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오징어 볶음 만든다고 썰다가
흰도마위에 붉고 얇고 꼬불거리는 기생충님을 영접하였습니다.ㅠㅠ
가뜩이나 미끄덩거리는 촉감과 그 냄새가 별로라 눈 질끈 감고 하고 있었는데..힝..
물에 몇번을 헹구고 고추가루, 고추장등 양념 팍팍 넣고 재웠다가 지글지글 볶아 먹었는데
전 어째 식욕이 나질 않더군요.
맛있게 먹는 신랑에겐 기생충 얘기 안했어요.
하물며 생닭, 생선들 만질때도 그런데.
정말 요리하실때 생물 파바박 손질 하시는 분들 너무너무 대단하신 것 같아요.
한식대첩 나오신 님들은 제겐 신입니다. ㅋㅋ
제가 요리 솜씨 있다는 소리도 듣고 하는데...사실은 아닌 것 같아요.
진짜 이렇게 생물 손질 할 정도는 되야지 내가 요리좀 하지..할 것 같은데..
언젠가는 볼에 물 담아 놓고 조기를 씻는다고 넣었는데 볼의 깊이가 있어서
조기들이 둥둥둥 움직이며 떠 있는데 순간 살아있는 생선들 같아 보여서 소리를 와락 질러버렸지 뭐예요.
팔에 소름이 장난 아니었구요.
닭도리탕이나 갈비찜 만들면서 핏물빼고, 기름 손질하는 과정에서 입맛이 뚝 떨어질때가 한두번이 아니구요.
맛나게 만들어 놓고 옆에 밑반찬만 먹게 되는.ㅠㅠ
아이가 생기니까 안할수도, 안만질수도 없더라구요. 고기 핏물빼는게 매일매일 일이구요.ㅎㅎ
으아...
저도 요리 식재료들 의연하게 대하고 싶습니다. 쿨하고 싶습니다. 대범하고 싶습니다.
파바박..손질...
몇년후의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ㅠㅠ (밥 안해먹는 자취 십년, 주부 삼년차 입니당..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