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학대의 기억이 떠올라서 가슴이 타네요

팡소 조회수 : 2,104
작성일 : 2015-08-09 01:06:26
오늘 82게시판에서 이런 저런 글을 읽고, 
또 그알에서 잔인한 폭력의 상황을 보니 
마음 속 분노의 불씨가 또 타오르네요. 
어린 시절 엄마에게 당한 학대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올라 괴로워요.
제 엄마는 한 마디로 미친 년이라는 말도 아까운 인간이었어요. 
열 살쯤 된 어린 자식의 머리끄댕이를 잡아 돌려 머리카락을 왕창 뽑아놓고서 
조금 있다가 "**아, 너 왜 니 머리카락을 혼자 뽑았어? 너 왜 그래~" 
짐짓 겁먹은 표정까지 지어가며 연기를 해대는 인간이었습니다. 
아빠와 식구들이 돌아오면 저 미친 년이 지 머리카락을 혼자 뽑았다고 말했죠.
제가 당신이 한 것이지 내가 한 게 아니라고 항의했을 때의 그 표정,
더 이상 속일 수 없겠네, 라는 낭패감, 인간 이하인 니가 감히 그런 말을 해서 내게 창피를 줘? 라는 괘씸함이 교차하던 그 눈,
그리고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그 뒤의 매질을 잊을 수가 없네요.
차라리 고아로 태어났길, 그리고 차라리 친엄마가 아니길 얼마나 바랬는지 모릅니다.

그 엄마는 제가 스무살이 넘어서까지도 철 들면 엄마 맘을 알 거라며 못된 딸 때문에 가슴 아픈 엄마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습니다. 
TV에서 학대당하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올 때면 제 앞에서 또 진심을 실어서 연기를 하곤 했죠. 
"어휴, 어떻게 애를 저렇게 때리냐, 세상에 징그러워라"

저는 수년에 걸쳐 개지랄을 떤 끝에 몇 년 전에 형식적일망정 엄마의 사과를 받았습니다. 
(진심이라는 게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 역시 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세뇌, 동조했던 식구들도 이젠 저를 좀 어려워하죠. 
 
그러기까지 저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었었네요.
자존감이 굉장히 낮고 늘 우울증과 자기파괴충동에 시달렸었어요. 
최근에야 미치지 않고 자란 게 대견하다고 스스로를 조금 인정하기 시작한 기분입니다.
부모로 인한 상처로 괴로우실 모든 분들, 
저 역시 아픈 가슴이지만 우리 잘 견뎌냈다고, 대견하다고 토닥토닥해드리고 싶어요.

IP : 121.161.xxx.2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8.9 1:12 AM (222.100.xxx.166)

    저도 가족들때문에 심리치료 여럿 찾아다니며 받았어요.
    끝까지 받은건 없네요. 너무 비싸기도 하고 상황도 여의치 않아서..
    저도 썰 풀고 싶은 맘도 너무 큰데..
    또 다른 맘으로는 아직 너무 마음이 상처가 크고 아파서
    그 이야기를 꺼내고 생각하는 자체가 또 너무 큰 고통인거예요.
    너무 정신적으로 피로한 생각부터 들어서 말도 생각도 하기가 싫어요.
    예전에는 말을 하고, 묻고 싶고 뱉어내고 싶었는데, 이제는 기억하기도 싫고
    꺼내기도 싫은 기억.. 그냥 그렇네요. 그냥 그 사람들이 죽으면 정말 자유스러운
    마음이 들거 같고 그래요.
    아직도 그 사람들이 날 괴롭힐 꺼리 찾고 있다는거 알거든요.
    그냥 생각하기도 싫고, 빨리 인연이 끝나기만 기다리네요.
    솔직히 내가 죽어도 제발 그 사람들한테는 알리지도 말았으면 좋겠어요.
    죽어서도 그 꼴들은 안보고 가고 싶거든요.

  • 2. 냉정과열정사이
    '15.8.9 3:21 AM (118.42.xxx.87)

    저는 이해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기로.. 그냥 모든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죠. 덕분에 깨달은 것은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앞으로 가족이든 어느 누군가에게든 상처받는다면 그건 상대 탓이 아니라 제 탓입니다. 그 깨달은 바를 간과한 내 어리석음 때문인거죠.

  • 3. ...
    '15.8.9 10:30 AM (223.62.xxx.86)

    잘견뎌내셨내요..
    글로 쓰기까지 얼마나 어려우셨을지 상상도 안가네요..
    지금까지 죽지않고 살아계신것만 해도 대견해요..

    다른건 다 차치하고 자신이 젤 중요하고
    자신을 아끼고 자신을 파괴하고 그런것만 주의하고
    (이건 오랜 상담이나 병원도움을 받는것도 좋을듯)
    앞으로 편안히 지내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5366 이걸 영어로 어떻게 적나요? 4 최선 2015/09/28 950
485365 90년대 가수들 보고싶으신분들 어게인 프로보세요 mbc 드라.. 2015/09/28 587
485364 호주 편 '내친구집'과 추석명절상 12 df 2015/09/28 3,145
485363 목동, 잠실 중 선택 13 puddin.. 2015/09/28 3,963
485362 이명박 아들 마약연루 팟빵들어보세요. 4 ㅎㅎ 2015/09/28 3,474
485361 워터픽 모델 추천부탁드려요.. 2 워터픽 2015/09/28 2,083
485360 아래 코스트코 관련 글 읽고... 7 코스트코 2015/09/28 2,896
485359 왜저러시는건지 2 ㅇㅇ 2015/09/28 1,082
485358 서울대의 뿌리가 일제가 만든 경성제국대학 20 식민지 2015/09/28 4,160
485357 동생이라 생각하시고 호되게 야단좀 쳐주세요 16 2015/09/28 3,721
485356 큰집딸...미혼인데도 찾아오는 명절스트레스..다른 집도 이런가요.. 16 2015/09/28 5,376
485355 칠순 여행으로 국내 어디가 좋을까요? 49 11월 2015/09/28 2,636
485354 후회 되는 것 49 .... 2015/09/28 4,278
485353 추석에 친정가면 어느정도 일하세요? 14 dd 2015/09/28 3,527
485352 영수증 자세히 보세요. 3 영수증 2015/09/28 2,832
485351 수능으로만 대학가는게 가장 편하고도 좋지않나요 61 유유 2015/09/28 6,519
485350 버거킹 커피 21 2015/09/28 5,479
485349 처음으로 김치담기 도전하는데요 배추 씻어야 하는거죠? 17 dd 2015/09/28 2,517
485348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vs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같지만, 현실은 .. 2 에휴 2015/09/28 2,079
485347 전업은 진짜 동네북이네요.. 14 전업.. 2015/09/28 13,131
485346 병원도. 파란 2015/09/28 546
485345 초4 학교 영어수업 4 은빛달무리 2015/09/28 1,296
485344 안부전화 자주 하라는 시어머니 잔소리.. 49 저나 2015/09/28 7,100
485343 레이저 제모기 좋나요? 1 2015/09/28 1,460
485342 수도세 오른건가요? 3 파란 2015/09/28 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