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문환 이사장과 골프 치는 자리에서 '라디오스타' 출연 청탁 정황… “꼰질렀더니 전화해 준대요”
강용석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12월 경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김문환 이사장을 만나 MBC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도와달라고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이 19일 입수한 강용석 전 의원과 일반인 A씨가 2013년 12월 경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강용석 전 의원은 김문환 당시 방문진 이사장과 골프를 치는 자리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
강용석 전 의원은 “방문진 이사장이 대학원 시절 교수인데 이 양반이 골프치자해서 무조건 갔죠”라며 “라디오스타 제작진은 저를 출연시키자 하는데 예능국장이 틀었다고 꼰질렀죠. 그랬더니 자기가 전화해준대요”라고 적었다. A씨가 “접대하느라 수고했네요”라고 하자, 강 전 의원은 “접대는 아니고 돈은 케이티 부사장이 법인카드로”라고 적었다.
강용석 전 의원과 김문환 이사장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카카오톡 문자내용이 사실일 경우 공영방송사 대주주가 친분을 이유로 예능프로그램 출연자 선정에 개입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2013년 12월 당시 ‘라디오스타’ 연출을 담당했던 전성호PD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강용석씨 섭외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방문진 이사장 임기를 마친 김문환 전 이사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13년 말에 강용석 변호사와 골프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김문환 전 이사장은 “그 친구(강용석)는 아주 가까운 내 제자”라고 전한 뒤 “골프 치는데 사람이 하나 부족해서 불렀다”고 밝혔다. 강 전 의원이 프로그램 출연을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길 왜 나한테 하나. 내가 그럴 힘이 있나”라고 부인했다. 이어 “그 사람(강용석)은 그런 거(청탁) 할 사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용석 전 의원이 A씨와 카카오톡 대화과정에서 과장을 하거나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디어오늘은 강 전 의원과 A씨 사이의 문자 내용이 사적인 대화의 영역이라고 판단했으나 법정에 제출된 자료인 데다 공영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청탁하고 대주주 이사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돼 사회적으로 보도가 필요한 사안이라 판단하고 A씨의 이름을 익명처리해 보도하기로 했다.
한편 강용석 전 의원은 현재 A씨의 남편과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며 ‘불륜 스캔들’로 구설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