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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기분 맞춰달라는 어머니들 얘기가 나와서...

샘기방패 조회수 : 1,584
작성일 : 2015-06-25 13:46:32
내 아이 소중하죠.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어디 나가서 차별받거나 자기 몫 못 챙길까 불안하죠. 그래서 주책일 것 같아도 한마디라도 부탁하고 싶죠. 그런데 같은 말이라도 말이에요, 예를 들어 "저희 애가 아직 철도 없고 부족해요. 잘 부탁드리고 저도 열심히 하라고 격려할게요" 이런 말씀 하시고나서 이뻐해달라, 기분도 맞춰달라 하면 선생들도 사람인데 오히려 잘 해보려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그냥 무조건 이뻐해달라 기분 맞춰달라 하면 학원/공부방샘도 사람인데 이 엄마 지 애 밖에 모르네 하는 마음이 들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제가 그동안 겪어본 안 좋은 경우의 학년별 학부모님들 특성 적어볼게요. 저도 책임감과 애정 가지고, 나이대별 특성 배려해가며 열심히 가르치고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 보람 느낄 때도 많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아이들 대하는 일은 참 힘들어요ㅠㅠ 부모가 친자식을 키우는 만큼은 당연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직 완성이 덜 된 아이들을 이끌어 가는 일이거든요. 거기다 어머님들 상담하다 보면 진상인 분들, 분명 계세요. 여기는 어머님들이 많으시니까 욕 먹어도 할 말은 없어요. 그래도 알아두시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솔직한 제 입장 써볼게요.  

초1~2 학부모님들: 무조건 이뻐하고 아기다루듯 해달라고 함. 말 그대로 무조건. 본인들이 아이에게 관심과 애정있는 만큼 학원에서도 해주길 바람. 그런데 솔직히 그게 말이 안됨. 자기 자식만 세상에서 가장 이쁜것임. 그리고 집에서야 1:1이지만 학원 오면 최소 5대1, 10대1인데? 어린이 학부모님들은 선생님들이 전화로 아이에게 관심 있어 보이는 말, 좋은 말 해주고 사진찍어 카톡으로 보내주는거 받고 마냥 아이좋아 하실 거 없음. 그거 다 직업의식에서 나오고 다년간 훈련된 업무임. 어머님들이 하나 알아주셨으면 하는 건 저학년 애들도 나름대로 씩씩하고 의젓하다는 점. 얘들도 집 밖에 나오면 다른거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음. 그리고 자기들끼리도 경쟁의식이 있어서 애기처럼 안 굴려고 함.

초3~5 어머님: 안정적인 시기. 큰 요구도 없으시고 학원탓도 별로 안하심. 사실 지랄같은 사춘기 오기 전이고, 아직 어른들이 무서울 때라 사춘기애들같은 쓸데없는 꼬장도 안 부리고 어린이 특유의 적극성이 있어서 진짜 귀엽고 이쁨. 근데 엄청 장난꾸러기들, 활기넘치지 않으면 쉽게 지루해 함. 굳이 힘든 경우를 찾자면, 이 시기에 기초 학습습관을 잡아줘야 하는데 학원만 보내면 다 되는줄 알고 태평하신 분들이 계심. (숙제 잘 안되는 아이들...)

초6 : 여자애들부터 슬슬 사춘기 도입. 아이들이 나름대로 난 초등학교에서 최고학년임 엣헴~ 하는 자부심이 있음. (이런 걸 요즘 애들 말로는 육부심이라고 하나?) 그래도 아직은 초등학생. 아직까진 부모님들 그렇게 요구 많지 않으시나 슬슬 중등학습에 대해 염려가 늘어가심.

중1 학부모님들: 자녀가 어리고 중학생활 처음인 것을 엄청 강조함. 이건 솔직히 초등학원에서 6학년 때부터 중등과정에 대해 엄청 과장해서 겁준 영향이 큼. (중등공부에 적응 못하는 어리버리한 중1들도 분명히 있지만 그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비율임. 6학년 때 학원에서 중등 어려워요~ 대비 안하면 망해요~ 하는 거 어느정도는 에누리 해서 들으셔야 함. 영업전략임.)

중2 학부모님들: ...... 눈물만 나고 속만 타고 할 말이 없음. 자기도 해결 못하는 걸 학원이 못한다고 진짜... 갑질 많이 하심ㅠㅠ  애들도 사춘기 지랄병이라 힘든데, 어머님들도 그 애들한테 지쳐서 학원에 더 날 세우는 분들 부지기수. 그리고 솔직히 이때부터 막말로 떨어질놈 떨어지고 유지할놈 유지하고 올라갈놈 아주 가끔 나오는 시기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심. 사춘기는 애도 부모도 학교/학원샘도 모두가 힘든 시기인 만큼 누구를 탓하기보다 협력하는 자세로 문제에 접근하는게 가장 좋을텐데 그런 경우는 정말 가뭄에 콩남. 결국 만만한 학원선생만 샌드백 됨.

중3 학부모님들: 이제 (자기 자녀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포기하고 마음 비우신 분들이 나타남. 어린 학생과 대비되는 점은, 학원탓보다 자녀탓을 하기 시작하심. "그놈이 안하는 걸요... 샘이 고생 많으세요..." 이런 말이 처음 나오는 시기

고등부: 아예 학원에 뭘 바라지 않으심. 전화오면 오히려 싫어함. 이제부턴 100프로 애들과 딜 해야 함. 


덧- 내 아이 이뻐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건 82에서 지탄받고 있는 공공장소에서 기저귀 갈기, 커피숍과 키즈카페 혼동하기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습니다. 아참, 흔히 인터넷에 떠도는 안주 조금 시키고 서비스 당당하게 요구하는 진상하고도 맞닿아 있다고나 할까요? 아이가 학원 등에서 불공평한 처사를 받는 건 충분히 이의제기할 일이지만, 엑스트라의 관심/케어를 받게 해달라는 거랑 서비스 내놔 하는 술집 손님들이랑 대체 뭐가 다를까요...
 


IP : 125.132.xxx.22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5.6.25 2:12 PM (211.109.xxx.242)

    대박~~ ㅋ
    잘 파악 하셨네요~~

  • 2. 정말
    '15.6.25 3:09 PM (14.52.xxx.193)

    논리정연하시네요. 경험과 생각을 이렇게 말로 풀어 쓰기가 쉬운게 아닌데요.

  • 3. 진짜 대박!!
    '15.6.25 3:30 PM (175.118.xxx.61)

    저는 초등 대상 영어강사입니다.
    진~~짜 파악 잘 하셨네요.학생들이 주로 저학년이 많다 보니 딱!
    중고생 담당 강사 친구랑 진짜 똑같은 말 하시네요.
    공감 백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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