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죽은 길고양이에 대한 예의

어쩌면 최소한의 조회수 : 1,865
작성일 : 2015-08-07 03:38:44

며칠 전 이야기예요.

 

저는 본가랑 약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살고 있고 1-2주, 일이 바빠 들리질 못했어요.

가서 이것저것 그동안 밀린 것 해야겠다 했지만 더위도 먹고 했기에 약간 지친 걸음으로 집엘 갔죠..

본가는 빌라고 주차장이 다른 곳보다는 넓지만 외지기도 한 그런 곳이예요. 한적하고...경계가 길목과 조금은 모호하고.

장을 봐 짐이 많았기에 택시를 타고 내려 언니에게 좀 나와달라 한 길.

 

그런데 택시에서 내려 주차장을 보며 들어가는데..검은 고양이가 누워있는 듯한 자세로 있는 거예요.

저는 안경을 눈이 나쁜데도 거의 안끼고..그래서 가까운 곳은 괜찮은데 조금 먼곳은 그럭저럭한 시야로 봐요.

그런데도 제 눈에 고양이가 마치 죽은 듯이 잠자는 것처럼 누워있는 것이 보였어요..

(지금도 글을 쓰려니 목이 아프고 뭔가 먹먹하네요..)

일단 시장 본 짐을 옮겨야 하니 언니와..그냥 자는 거겠지..여기가 그나마 외지고 햇살이 좋으니 그런 거겠지 하면서

집으로 들어갔는데 영 기분이 이상해서 마침 외출하시는 아버지에게 좀 봐달라고..죽은 건지 봐 달라고 했어요.

아버지는 외출하시면서 전화로 죽은 것 같다..죽은 것 맞다..아이고 어쩌냐 하시더라고요.

 

전 동물은 아주 예전에 길렀고 특히 고양이는 길러본 적이 없고

이걸 어떡해야 할지..정말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그 날 이사나가는 집이 있었는데...윗윗집인데 쓰레기 등을 그냥 밑으로 던져서

1층이지만 약간 특수한 구조의 우리 집 베란다쪽으로 무수히 담배꽁초 등을 던져 버리는 탓에 계속 화가 쌓여있었네요.. 

그런데 마침 제가 택시 타고 들어오면서 그 집 아저씨가 이사나가는 모습을 봤어요.

사실 그 아저씨가 고양이를 치고 그냥 달아난 것 같다는, 그냥 두어버린 것 같다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이 차를 이상하게 대었고 차가 빠지고 난 후 결국 죽은 고양이의 형체가 제대로 드러났으니까요.

 

고민하다,죽은 고양이 등의 사체는 구청 청소과에서 지원해준다는 말이 기억나

그대로 전화를 했어요...

휴일이고 당직분들이 전화를 받으셨는데 사유지 경계가 애매해서 좀 어렵겠다는 말을 첨에 들었는데

좀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죽은 고양이가..아무리 길고양이지만...차에 치여서 저렇게 죽음조차 어떻게 수습을 못하고 있어야 한다니

그런데 너무 두렵고..그리고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사체를 치워야 할지..사실 많이 두렵고 그랬어요..

그런데 다시 전화를 드리니 구청직원분이 접수받았고 처리해주겠다 하시더라고요.

두 시간 정도였는데 정말 너무너무 어쩔 줄 모르겠더군요.

 

 

길고양이를 치고 죽은 건 ..두번 세번 물러나 생명을 죽였지만..

그리고 이것은 로드킬도 아니고 정말 당신의 부주의였겠지만

당신 나름 어쩔 수 없다 했더라도 그 죽음을 그대로 두고 도망치듯 사라져 버리다니.

그리고 내내 모른 척 짐 옮기는 내 내가 본 대로 전화나 하고 담배 피우고 있었다니..

이게 어떻게 인간으로서 이럴 수 있는지.

그리고 거주민들 그 쪽으로 다 일요일이지만 왕래가 있었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내 일이 아닌 양

모르는 척 그냥 다들 웬 일이야 하면서 가 버릴 수 있는지..

그냥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비록 제대로 밥도 못 주고 그냥 막막히 그 고양이를 바라보던 저지만..

그래도 오며가며 눈이라도 마주쳤던 인사했던 그 아이인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구청직원분이 일요일이라 수습할 수 있는지 자신할 수 없다 했으니

나라도 더 시간이 가 그 고양이의 모습이 더 변하기 전에 더 나빠지기 전에..그냥 무섭지만 두렵지만 해야겠다 하며 목장갑을 사가지고 집으로 오던 길에

직원분들이 트럭을 타고 오시는 것을 집 앞에서 봤어요.

갑자기 왜 그렇게 눈물이 터지고..미안하고..화가 나고..그러는지..

 

제 예상대로 차에 치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피도 흘리지 못하고..정말 자는 듯 누워있는 듯 죽은..그 길고양이를 조심스레 담아 가 주셨어요.

용기가 없어 보자마자 어떻게도 못 했던 제가 너무 바보스럽고..너무 그 죽은 모습과 죽음이 슬프고..그런 마지막이

너무 가슴이 아파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신고랑 눈물 밖에 없었다는 게..

 

며칠 지난 오늘도 생각합니다.

지나다가 오늘도 어김없이 길고양이들을 봐요..

그런데 예전과는 다르게 그 생명들을 보면 더욱 마음이 너무나 아프네요..

죽었고 죽였고 그렇다고 해도..그 마지막을 인간이 그렇게 방치하고 몰라라 하고 그렇게 외면할 수 있었던 것인지

오늘도 죽은 고양이의 그 자리를 집에 다녀오면서 저도 모르게 한참 바라봤습니다.

휴일에도 도와주셨던 구청분들 너무 감사하고 경황없어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린 것 같아 마음 무겁고..

제대로 마지막..인사도 못 하고 그냥 보낸 그 길고양이..그냥 생각합니다.

죽은 길고양이에 대한 예의..는 그렇게 지킬 수가 없었던 걸까요..며칠 내내 마음이 무겁습니다.

 

 

IP : 114.129.xxx.22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8.7 3:58 AM (1.248.xxx.187)

    나무관세음보살.......

  • 2. ...
    '15.8.7 4:08 AM (39.121.xxx.103)

    좀 읽다가 너무 가슴아파 다 못읽었어요...
    인간이여서 늘늘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무교지만.. 불쌍한 동물들이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왕생했음 좋겠어요....

  • 3. 어쩌면, 최소한의
    '15.8.7 4:35 AM (114.129.xxx.229)

    그 날 죽은 길냥이가 가던 시간..제가 보고 세 시간 가량이었던 것 같은데..
    집 앞 골목 어귀 집에 있던 큰 진돗개가 내내 십 분 울고 또 십 분 멈추고..내내 짖듯 울었어요..
    그리고 고양이가 간 후엔 더 이상 큰 울음을 멈추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하물며 개도 저렇게 고양이의 죽음을 알고 슬프게도 우는데..인간이라는 건..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죽이고도 모른 척 할까..혹은 죽었다고 그냥 모른척 할까...이 한 여름에요..
    그냥 지워지지 않고 오늘도 마음이 그렇고...저도 뭔가 생각나고 생각나서
    적었습니다..마음 무겁게 해 드렸다면..미안해요..........저도 가족들의 말대로 우리가 그래도 마지막을
    보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할 수 있어서..그 다하지 못한 와중에..그래도 인연이었다 그러면서 내내 마음 아프게 오늘도 이 이야기를 하고 그 자리를 기억했어요...

  • 4. 000
    '15.8.7 7:32 AM (116.36.xxx.23)

    그래도 고양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슬퍼해주시는 원글님이 계셔서 감사하네요...
    고양이가 큰 고통없이 갔기를,,, 다음 생이란게 반드시 있어서 가엾은 고양이가
    귀한 몸 받아 다시 태어나길 기도합니다...

  • 5. 마음 아픕니다
    '15.8.7 9:03 AM (39.7.xxx.165)

    길냥이들 평균 수명이 2년이 힘들다니 가여워요.

    걔네들이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배고파 쓰레기 뒤지는 설움 겪지말라고
    동네 애들 몇명 사료 줘요.
    보통 8시에 주는데 일이 있으면 11시 넘어 줄 때도 있거든요.
    8시에나 11시에나 한결같이
    차밑에서 얌전하게 사로 기다리는 길냥이들에게
    애잔함을 느낍니다.
    원글님 잘 하셨어요.
    그래도 마지막 험하게 버려지진 않아 다행입니다.
    냥아
    냥이 별로 잘 가.

  • 6. 옐로리본
    '15.8.7 9:04 AM (14.52.xxx.157)

    아마 이제 막 독립한 듯한 고양이가 어제부터 보이는거에요. 집 근처 학교 주차장 차 밑에 있더라구요.
    얼른 가게가서 고양이 캔 이랑 물이랑 주니 어찌나 예쁘게 먹는지..
    잘 있는지 밤중에 한번 더 가서 두꺼운 종이좀 깔아줬는데, 그제서야 저에게 눈을 깜빡이며 이사를 하네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캔들고 갔는데, 아저씨가 다 치워버리고 야옹이도 없네요.
    캔 들고 동네 한바퀴 돌고 왔는데 .... 그 애기 고양이 어디갔을까요. 차라리 우리집쪽으로 왔으면..
    이따 성당갈때 캔 들고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원글님 제가 아침에 그 고양이 생각에 집중이 안됐는데 원글님은 고양이의 죽음을 보시고 미안함과 함께 마지막 가는길에 .. 최소 생명에 대한 태도에 화가 나셨군요. 백배 공감하고 토닥토닥..
    얼마전 캐나다 에서 도로에서 죽은 너구리에 지나가던 사람이 공공기관에서 올거라고 메모를 써주고 , 그후론 여러명의 시민이 꽃과 메모로 가는길을 슬퍼 해줬던 일이 생각나네요..
    지구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거늘.. 늘 잊고 살지요. 마치 우리가 주인인양...

  • 7. ..
    '15.8.7 11:16 AM (59.6.xxx.224) - 삭제된댓글

    원글님같은 마음가진 사람만 산다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울까요.. ㅜ

  • 8. ..
    '15.8.7 12:13 PM (58.225.xxx.157)

    동물 귀히 여기는 사람이
    사람도 귀히 여기더군요
    길냥이 챙기는 분들, 가여워하는 분들 감사합니다 복받으실 거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0951 캐리비안 청소년할인 학생증 꼭 있어야 되나요? Wid 2015/08/08 601
470950 김밥할때 밥에 참기름 간은 꼭 해야하죠? 7 .. 2015/08/08 2,461
470949 살이 빠지면 얼굴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8 ... 2015/08/08 8,126
470948 냉동실에서 꺼내 다시 끓인 국(소고기국) 1 아메리카노 2015/08/08 819
470947 외화통장 환전 잘 아시는분 1 ... 2015/08/08 2,187
470946 홈플러스 계산원 아주머니 정말 짜증나요!!! 14 dhdhd 2015/08/08 5,129
470945 아래 중국에서 한국여자에 대한 관심글 보고 10 ㅇㄷ 2015/08/08 7,970
470944 제가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될까요? 20 복지 2015/08/08 10,570
470943 서태화씨 ..이미지가 어떤가요 .. 15 강자 2015/08/08 4,655
470942 내 블로그 구독중이면 그사람이 바로 이웃인가요 ,, 2015/08/08 3,682
470941 80년대 배우중 민규라는 분이요..사진 볼수 있는곳 없을까요? 10 ㅛㅛ 2015/08/08 5,981
470940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ㅡㅡ 2015/08/08 1,095
470939 지금 등 긁어달라해보세요. 정말 시원해요 4 2015/08/08 886
470938 학군따라 이사.. 성공하셨는지요? 3 궁금해여 2015/08/08 2,786
470937 더워서 영화관 가서 피신하는 요즘인데 재밌는 영화가 많네요 4 .... 2015/08/08 1,701
470936 부부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할까요? 2 ... 2015/08/08 2,005
470935 남편이 이혼을 하자고 하는데요.. 55 ... 2015/08/08 23,237
470934 수수팥떡 하루전날 어디까지 준비할 수 있을까요?? 9 여름아기 2015/08/08 1,124
470933 sbs 이승훈 피디 겸 기자 페이스북.txt 7 와우 2015/08/08 2,829
470932 골프선수 박인비와 반려견 세미와의 일화 감동이네요 8 박인비 2015/08/08 3,051
470931 침구에 물것이 있나봐요ㅜㅜ 1 진주귀고리 2015/08/08 1,299
470930 유학가서 공부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7 dgh 2015/08/08 2,939
470929 아이 다섯살되니 육아의 기쁨 느끼네요.. 8 ㅇㅇ 2015/08/08 2,637
470928 요새 젊은 사람들 돈 버는 거 무섭네요 2222 12 ..... 2015/08/08 7,538
470927 이 무더운 날 택배아저씨들 정말 고마워요. 5 넘더워 2015/08/08 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