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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며느리

시어머니 조회수 : 3,979
작성일 : 2015-07-07 09:51:27

전 아침에 일어나 대충 정리가 끝난 후 한 잔의 커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70 가까운 세월을 살다보니 행복이라는것이 뭐 대단한게 아니고 그날이 그날같은

평범하고 조금은 무료한 일상이 행복이더라는 것을 깨달았음이네요

때론 지루하고 가라앉은듯한 일상이 지겹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는데 어느 날  작은

딸이 오진으로 끝나긴했지만 육종인거 같다는 의사의 말에 일주일을 뜬눈으로 날을 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숨어서 얼마나 울었던지 ..

새삼 이렇듯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것이었나를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어요

참 오늘 제가 쓰고자했던것은 이게 아니었는데  ^^

제 며느리 자랑 좀 할려 그랬는데

그런데 사실 조심스럽기도 한 것이 여기 82를 보다보면  제 주변에선 느껴보지 못한  날카로운

분들이나 뾰족한 댓글로 상처를 주는 분들이 있어 살짝 염려가 되기도하지만 그래도 자랑 좀

할께요

엊그제 며늘아이가 전화를 했어요

"어머니 모레 시간 어떠세요?"하고" 괜찮아 왜?"했더니 영등포 타임스퀘어 갈일이 있다고

난 배부른 며늘아이가 태워다 달라는 줄 알았지요

어머니 명품가방을 하나 사드리고 싶다네요

제가 편하게 짝퉁 크로스백을 메고 다니는게 마음쓰였나봐요

저 명품 좋아하지도 않고 그것도 작은 사위가 출장다녀오는길에 베트남에서 사온거였는데

작은 딸이 내가 이 나이에 짝퉁 들게 생겼냐고 사위를 타박하길래 그럼 내가 들께 하고 메고 다녔거든요

누나들이야 결혼 10년차니 그런대로 안정된 생활을 하지만 결혼 3년차 막내 아들은 아직은 아니거든요

명품백 하나쯤 쉽게 사줄 형편이면 나도 맘 편하게 받을 수도 있지만 아직 전세 살고 애 낳으면 돈 들어갈 일도

많은데 명품백이 뭐라고 그걸 넙죽 받겠습니까?

그래도 꼭 사드리고 싶다는 며늘아이에게 나 칠순때나 사주렴했더니 그땐 더 좋은것 사드릴께요 이러네요

아들보다 연상이라 그런지 무엇이든 어른스럽게 그리고 잘 하려는 며늘아이에게 그럽니다

"너무 잘하려하지 말아라 그냥 편하게 기본 도리를 하고 살다보면 서로 정도 들고 자식을 낳고 가족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면 그렇게 가족이 되는것이란다"하고

이렇게 적다보니 내가 엄청 좋은 시어머니로 보실 수도 있지만 저도 맺고 끊는게 너무 확실한 성격이라

아마 서운할 때도 있을거예요

서로 그렇게 조금은 서운함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진심을 다한다면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다고 생각

하거든요

이제 3년차지만 세월이 흐르다보면 더 깊은 정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헥헥  길게 썼더니 힘드네요

여러분도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IP : 115.140.xxx.16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7.7 9:56 AM (175.121.xxx.16)

    너무 잘하려 하지마라.
    그땐 정말 모르고 어려서
    기대도 오해도 많고 실수도 많았어요.

  • 2. 45
    '15.7.7 10:09 AM (110.0.xxx.214)

    전 아침에 일어나 대충 정리가 끝난 후 한 잔의 커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요 부분 공감합니다 ㅋㅋ
    전 지루한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해요,,ㅋㅋ
    며느님이 가방을 꼬옥 사드리고 싶었나봐요,,
    그냥 니 마음으로 충분하다,,마음만 받겠다 그러시고,,그래도 며느리가 사드리면 나중에 돈으로 내 마음이다 하시며 주시면 며느리도 좋아할듯요,,

  • 3. ㅇㅇㅇ
    '15.7.7 10:11 AM (211.114.xxx.99)

    어머님이 참 좋으시네요
    저희 어머님도 어쩔땐 너무 관심이 없는것 같아서 섭섭할때도 있었는데
    잔소리 잘 안하시고 너희들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시라서 마음이 편하고 좋습니다
    그러니 더 잘해드리고 싶기도 하구요...
    원글님 글 읽으니 연상인 며느리고 괜찮겠다 싶네요
    나중에 아이 생기면 서로 소원해지기도 하고 바빠서 못챙길때도 있을테고
    그떄가서 섭섭하게 생각지 마시고 지금 마음 받으시는걸로 퉁~ 치시면 될것 같아요...
    사이좋은 고부간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4. 며느리입장
    '15.7.7 10:16 AM (73.153.xxx.66)

    잘해주시는 어머님...하나라도 드리면 더 돌려주려고 애쓰시는 시어른께는 당연히 항상 잘해드리고싶은 맘이 들어요.
    그러니 아마 며느리와 글쓰신님도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항상 생각하는 그맘을 고부사이에 알고 느끼기에 이렇게 훈훈한 글도 쓰실수있죠.
    사실.....명품가방받으시면 형편도 어려운데 염려스럽고 미안해서라도 더 주시려 하실거잖아요?
    항상 자식들을 그런맘으로 위해주시는 부모님을 누가 싫어하겠어요.

  • 5. 어머님...
    '15.7.7 10:22 AM (118.37.xxx.138) - 삭제된댓글

    저희 시어머님 같으셔요.
    저희 시어머님은 시골에서 농사일 바쁘셔서
    집에서 커피 여유는 없으시지만요.
    존경스런 어르신입니다.
    며느리를 사위처럼 대한다고 하실까요?
    예의갖춰서 대하며 정들다가 시간 지나면 자연스런 가족의 정이 생기고....억지가 아닌 진정한 가족이 되는거죠.

  • 6. 모르지만큰형님
    '15.7.7 10:26 AM (118.218.xxx.217)

    칠십나이에도 컴으로 좋은 시간보내시니 건강하신가 보네요.
    혹시 눈 안아프세요?
    전 훨씬 나이가 적지만 눈이 아파서 컴하기가 힘들어요.
    갈수록 돋보기 도수도 올라가고 글읽기가 힘들거든요.
    돋보기 사용하시나요?
    나이들어도 눈 좋으신 분 부러워요.

  • 7.
    '15.7.7 10:30 AM (219.240.xxx.140)

    아 부럽네요
    좋은시어머니 가진 그 며늘도 부럽고요.
    저런시어머니면 나라도 해드리고싶겠네요 축하드려요

  • 8. ....
    '15.7.7 10:31 AM (155.230.xxx.55)

    이런 행복이 묻어나는 글과 댓글들 보니 저까지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일상속의 소소한 행복들 지나치지 말고 느끼고 누리고 살아요~

  • 9. .....
    '15.7.7 11:01 AM (180.69.xxx.122)

    좋은 분이시네요..
    대부분 시어머니들이 저런 마인드로만 며느리를 대해도...
    처음 결혼해서 어른이라 어렵고 어버버할때 저렇게 대해주시면 점점 가족처럼 마음이 쌓여갈텐데..
    주변을 둘러보면 효도강요,도리강요로 시작해서 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오히려 거꾸로 마음이 가는거겠죠. 가족처럼 잘해드리려다가 멀어지게 되는...
    저도 배워갑니다.

  • 10. 시 어머니
    '15.7.7 11:05 AM (115.140.xxx.16)

    좋게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맞아요 명품백 좋아하지 않아도 며눌애가 사 준다니 살짝 자랑하고 싶었나 봐요^^
    책 볼 때는 돋보길 쓰지만 컴은 그럭저럭 할 만해요
    한가할 땐 전화도 안 하는 아들녀석이 살짝 서운하기도해요
    그럴 때 전화하면 웬 일이십니까?하는데 제 친정언니가 그리도 말하지 말랍니다
    평소에 아들녀석관 농담을 잘 하는데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이쁘다고하면 엄마보단 안
    예뻐하던 녀석이 지 마눌은 엄마보다 더 예쁘다네요^^
    그럼 나도 질세라 아빠도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젤 이쁘대하네요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내 아들 맘 편하게 아들은 이해하니 며늘애 더 챙기면 아들이 더
    좋아하니까요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것 같아요
    이리하면 내 자식 맘이 편하겠구나 싶으면 나자신도 흐뭇해지거든요
    영감 말마따나 못 말리는 할멈이랍니다
    딸들도 손주챙겨주고 이것저것 맘 써주는 엄마땜에 직장생활 편케한다고 고마워하구요
    서로 조금씩 표현하며 사는것도 좋은것 ㄱㅌ네요
    아침부터 자랑이 늘어지네요 ^^

  • 11. 좋으신 분
    '15.7.7 11:05 AM (118.220.xxx.106)

    글로도 느껴집니다 며느님도 잘 만나셨네요
    나의 뜻을 저사람이 알아주고 저 사람도 나에게 그렇게 대해주는 관계. 쉽지않고. 참. 부러운 관계죠

  • 12. .....
    '15.7.7 11:11 AM (175.195.xxx.125)

    사실 이런 행복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상대를 배려하면서 조심스레 정을 나눠가는 일상...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세요!

  • 13.
    '15.7.7 11:37 AM (219.240.xxx.140)

    아 부럽다 ㅎㅎㅎㅎㅎ
    진심 그런집에 시집가고파요
    서로 예의지키고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시집가자마자 며느리 도리부터 읊어대는 시집에 첨부터 질려서.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 14. 맞아요
    '15.7.7 1:10 PM (39.118.xxx.147)

    거꾸로 이젠 시댁이 남이구나를 느끼는 저로서는...
    (저 그렇게 못된 사람 아니었어요..)

    참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글이네요.

    저도 몇 년 후면 며느리들을 맞이할 텐데,
    처음부터 내 가족 만들려고 하지 말고
    살다보면 이런 정 저런 정 쌓여
    자연스럽게 가족임을 마음으로 느끼게끔 해주는..
    그런 시어머니이고 싶습니다..

    자식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거..
    그게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는 부모죠..

  • 15.
    '15.7.7 2:22 PM (108.59.xxx.153)

    정말 이런분을 시부모님으로 만나고 싶어요. 원글님과 같은 시어머니.
    며느리분이 복 받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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