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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베스트에 자살 충동에 대하여 쓴 원글입니다

또 다른 세상 조회수 : 5,786
작성일 : 2015-07-17 22:42:03

어제 정확히는 새벽에 쓴 글이 베스트에 올라와 있네요. 어느 시점에 삭제를 할까 했는데 개인상담을 받느라

시간이 지체되어서 타이밍을 놓친 것이 이런 지경까지 온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네. 저 깨어났습니다.

처방받은 약이 많지 않았었고, 옆에 아이가 잠든 다음에 약을 먹기 시작해서인지 정오무렵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아침을 굶고 일어나서 학교에 갔구요. 희미한 소음만 들렸을 뿐, 기억은 없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댓글이 너무 하나 하나 소중해서 차마 지우지 못했습니다.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심층적인 개인상담을 했습니다.

저를 잘 아는 분, 상담 스킬이 뛰어난 분을 몇 분 옆에 두고 있습니다. 그중의 한분이었고, 오늘까지 오랜동안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언성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이틀간 상담이 끝났습니다. 마지막 동아줄이었습니다.

 

제가 과연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불행인지, 아니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관점에서의 불행에 놓여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법은 과연 남아있는지 그것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계속 끊임없이 나누었습니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고 했다면 결코 상담이 지속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 불행의 반복의 근원이 무엇인지

저라는 사람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전적 기질이나 성향때문에 의학적인 도움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겨내질 못하고

부정적인 감정의 노예가 되고 있는 건가에 대한 의문점, 그리고 첨예한 인간관계 (가족 포함)의 대립적인 상황에서 어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같이 들었습니다. 그럴 땐, 자리를 피하라, 감정을 잠시 눌러라...그게 제 상황의 해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을 조언해주셨습니다. 인간은 너무나 변화

무쌍하지만 배우자이든, 부모이든 그 사고의 틀과 고정관념, 신념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과 더불어 제 선택적인

기억, 특히 부정적이고 염세주의적 시각이 계속 반복되는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이셨습니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라는 것....내 부모도 내 남편도 나를 하찮게 여기지만, 그리고 제 경우가 결코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만

회복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는 것과 조금만 더 한걸음 나아가 자녀들을 위해 죽음을 보류하는 것...그게 답이었습니다.

어찌 들으면 허탈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지만, 철저하게 타인의 입장에서 들어보는 것은 제겐 충격이었습니다.

 

정신과에 갔어도 상담센터에서도 저에게 호응해주고 격려해주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지만 지나고 보면 결코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았었습니다. 약도 먹을 때 뿐이었구요. 솔직히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만 상담이 진행된 건 아니었습니다.

다소 억양이 거세지기도 하고, 초점을 흐리지 말고 계속 들어보라...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어제는 미친듯이

울고 오늘은 눈물을 참느라 안 그래도 멍한 정신에 정신 번쩍 차리고 듣느라 심신이 지치더군요. 조건적인 관계...그러니까

give & take가 적용되지 않는 관계 중에 원가족이나 부부관계가 있다면서 잠시 쉬어간다고 생각하고 내려놓으라고...

가슴 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타들어가는 속에 얼음 마사지를 받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허망했지만 말입니다.

 

제 병명이나 의학적인 문제는 모르시는 분이었습니다. 조직이 괴사되서 패혈증 직전에 재수술을 하고 마지막 한번 더

할 수 있으나 과다출혈로 사망 혹은 하반신 마비가 우려된다...국내에서 본 임상 사례 중에 최악의 케이스다. 해외저널

에서도 이런 케이스는 본 적이 없다...(의술을 떠나 이걸 환자한테 곧이 곧대로 이야기 하는 그 교수님이 너무 싫었습니다) 

제 상황이 이렇습니다. 외과적인 문제고 장기 자체가 문제라서 암이나 이런 것처럼 근치적 절제가 안되며 신경의 예민한

부위를 건드려야 해서 장애인으로 살아갈 각오로 수술받겠냐...내가 의사지만 세번째 수술은 받지 말고 살았으면 한다.

이게 제가 마지막으로 의료진에게 들은 말입니다. 이런 절 부모가 저더러 창피하고 어디다가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수술 시간에 제 때 오지도 않았습니다. 자다가 늦어서 수술 시간이 뒤에 온 환자하고 바꾸어 수술방에 갔습니다.

 

물론 저 굶기지 않았고 의료비 대주고 월급 갖다주니까 고맙게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2년 후에 이혼

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성을 잃었습니다. 아버지는 비참한 병으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저를 남 취급하며 사십니다.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새벽에 그 글을 썼습니다. 제가 앞으로 변할 수 있는 것 세 가지를 적고, 또 하고 싶은 일

세 가지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숨 고르다가 베스트에 올라간 제 글을 봤습니다. 저를 격려하고 위로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IP : 125.146.xxx.208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5.7.17 10:46 PM (118.44.xxx.48)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 그저 조금만 더 기운내시라고 한마디 합니다

  • 2. 이혼하세요.
    '15.7.17 10:55 PM (80.144.xxx.53)

    님 혼자 피해자라 생각마시고 이혼하세요.
    유전병이란걸 알았으면 결혼도 애도 낳지 말았어야죠.
    남편 원망마세요. 그리고 자식 낳아놓고 죽는다 난리치는 님 별로 동정 안가요.
    솔직히 죽을 마음 품었으면 여기 글 안쓰셨겠죠.
    이보세요, 자식 있는 사람은 내 맘대로 못 죽어요. 당신만 힘든거 아니니까
    자식 생각해서 정신 차리세요. 님보다 애들이 불쌍해요.

  • 3. ....
    '15.7.17 10:56 PM (218.155.xxx.67)

    조용히 안아드립니다..
    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랑 같은 하늘아래 살아계셨으면
    하고 바래 봅니다. 꼭.

  • 4. 댓글은
    '15.7.17 10:57 PM (124.53.xxx.240) - 삭제된댓글

    차마 달지 못했지만,
    혹시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시면
    어떡하나 많이 걱정했어요.
    이렇게 다시 글 남겨 주셔서 고마워요.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요.
    마음이 아파요.

  • 5. ㅁㅁ
    '15.7.17 10:59 PM (121.130.xxx.134)

    이렇게 글 올려주신 것만도 감사합니다.
    님의 글 기다리고 있었어요.

    상황을 죽 읽어보니 감히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조금만 더, 옆에서 자고 있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더 기운내 주세요.

    아무도 님보고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없을 겁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버텨주셔서 그저 고맙네요.
    뉴스로 접하는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죽음도 마음 아프고 힘든데
    82에서 소통했던 분이었다면 가슴 찢어지게 아프고 힘들었을 거예요.
    올려주신 글만 보고도 가슴 쓸어내립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엄마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할 겁니다.
    아이들이 눈을 떴을 때 엄마가 숨쉬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아침 굶고 가도 덜 배고팠을 거예요.
    매일 아이들에게 따뜻한 체온 나눠주는 엄마로 버텨주세요.

  • 6. ㅇㄹ
    '15.7.17 11:00 PM (58.237.xxx.244)

    님 걱정했었어요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어요 거짓말아니라 님을 위해 꼭 기도드릴께요 고맙습니다 오늘 글 남겨주셔서

  • 7. 힘들때마다
    '15.7.17 11:08 PM (49.1.xxx.197)

    이번글과같은제목으로글써주세요
    저도너무힘들게살고있어서
    함께의지하며살고싶어요
    님은 병원비대주자나요
    전이병든몸으로
    피토하며돈벌어야병원갈수있답니다
    지혼자낳은게아니니
    네가어떻게든돈벌어오라는남자랍니다

    힘네세요
    저는암이나 난치병은아니지만
    저처럼아픈사람본적이없답니디

  • 8. 감사해요
    '15.7.17 11:11 PM (211.36.xxx.187)

    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건강해지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힘내시고 행복하세요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 9. .....
    '15.7.17 11:13 PM (125.143.xxx.206)

    참으로 다행입니다.....

  • 10.
    '15.7.17 11:20 PM (223.33.xxx.150) - 삭제된댓글

    다른건 모르겠고
    약먹고 죽네 사네 그거 하지 마세요
    그런 사람들 응급실 가면 깔려있는데요
    원글님도 지난번 글에서 말씀 하셨죠
    그 약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구요
    맞아요 배터지게 먹어도 안죽는약 붙들고 죽네 사네 이러지 마세요
    그럴수록 남편은 더 마음 떠나요
    마음 독하게 드시고
    애들 생각하세요
    나 죽을거 같다 징징 대는거
    주변 사람들 더 정떨어지게 하는거예요
    마음 독하게 잡수세요

  • 11. aa
    '15.7.17 11:28 PM (211.36.xxx.72)

    살아계셔서다행이네요
    옆에글보고꼭다시올라왔으면했어요
    제가님상황을보고뭐라말할수있는자격은없지만
    꼭기적이라도일어나서나으시면좋겠네요
    너무나힘든시간이라면잠깐이나마
    묵주기도나eft같은마음이편해지는방법도생각해보시면
    좋겠네요

  • 12. 雪の華
    '15.7.17 11:33 PM (120.142.xxx.208)

    다 이겨내고 반드시 건강해지시길 기도합니다.

  • 13. .......
    '15.7.17 11:34 PM (220.72.xxx.185)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고 안타까와 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힘들고 지칠때마다 아이들을 위해 용기내셔서
    잘 버티시고 이겨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 14. 투덜이농부
    '15.7.17 11:45 PM (112.184.xxx.92)

    정말 지치고 힘들어도

    힘 내세요 ..

    무엇인들 무엇한들 사는것이 행복입니다

  • 15. ...
    '15.7.17 11:57 PM (210.90.xxx.29)

    힘내세요.
    오늘 하루더 내일 하루더 그렇게 계속 계속 살아주세요.

  • 16. 사는게...
    '15.7.18 12:17 AM (222.238.xxx.207)

    참 보통 일이 아니네요.
    원글님도 그렇고....저 위에 댓글 다신 힘들때마다님도 그렇고...
    저도 장애 아들을 키우고 있어서 힘들고...
    그래도 살아야겠지요. 치열하게...
    엄마니까요. 그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조금만 더 힘을 내봐요.

  • 17. 그냥
    '15.7.18 12:34 AM (116.127.xxx.191)

    나나 친정이나 남편이다 없다 생각하시고 나없으면 안돼는 자식만 생각하시고 사심 안되나요
    어차피 사고로 어이없게 죽는 분들도 많은데 몸은 아프지만 또 언제 그렇게허망하게 될지 모르는 세상이니... 당장 나없으면 밥 굶고 엄마 없으면 천덕꾸러기 되는 아이들만 보고 버텨보세요
    너무 길게도 보질 말고 당장 코앞만 보고 그냥 그냥 사세요 ..그럼또 그렇게 하루살고 이틀살고 그럼 되실꺼에요

  • 18. ...
    '15.7.18 1:07 AM (175.223.xxx.67)

    잘 하셨다고
    잘 견디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원글님의 글을 보니
    그래도 희망이 보여 빙그레 웃음도 나고 안심이 되네요.

    님과 같은 상황을 지내고 있는 사람들.. 결코 흔친 않지만
    비슷비슷한 사람들도 있을거고
    더 힘든 사람도 분명 많을거에요.

    지치지 마시라고는 못하겠지만
    힘을 드리고 싶네요..

    우리가 님을 사랑해 드리면 되는거 아니겠어요??

    화이팅이요!!^^

  • 19. 잘 견디셨어요
    '15.7.18 2:35 AM (74.98.xxx.157)

    내 삶이 내가 잘못한 결과인가, 아니면 나만 재수가 없는 것인가, 이게 정상인가, 남들도 이렇게 살면서 다 아무렇지 않은 것인가....이런 생각 많이 해봤자 답이 없어요. 답이 없으니 공허하고 막막하고 우울해서 결국 점점 더 고통스럽기만 해요.

    저도 이런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면 견디셔야 해요. 죽어버리면 제일 단순한데,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지 이해는 안가긴 해요. 하지만 자식한테 죄를 지으면 안되요. 저는 다른 건 모르겠고 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일단 엄마들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어코 살아서 애들 방패막이가 되어야 내가 책임있는 인간으로서 그래도 떳떳하게 관짝에 들어갈 것 같아요.

  • 20. 저도...
    '15.7.18 8:32 AM (110.14.xxx.40)

    노력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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