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안하던 짓을 해야 시간이 천천히 가네요

ㅎㅎ 조회수 : 2,116
작성일 : 2015-08-11 16:40:50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매일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을
몇 년간 했더니
지루하고 또 지루하고

마흔 이후의 시간들이 세월들이
훅훅 휙휙 화살처럼 쏜살같이 지나가서
이젠 꼼짝없이 독거할매 될 날만 기다리겠구나
우울한 날들이었는데

휴가 이용해서 미술프로그램에 참여해 봤어요
푼돈 아끼느라 문화센터나 배우는 거랑 인연 끊은지 오래였는데
작심하고 며칠간 해봤더니

다양한 연령대 친구들도 생기고
무엇보다 어린날 미술을 동경하기만 했던
그 생생하고 애틋한 느낌이 되살아나서 참 좋네요
스케치북에 뭐든 그리는 느낌이 참 좋아요
덤으로 찰흙공작 한지공예 같은 것도 했는데
손에 질척질척 하는 느낌이 참 좋더라구요 (저는요^^)

손재주가 없어서 도자기 공예 그런거랑은
인연이 없다 생각했는데
진흙을 그냥 쓰담쓰담 하기만 해도 자신이 힐링받는 느낌이 있어서
왕추천입니다

역시 해보지도 않고 난 아냐 하고
멀리하는 건 아닌가 봐요

엄청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정신차려 보니 아직도 8월초.

마치 그동안 시간이 정지해 있었던 것처럼 느껴져요
야호 아직도 여름이 남았구나

젊은날엔 뭐든 처음이고 신기하고 새로운 일 투성이라
그렇게 시간이 안 갔었나 봐요
나이들어서는 나에게 새로울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해보지도 않고
"이건 이래서 나한테 안 맞고 저건 저래서 다 쓰잘데기 없어"
하고 거부한 일들이 많았나 봐요

갑자기 무한도전 박진영과 유재석 에피소드가 생각나요
박진영은 약간 느린 비트를 선호하고(예를 들면 100)
유재석은 빠른 비트를 원했는데(예를 들면 128)
서로 의견충돌로 싸우다가 드디어 타협을 봤었죠!

박진영이 좋아하는 느린 비트로
유재석을 교묘히 속여서(?) 설득했는데
그 방법이...
유재석이 싫어하는 느린 음악이었는데
그걸 잘게 비트를 쪼개서 들려주니
유재석한테는 그게 전체적으로 엄청 빠른 비트로 들려서
너무 좋아하더라는.

모두에게 주어진, 모두가 같이 늙어가는
절대적인 시간의 세월의 양이지만
개개인에게 어떻게 느껴지느냐가 참 중요한거 같아요

제 인생의 비트를 최대한 잘게잘게잘게 쪼개서 알차게 살면
시간의 흐름을 최대한 묶어둘수도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죠.
그럴려면 그동안 안해봤던 짓(?)을 자신에게 마니마니 시켜주는게
넘 즐거울거 같아요.
스케치랑 찰흙이랑 해봤자 뻔~하겠지 하고
뒤로 미루기만 하다가 마흔넘어 손의 다른 느낌이 살아나는것을 느꼈어요
그동안 인생이 너무 지루하고 지루하고
지루한데 너무 빨리 지나가고 했는데
약간 숨통이 트이는 느낌입니다. 타인에게도 막 관대해지구요

저처럼 안하던 짓 해보고 행복하셨던 분들 있으세요?
^^




IP : 119.104.xxx.11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자자
    '15.8.11 4:46 PM (122.32.xxx.89)

    비트를 쪼개서 알차게 살자는 님의 말씀이 가슴에 남네요..
    몇년 전 악기 몇가지에 빠져 행복했던 때가 있었는데.. 모임을 통하지 않고 혼자 해선가 이제 시들해지네요..목표의식도 없으니 더 그렇구요..
    다시금 열정을 불사를 무언가를 찾고 싶네요

  • 2. 미술프로그램
    '15.8.11 4:48 PM (61.73.xxx.122)

    어디서 어떤 프로그램이었어요? 저도 관심이 가네요. 구체적으로 말씀하실 수 없으시담 힌트라도..! 갑자기 저도 그림도 그려보고 싶고 흙도 만져보고 싶네요.

  • 3. 부러워요
    '15.8.11 4:49 PM (124.80.xxx.221)

    저도 뭔가를 해야 하는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무턱대고 아무거나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시간 가는게 답답합니다

  • 4. 피천득
    '15.8.11 4:55 PM (14.63.xxx.96)

    수필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지루함도 익숙해지면
    나름 행복하더군요.
    더이상 그 무엇도 될 필요가 없을 때 느끼는
    평온함과 충만함.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이 있든 넉넉하게 대할 수 있더군요.
    행복하세요.

  • 5. 독거 할아방
    '15.8.11 5:41 PM (1.227.xxx.85)

    님은 뻘짓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선수시로군요. 저도 뻘짓 선수권 대회 참가자 입니다^^ 근래에 중국 무술 교본 책에 꽂혀서 한가할 때는 틀어박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란 논어의 말처럼 흉내내보노라면 시간을 잊고 두둥실 뭉게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오르는 느낌이어요. 또, 책 파는데서 진정뢰의 진가 태극권 교본(노가식,신가식, 검,도 ,곤,창법 등에 관한 책)을 10만원 내외로 싸게 판다고 유혹하네요. 삶을 사는데 보탬이 안되니 뻘짓인 것 같아요. 무사독학은 택도 없이 힘들지만 킬링타임용으로 좋긴 좋네요. 투자대비 효용이 없다면 순수 소비 목적이어서 불경제이지만서도.... 무작정 좋아서 책을 사고 싶어지는 것은 중독일까요?

  • 6. ...
    '15.8.11 6:14 PM (203.244.xxx.22)

    저도 어디선가 읽은거같아요.
    어릴 때는 모든게 새롭잖아요. 그만큼 기억할게 많아지고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쳇바퀴돌듯 살다보면 뇌에서도 생략되어지는게 많아지고(굳이 기억할 필요 없으니)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고.
    삶에 이벤트를 풍부하게 만들어가면서 사는게 같은 시간으로도 장수하는 비결같아요.

  • 7. ..
    '15.8.11 6:25 PM (122.34.xxx.191)

    좋은글 감사드려요. 저도 잘살아봐야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0078 여행왔는데 남편하고 매일싸워요.. 14 000 2015/09/08 4,472
480077 홍콩 놀러가기싫게 만드네요. 드러워서 진짜 13 2015/09/08 12,393
480076 "이민자" 보셔요~~~ 영화 추천 2015/09/08 769
480075 수시 접수시 생기부 온라인 제공동의?? 7 오렌지 2015/09/08 5,113
480074 어려서부터 착실하고 공부 잘한 남편들은 욱하지 않죠? 24 2015/09/08 3,869
480073 직장건강검진시 문제있으면 회사로 통보가나요? 1 밀크 2015/09/08 2,558
480072 예전에도 글을 올렸는데 세입자가 제게 관심있는것 아닌지.. 18 .. 2015/09/08 3,523
480071 이연복처럼 튀김반죽에 식용유 넣어보신분 계세요? 13 이연복 2015/09/08 19,576
480070 가디언, 한국에서 또 치명적 해양 사고 발생 보도 3 light7.. 2015/09/08 684
480069 윗집 층간소음... 3 코끼리발자국.. 2015/09/08 1,209
480068 현관문 닫을 때 소리가 너무 큰데 방법없나요? 4 현관문 &q.. 2015/09/08 2,173
480067 외대 서울과 용인이 합쳤나요.? 10 대학 2015/09/08 3,344
480066 공고냐 인문계냐.. 4 ㅇㅇ 2015/09/08 1,373
480065 초등생 수학 공부 잘 시킬 수 있는 방법좀 부탁드릴께요 1 좀알려주세요.. 2015/09/08 1,335
480064 강아지 사회성기르기 6 푸들푸들해 2015/09/08 1,276
480063 복비관련 물어볼게요. 2 ,,, 2015/09/08 822
480062 어디 갈까요 1 초보드라이버.. 2015/09/08 326
480061 안남미 볶음밥 맛있대서 안남미를 왕창샀는데 8 맛없어요 2015/09/08 4,297
480060 치아 파절 보험금 청구 가능할까요? 10 땡글이 2015/09/08 5,402
480059 2015년 9월 8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5/09/08 597
480058 편집성 인격장애 주변에 있는분 계신지.. 치료되나요.? 4 Smam 2015/09/08 2,153
480057 앞머리탈모 방법없는거죠?ㅠ 11 걱정 2015/09/08 3,037
480056 항우울제 먹고 변비가 심해졌네요. 2 아이고 2015/09/08 1,100
480055 전문대와 지방 사립대 2 소소맘 2015/09/08 1,801
480054 초5. 수학 단위나오는과를 싫어해요. 3 000 2015/09/08 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