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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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을 타고 중문관광단지에서 내린 뒤 제가 기대했던 건
숙소, 숙소, 오직 숙소였습니다.
그다지 졸립지는 않았지만 온 몸의 신경이 자야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중문관광단지 근처에는 제가 생각했던 숙소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만만해보이는 관광호텔 정도 있겠지 했는데
주변에 얼핏 보이는 건 초콜렛박물관, 테디베어뮤지엄(읔!), 식물원 같은 곳의 표지 뿐입니다.
얼핏 한국콘도라고 보이는 표지를 찾아
어느 건물 뒤편 오솔길을 따라 가보았습니다.
아마 초콜렛박물관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네요.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있고 그 건너편이 한국콘도였어요.
그리고 그 계단을 내려가면서 처음으로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냥 잘 조성된 정원길입니만 첫 풍광이라 저에게는 인상이 강렬했어요
길 이름은 '달빛 정원' 아님 '달빛 산책로' 뭐 그런 거였는데
제가 그 길에 접어든 시간은 정오에 약간 못미친
순백에 가까운 태양이 환하게 작렬하는 오전이었습니다.
계단 아래로 펼쳐진 제주 식물들이 우거진 산책로에서는
젊은 여자 하나가 삼각대를 놓고 풍경을 담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뜨겁고 눈이 부시고 몽롱한 상태로 그 길을 걷습니다.
좋았어요. 컨디션이 안 좋은 게 안타까웠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책로를 따라가면서 한국콘도로 접어드는 길은 외면해버렸어요.
검색해보니 콘도 평수가 혼자 있기에는 너무 컸고
아침부터 예약없는 손님으로 들어가
로비 직원들의 눈길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퍼시픽랜드'라는 곳입니다.
이 곳은 그냥 놀이동산에 가까운 그냥 건물입니다.
숙소를 찾는 저에게는 좀 전의 중문관광단지 입구보다 더 절망스러웠습니다만
주차장에서 수영복을 갈아입는 사람들을 보니
아래에 해수욕장이 있구나 싶은 생각에 일단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해수욕장에서는 아직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파도가 참 힘 없이 철썩거리고 있는데
그 힘 없는 파도를 타고 젊은 사람들이 서핑을 하고 있었어요.
파도가 약하니 정말 재미없어보였지만
아마 타는 사람들은 재미있으니까 타고 있는 거겠지요.
아까 산책로에서 사진 찍던 처녀를 비롯해서
은근히 혼자 여행온 듯한 여자분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퍼시픽랜드에서 바다를 보고 있던 한 여자분은
다리에 모기 물린 자국이 너무 울긋불긋해서
제주도는 모기가 많구나, 나도 내일 저렇게 되려나 하는 생각을 잠시했습니다.
그나저나 퍼시픽랜드를 빠져나갈 일이 걱정이었습니다.
다시 중문단지 입구까지 왔던 길을 돌아 걸어가기는 싫었거든요.
다행히 손님을 태우고 왔던 택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기사님께 숙소와 식당이 모여있는 동네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서귀포까지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음...... 그게 최선일까요? 라고 물으니
가까운 천제연 폭포 근처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여기서 숙소를 잡았고 나중에 알았지만 제가 잡은 숙소에서
천제연폭포, 여미지식물원, 서핑하던 해수욕장, 신라호텔 등등이
대충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1박2일은 대충 이 근방에서 밋밋하게 마무리됩니다.
재미있는 여행기를 기대하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살짝 기대를 버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