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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몸 안에 사는 상자 이야기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K는 등에 상자가 들어 있다고 했다
아니 상자가 아니라 적막함이라 했다
아니 적막함이 아니라 발톱을 멈춘 토끼라 했다
마루 끝에 앉아 손톱을 다듬어주거나 매니큐어를 발라 주던
노을 진 운동장에서 그네를 밀어주던 K
그 저녁 내리던 빗줄기
그 빗줄기를 따라 후루룩 국수를 들이켜던 소리
기찻길 우에 올려진 녹슨 못 이야기를 하는 동안
상자는 조용했고, 조용했으므로 하루를 살아내던 날들이었다
어느 날은
담장 따라 걷는 채송화처럼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 병풍이 되어도 좋았다
그렇게 나이 들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상자에게 말했다
상자는 고요했고 세상의 모든 새들은
서쪽으로 날아갔다
사는 게 지겨웠으며 빨리 늙고 싶다고 투명한 새를 보며 말했다
상자의 가슴팍쯤에 오줌 한줄기 갈겨주고 싶다는 생각은
한물간 생각이어서 세상 모든 날카로운 끝에 대고
너도 토끼냐, 묻고 싶었다
발톱을 감춘 토끼라니, 그 하찮음이
오늘을 또 살게 하는지도 몰랐다
하찮음으로 밥 먹던 날들
그네를 멈추는 것은 내 몸의 줌심
거기에 상자가 있었다
투명한 투명한 투명한
새는 왜 죽었을까
얼마나 살고 싶어야 투명해지는 걸까
- 조연수, ≪나는 K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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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5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7/14/20150715_grim.jpg
2015년 7월 15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5/07/14/20150715_jangdory.jpg
2015년 7월 15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00295.html
2015년 7월 15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9c163c52d8fe4a4c9644f5ad9f8e3782
동물한테 배워야 하는데 왜 끌고 나가지? -_-a 다 눈 앞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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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때 웃음이 나오지 않는 사람과는 결코 진정한 사랑에 빠질 수 없다.
- 아그네스 리플라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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