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깡패 고양이와 마음

.... 조회수 : 1,114
작성일 : 2015-07-18 20:16:22
고양이는 기분이 가끔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기본적으로 숨기는 것 없고 솔직한 성격입니다. 좋은 것은 좋다고 하고, 더 달라고 야옹야옹 울면서 조릅니다. 싫은 것은 싫다고 분명히 의사를 표시합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은 거실에서 혼자 잡니다. 그를 위해 거실에 놓을 크고 동그란 도넛 모양 쿠션을 사왔어요. 사실 대부분은 기분이 좋고 그럴 때는 몸의 최대 면적을 저와 밀착하고 침대에서 잡니다. 몇 시간이나 계속 골골 그루루루룩 합니다. 지금도 컴퓨터 위에서 불편하게 누워 자고 있습니다. 제 옆에 있어야 하니까요.

며칠 전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는데 다들 잘 자리잡고 일하고 있습니다. 수 년 만에 다들 만난 터에, 업무 분야도 아주 달라서 서로 직장 이야기도 시원하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비교적 자세한 이야기를 해도 주변인들의 귀에 들어갈까 하는 걱정이 없어서, 서로 직장과 인간관계의 열받는 사정을 격정 토로했네요. 

무슨 말을 하다가 제가 뉴욕은 너무 건물이 높고 사람도 많아서 피곤하다고 했더니, 친구 하나가 정색을 하며 너 뉴욕 언제 왔었냐는 겁니다. 그래서 언제 언제 갔었지, 했더니 아니 왔으면서 왜 연락을 안 했냐고 하네요. 저는 친구가 직장과 가정 일로 너무나 바쁜 것을 알아서(한 2년은 매일 새벽에 집에 들어갔다고), 일부러 연락을 안 했어요. 페이스북을 보고 있어서, 근교에 집을 산 것도 알고 아들 둘이 잘 크고 있는 것도 알았지만, 제가 가서 묵으면 친구가 신경쓰고 그러면 민폐가 될까봐서요. 그런데 친구는 제가 연락도 안 하고 안 들른 게 거의 믿어지지 않는 일 같았어요. 왔으면 당연히 연락할 줄 알았나봐요.

저는 사람들한테 거리를 두는 편이고 겉보기와 달리 매우 눈치를 살피고 내성적이라, 남의 집이 편하지 않고, 또 친구한테 민폐 될까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거였는데. 사실 이 친구는 저한테 스스럼없이 작은 일을 부탁하고 또 저는 잘 도와줍니다. 하지만 제가 부탁하는 입장이 되는 건 부담스러워서 어지간한 일은 혼자 해결하고 말아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가끔 직장에 보이는데, 저는 알아볼 수 있지요. 

또 다른 친구는 고등학교 때 다른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갔는데 지금 만나니 매우 건강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자신을 잘 표현하고 있었어요. 커리어도 시원하게 잘 끌어나가고 있었고,  또 그 친구의 직관에 새겨 들을 부분이 있었어요.

또 다른 친구는 욕심이 매우 많았고 그래서 좀 부담스러웠는데, 지금 다시 만나보니 말을 무척 예쁘게 하고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좋아할 만한 성격이네요. 

저는 기분이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에서 자란 편이라서 (가정과 직장이 공히 매우 보수적인 문화임) 가끔 제 진짜 감정이 무언지 잘 모르겠어요. 책임감이나 배려가 너무 우선하다보니 제 행복을 찾기가 어려워요. 항상 뭔가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차 있어요. 안 해도 그만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나봐요. 고양이와 친구들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하루였어요.
IP : 118.32.xxx.11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7.18 8:26 PM (59.6.xxx.224) - 삭제된댓글

    잘은 모르겠지만 참 다정하고 아기자기한 분같아..^.^

  • 2. ...
    '15.7.18 9:23 PM (180.230.xxx.90)

    제가 좋아하는 깡패 고양이와 그 집사님~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 같다는 생각을 글 읽을 때 마다 합니다.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며 사셔도 될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짧고 아쉬운 게 인생입니다. 좀 더 즐거운 일을 많이 하시고 많이 누리고 사시길 바라요. 아마도 제 딸과 비슷한 연배이신 것 같아서 마음이 끌리네요. 제 딸도 혼자 일하면서 예쁜 고양이와 멀리서 살거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2470 하이푸 시술이라는 거 해보신 분 계세요? 4 자궁근종 2015/08/12 2,493
472469 건강에 좋다는 감식초에 관해서 궁금해요. 식초 2015/08/12 905
472468 스토킹하는 애들의 심리란 게 지구가 돈다.. 2015/08/12 1,124
472467 실력정석,푸는 게 좋을까요? 3 수학선행학원.. 2015/08/12 1,794
472466 진짜공인인증서만든사람 명치때리고싶네요 80 아오 2015/08/12 18,315
472465 방금...저 애들한테 혼자 ㅈㄹ을 했어요. 8 ... 2015/08/12 2,079
472464 신반포 4차나 2차 사시는 분들께 여쭐게요. 8 머리아파 2015/08/12 2,799
472463 리폼이나 페인팅 잘 하시는 분 궁금해요 3 궁금 2015/08/12 603
472462 노트북 받침대? 추천 부탁드려요. 1 **** 2015/08/12 648
472461 애기들 기침이나 재채기도 멀리하세요! 2 아놔 진짜 2015/08/12 1,371
472460 라페스타 겟이너프라는 햄버겆가게 2 여름 2015/08/12 520
472459 엘리트 50대 직장여성, 매일 착용가능 목걸이 어떤 디자인이 좋.. 1 생신 2015/08/12 1,873
472458 40대 남자 안경 어디브랜드? 가격 하는지요.. 2 .. 2015/08/12 1,274
472457 짜증을 팍 냈는데 2 부부싸움 2015/08/12 577
472456 노력하는것 ..의지도 유전인자에 포함되지 않을까요 ? 유전인자.. 9 반전 2015/08/12 2,114
472455 이게 만약 영화화 된다면 캐스팅 해보아요 2 제작짜 2015/08/12 831
472454 동대문에 60대 남자옷 파는데 있을까요? 2 .. 2015/08/12 1,014
472453 강마루 물걸래 청소 어떻게 하세요? 1 마루청소 2015/08/12 9,663
472452 어떤 선택이 좋을까요?결정을 못하겟네요. 다이아몬드... 2015/08/12 493
472451 예약없이 혼자 떠난 제주도 1박2일-3 13 pipi 2015/08/12 3,774
472450 '혈의 누'의 작가 이인직, 조선을 팔아먹다 8 매국의길 2015/08/12 1,675
472449 어제 집밥 백선생 냄비 6 궁금 2015/08/12 4,917
472448 [취재파일] 끊이지 않는 교내 성범죄…절반이 다시 교단에 세우실 2015/08/12 622
472447 사이판은 현재 재난 상황입니다.교민들은 정전과 식수난으로 고통받.. 6 바람개비 2015/08/12 4,951
472446 자기밖에 모르는 시아버지 정말 돌겠네요. 9 .. 2015/08/12 4,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