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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예약없이 혼자 떠난 제주도 1박2일-3

pipi 조회수 : 3,834
작성일 : 2015-08-12 11:22:27
천제연폭포 근처에는 서너 개의 식당과 서너 개의 숙소가 보였습니다.
펜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휴가철 모텔 같은 곳들입니다.
둘러보니 1층에 마트가 있고 그 마트와 같은 이름을 달고 있는 펜션이 적당해보여
그리로 갔습니다.
일요일 오전 펜션은 텅 비어있어서 2층에 위치한 살림집에 문의해서
영화 '바톤핑크'처럼 어두컴컴한 복도를 가지고 있는 3층의 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방값은 무척 저렴해서 4만원이었고요.
룸 상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매우 좁았지만 나름 콘도처럼 꾸며 식기와 취사도구도 갖추고 있었고
창 밖으로는 제주 식물들이 울창한 풍경이 보였고
화장실이나 침구들도 깨끗한 편이었어요.

일단 옷을 다 벗었습니다. 
갈아입을 실내복 같은 건 없었으므로 속옷차림으로 
욕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들어와 누웠습니다.
계속해서 귀가 '윙윙' 울리는 것 같아 얼굴을 찌푸리고 잠을 청하는데
아무래도 이 소리가 제 귀에서 들리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창 쪽으로 가서 밖을 내다보니 아무래도 아래층 마트 때문에
커다란 냉각기 같은 것이 근처에 있는 모양입니다.
창을 닫고 커텐을 치니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하는데 누가 문을 세게 두드립니다.
순간 가슴이 덜컹.

- 누구세요?
- 안 나가세요?

청소하러 오신 분이었나봐요.
제가 좀 쉬었다 가려고 한다니까 돌아가셨어요.
나중에 복도에서 뵈니 제가 아침에 든 손님인줄 몰라서 
문을 두드렸다고 사과하시더라고요.

아무튼 그 낯섦과 불안을 뒤로 하고 세 시간 정도 눈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이틀이나 못 잤기 때문이겠지요.
잠에서 깨어나니 몽롱함은 그대로인데
속이 텅 비고 살짝 붕 뜬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좁아터진 어두운 이 룸을 벗어나기로 하고 옷을 챙겨입었어요.
양말과 속옷을 갈아입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냥 그대로 챙겨입고 문을 열고 나섰습니다.

이제 식사를 해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머릿 속이 텅 빈 만큼 뱃 속도 오랫동안 비어있었습니다.
맛집탐방 같은 건 애초에 목표가 아니었으므로
근처의 식당을 둘러봅니다.
적당히 먹을 수 있을 법한 곳이 세 군데쯤 보이는데
아무래도 좀 맛이 있으면 좋겠지요.
원래 이런 거 고르는데는 재능이 없으므로 
셋 중 모범식당 표시가 있고
손님이 많고 규모가 가장 큰 곳을 골라 들어갔습니다.

식당 안은 번잡했고 일하시는 분들은 대개 조선족으로 보였습니다.
제주도답게 옥돔구이, 성개미역국, 전복죽, 해물뚝배기 등의 메뉴가 있었습니다.
속이 깔깔하고 많이 먹을 자신도 없었으므로 전복죽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역시 나의 안목은 탁월하게 후지구나를 느꼈습니다.
식당만 잘 못고르는게 아니라 메뉴도 늘 잘 못고르거든요.
함께 따라나온 밑반찬은 제가 그다지 까다로운 입맛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도 손이 가지 않을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죽은 그래도 삼킬만은 했다 정도로 평할 수 있겠네요.
절반 쯤 먹고 그래도 에너지를 보충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계산을 했습니다.
가격은 만이천 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IP : 175.213.xxx.170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주
    '15.8.12 11:30 AM (180.227.xxx.189)

    잘 보고 있어요.
    서술식으로 쓰셨네요. 담담한 문체가 괜찮네요.^^
    1편 보러 갑니다.

  • 2.
    '15.8.12 11:37 AM (223.33.xxx.60)

    다음글 기다립니다~~
    예전에 저도 2박 3일 성산일출봉쪽에 숙소잡고 혼자 숙소에 머물렀었는데
    1층이 식당이었구요 본인들 건물이었던것같아요

    20대 처자가 혼자 제주를 찾으니 불안?해하시더군요
    사고?치러 온줄알고~
    외국 나가기전에 머리 정리하고 혼자있고싶어갔던거라
    다른 관광객들과는 분위기가 달랐겠지요

  • 3. 와우,,
    '15.8.12 11:38 AM (118.19.xxx.154)

    재밌네요, 우연히 3편을 보다 1,2편도 읽었는데 한편의 소설을 보는것같아요,,^^
    못보신분들을 위해서 링크겁니다요,,

    1편,,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964236&page=1&searchType=sear...

    2편,,,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970580&page=1&searchType=sear...

  • 4. 어딘지알듯
    '15.8.12 11:41 AM (175.253.xxx.101)

    칠돈가 중문점옆 말씀하시는거죠? 거기서밥먹고 그 슈퍼에서 간식거리랑 아침먹을거샀던기억이^^ 배불러서산책했는데참좋았어요! 칠돈가는맛있었지만 여름엔안가는걸로ㅠ 너무너무더웠어요. 고기값도싼편아닌데시설이너무열악했어요ㅠ 더워서정신이하나도없음 고기가두꺼워익는데오래걸려 기다리는데 사우나라 일행들 다 짜증ㅠ 고기는맛있는데 더위많이타시면여름은피하세요!

  • 5. 후편 기대합니다.
    '15.8.12 11:49 AM (180.227.xxx.189)

    그쵸. 소설 읽는거 같아요.
    이 글 보니 저도 제주도 가고 싶네요.
    이런 저런 생각 않고 공항에 가서 제일 빠른 편 타고, 발 닿는대로 제주도길을 걷는거죠.
    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좀 나아지네요.

  • 6.
    '15.8.12 12:11 PM (219.240.xxx.140)

    소설 보는거같아요.
    일반 여행기/ 어디서 자고 가서 머했고 사진 자랑만 올린 불로그에 지쳤는지 원글님의 글이 참 신선하고 멋집니다

  • 7. 60
    '15.8.12 12:21 PM (175.211.xxx.47)

    혼자 못 떠나고 있는. 부러워요! 계속 기다릴께요...

    위에 1,2편 링크 걸어주신 친절한 님도 감사드려요.

  • 8. 아아아
    '15.8.12 12:26 PM (223.62.xxx.27)

    중독성 있어요 ㅎㅎㅎ
    묘사를 잘 하셔서 머리에 풍경이 떠오르구요 ..

  • 9. 와..
    '15.8.12 1:10 PM (49.173.xxx.124)

    청량제 같은 글이네요.
    호들갑스럽지 않아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다음이 기대됩니다.

  • 10. 나나
    '15.8.12 3:18 PM (116.41.xxx.115)

    댓글들 다 내 맘~~~
    저 이러다가 가을전에 제주도갈지도...
    예약없이 혼자 떠난 제주도 짝퉁여행 이럼서 ㅎㅎ

  • 11. 제주도
    '15.8.12 5:28 PM (180.230.xxx.90)

    원래 가난해서 간신히 끼니를 잇던 곳이라 음식솜씨가 없다고 제주도분이 그러시더군요 . 음식맛이 전국 평준화 됐다고 해도 제주도는 좀 다른 듯 합니다. 특히 따라나오는 반찬이 부실해요.

  • 12. 글이 정말 좋아요
    '15.8.12 5:45 PM (114.202.xxx.147)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은요??

  • 13. ....
    '15.8.12 6:03 PM (59.14.xxx.105)

    4편 기다립니다.

  • 14. ..
    '15.8.14 12:56 PM (1.229.xxx.206) - 삭제된댓글

    혼자 여행하는 기분이 잘 느껴지는 글이네요 저두 4편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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