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5년 7월 2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930
작성일 : 2015-07-24 08:32:24

_:*:_:*:_:*:_:*:_:*:_:*:_:*:_:*:_:*:_:*:_:*:_:*:_:*:_:*:_:*:_:*:_:*:_:*:_:*:_:*:_:*:_:*:_:*:_

그렇게 되기로 정해진 것처럼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오선지의 비탈을 한 칸씩 짚고 오르듯, 후후 숨을 불며.
햇빛 달빛으로 욕조를 데워 부스러진 데를 씻긴 후
성탄트리와 어린 양이 프린트된 다홍빛 담요에 당신을 싸서
가만히 안고 잠들었다 깨어난 동안이라고 해야겠다.
 
일월이 시작되었으니 십이월이 온다.
이월의 유리불씨와 삼월의 진홍꽃잎과 사월 유록의 두근거림과
오월의 찔레가시와 유월의 푸른 뱀과 칠월의 별과 꿀, 팔월의 우주먼지와
구월의 청동거울과 억새가 타는 시월의 무인도와 십일월의 애틋한 죽 한 그릇이
당신과 나에게 선물로 왔고
우리는 매달리다시피 함께 걸었다.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 괜찮은 거야.
마침내 당신과 내가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십이월이 와서,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리고
우리는 천천히 햇살을 씹어 밥을 먹었다.
 
첫 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두 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세 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그리고 문 앞의 흰 자갈 위에 앉은 따스한 이슬을 위해
 
서로를 위해 기도한 우리는 함께 무덤을 만들고
서랍 속의 부스러기들을 마저 털어 봉분을 다졌다.
사랑의 무덤은 믿을 수 없이 따스하고
그 앞에 세운 가시나무 비목에선 금세 뿌리가 돋을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해 사랑했으므로 이미 가벼웠다.
고마워. 사랑해. 안녕히.
 
몸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것처럼, 일월이 시작되면 십이월이 온다.
 
당신이 내 마음에 들락거린 십년 동안 나는 참 좋았어.
사랑의 무덤 앞에서 우리는 다행히 하고픈 말이 같았다.


<b>                 - 김선우, ≪이런 이별 - 일월의 저녁에서 십이월의 저녁 사이≫ -</b>

_:*:_:*:_:*:_:*:_:*:_:*:_:*:_:*:_:*:_:*:_:*:_:*:_:*:_:*:_:*:_:*:_:*:_:*:_:*:_:*:_:*:_:*:_:*:_


 

 

 

 

2015년 7월 24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7/23/20150723-grim.jpg

2015년 7월 24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5/07/23/20150723-jangdori.jpg

2015년 7월 2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01643.html

2015년 7월 24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0b465b5c7d14426eaf32f4b01ce96cfd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소설이라면 휴고상은 너끈히 받을 수 있을 것.

 

 

 


 
―――――――――――――――――――――――――――――――――――――――――――――――――――――――――――――――――――――――――――――――――――――

멋진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침묵이 금이다.

              - 무하마드 알리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9292 사이판고립중 5 ㅇㅇㅇ 2015/08/03 2,078
    469291 목욕탕 자주 다니시는 분들?? 3 궁금 2015/08/03 1,493
    469290 롯지팬 사용법 문의 ㅠ,ㅠ 6 커피향기 2015/08/03 3,571
    469289 휴대폰 이어폰이 고장나서.. 1 이어폰 2015/08/03 770
    469288 면생리대 경험담좀 주세요. 23 엄마맘 2015/08/03 3,805
    469287 허물없이 가까운 친구사이라도 배려는 있어야하는것 같아요. 6 상심 2015/08/03 2,128
    469286 영화 암살이 조선일보가 숨기고 싶은 영화 맞네요 2 암살 2015/08/03 1,649
    469285 초2 인데 사고력수학학원을 다녀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10 수학귀신 2015/08/03 5,989
    469284 동요 어플 추천드려요 미오리1 2015/08/03 460
    469283 부산시댁에서 느낀 요리의 문화적 충격 92 ㅇㅎ 2015/08/03 25,183
    469282 올케에게 82쿡하냐니 한다네요 ㅋ 8 .. 2015/08/03 2,796
    469281 김치찌개가 넘 새콤해요! 3 ㅠㅠ 2015/08/03 974
    469280 안덥다..하시는분들은 서울 경기 지방 사시는 분이시죠? 37 스노우 2015/08/03 4,371
    469279 성형 중 최고는... 9 2015/08/03 4,938
    469278 곡 안 할 수 있죠? 4 장례식장 2015/08/03 922
    469277 아파트 전세 가계약할때 뭐 가져가야 하나요? 2 치히로 2015/08/03 899
    469276 잠실 파크리오 살기 좋나요? 학군이나 층간소음, 결로 등등 질문.. 5 스라쿠웨이 2015/08/03 14,663
    469275 유럽 배대지 어디 사용하시나요? 1 유럽배대지 2015/08/03 1,578
    469274 파프리카볶음에 두부를 2 창조적 2015/08/03 1,067
    469273 지금 뉴스 듣고 있어요 롯데 신동빈.. 2015/08/03 561
    469272 지금 바이올린 시작하면 좀 그럴까요?--;; 7 말려줘요~~.. 2015/08/03 1,497
    469271 매운 풋고추가 너무 많은데 뭘 하면 좋을까요? 7 blueu 2015/08/03 1,298
    469270 깔끔하신 분들! 욕실 발매트 관리 어떻게 하세요? 17 해리 2015/08/03 5,861
    469269 맏이 고충 4 2015/08/03 1,420
    469268 지금 바람 엄청 부는데요, 운동 나가도 될까요? 4 @@ 2015/08/03 1,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