶주려 죽지 않는다. 그것은 늘 소화불량으로 죽는다.

 

이터널 선샤인 - 몬탁

 

시간이 흐를수록 함께 지내는 기쁨보다는 부대끼는 권태가 더 커져서 이별을 맞게 된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그런영화의 주인공이 살아가는 거리 이름이 낭만적이기 이를 데 없는 '밸런타인 길'이라니. 마약으로 신음하는

 마을 한가운데 우뚝 선 아파트 이름이 낙원을 앙망하는 '에덴 골짜기' 라니

 

끝없이 굴러 내리는 바윗돌을 무망하게 언덕 위로 밀어 올려야 하는, 사랑은 어쩌면 시시포스의 노동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재회한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가 상대에 대한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워버린 사실을 확인하고도,

 서로에 대해 그토록 넌더리를 낸 이유와 그들 사랑의 지겨운 종말을 알아채고도, 그 사랑을 다시금 처음부터 시작한다.

 

 

화양연화 - 캄보디아

 

'화양연화'란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뜻한다.

그런데 이 영화속 차우와 리첸은 그 아픈 사랑을 절절히 앓고 있을 때, 정말 그 순간들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느꼈을까.

 

'똔레샵'이 '신선한 물'을 의미한다는 역설 속에 세계의 부조리가 고스란히 들어앉아 있었다.

"이 물을 먹어도 아무 탈이 없으니 그만하면 신성한 물 아니냐"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명쾌하기 그지 없는 그의 답변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자조처럼 들렸다.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덜 갖춘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가 상대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나는 정말 이들보다 더 행복한가.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물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똔레삽에서

현자처럼 말하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위선일까.

 

 

 

나니아 연대기 - 뉴질랜드

 

세계 곳곳의 명승 고적에 새겨진 연인들의 약속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곳에 잠시 머물렀으면서도 호기롭게 영원을 새기고 떠난 그 많은 사랑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약속을 새겨야 하는 곳은 바위가 아니라 마음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물과 같은 유동체인 마음은 종종 약속이 새겨진 자리를 무심히 지나서 저 멀리 흘러간다.

 

게으름 피울 수 있는 권리, 최선이라는 말에 쫓기지 않을 권리, 주저하고 때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도 있는 권리

 

 

글루미 선데이 - 부다페스트

 

자신의 인생에서 한 페이지를 찢어내지 못해 괴로워할 때, 어떤 사람들은 책 전체를 불 속에 던지고 싶어 한다.

 

슬픈 말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 입 밖으로 내뱉은 슬픔은 부메랑이 되어 더 큰 슬픔을 몰고 귀환한다.

요동치는 역사에서 안온한 현재로 돌아오는 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amui214&logNo=220377649169

 

IP : 58.123.xxx.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맥주와 로그인
    '15.8.19 8:25 PM (221.157.xxx.73)

    글귀만 봐도 울컥울컥하네요 ㅜㅜ 아 ㅜㅜ

  • 2. 지나다가
    '15.8.19 8:43 PM (122.37.xxx.8)

    배부른 감상 자~~~알 봤소. 유사이래 배부른 소리가 문장이 되었다란 걸 못배워서리. ㅎㅎ

  • 3. 지나다가
    '15.8.19 8:45 PM (122.37.xxx.8)

    그 냥반 낭만은 누굴 깨우는 잠꼬대래요?

  • 4. 이자벨
    '15.8.19 9:29 PM (223.62.xxx.19)

    이동진 영화평 끌어당기는 말들이 많네요

  • 5. ..
    '15.8.19 10:31 PM (126.11.xxx.132)

    이동진 영화평 좋아해요

  • 6. 이동진 평론가
    '15.8.20 8:30 AM (211.200.xxx.75)

    독서량이 엄청나더군요
    영화 평론 좋아하시면 김영진씨 평론도 읽어보세요
    드라이 하면서도 내면이 따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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