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처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어진 엄마의 언어 신체적 폭력이 너무 심해서
대학 졸업하면서 결국 집을 나오게 되었네요.
부모님의 반대가 굉장히 심하셨지만, 그냥 막무가내로 나왔어요.
별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집을 나와서 1년 정도 엄청 고생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잡고 살고 있습니다.
집안에 문제 없는 사람 없다지만 저희 집안도 굉장히 문제가 많았죠.
엄마도 사실 알고보면 굉장히 안된 분이세요.
원래 굉장히 예민하시고 상처 잘 받는 여린 성격이신데, (살면서 엄마만큼 예민한 사람을 못 본 것 같습니다)
사랑과 전쟁급의 시어머니에게 시달리시다가 결국 연을 끊으셨고 (같이 산 건 아닙니다만)
남아선호 사상이 심하고 성격 자체가 냉담하셨던 외가 쪽 식구들과도 의절하셨죠.
아버지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셨고 엄마와 사이도 좋지 못하셨어요.
어릴 때를 떠올리면 엄마랑 아버지가 계속 다투던 게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그래서 엄마는 그 스트레스를 저랑 동생에게 푸셨어요.
화가 나시면 물건을 손에 집히는 대로 던지시고, 어마어마한 욕과 폭언을 쏟아부으시곤 했지요.
초등학교 2학년때 책가방을 제대로 못 쌌다고 몇 시간을 발에 차이곤 했어요.
항상 저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고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며 죽어버리라고 하셨죠.
학교 다닐 땐 담임 선생님들마다 항상 저를 학기 초에 호출하시곤 하셨어요.
어머님이 많이 엄해보이시더라, 혹시 힘든 일은 없느냐 이런 질문을 하시면서요.
엄마는 제가 문제가 많은 애라고 왜 저러는거냐고 매번 담임 선생님들께 물어보곤 하셨대요.
그런데 저는 공부도 잘했고 학교에서 사고 한 번 친 적 없는 자타공인 모범생이셨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말씀하시기를, 선생님들은 저를 믿음직한 모범생이다, 어머님이 욕심이 과하신 것 같다 그렇게 평가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해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진학했고, 학기 중에 집에 갈 일이 없다는 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대학교에 진학하고 방학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아빠가 그러시더라고요.
중고등학교땐 매번 고개 푹 숙이고 다니던 너가 표정이 달라졌다고요.
훨씬 밝아보이고 자신감 넘쳐보인다고, 내 딸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도 있느냐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방학 때 집에 내려갈 때마다 겪는 폭언과 폭력은 여전해서,
결국 대학을 졸업하면서 집을 나오게 되었네요.
그런데 엄마는 여전히 저를 포기 못하신건지 왜 그러신 건지는 몰라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시거나 문자로 저에게 온갖 욕과 폭언을 퍼부으십니다.
전화를 받아보면 별 내용도 없어요..
밑도 끝도 없이 자기한테 왜 그러냐고 하시고는,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난리가 납니다.
그냥 저한테 스트레스 푸시는 거죠.
제가 일하느라 핸드폰 안보면 부재중 통화가 몇십통 씩 와 있어요. 소름돋습니다.
지금 대학생인 동생도 결국 엄마를 견디지 못하고 전역 후에 집을 나가버렸고요.
아직 엄마랑 함께 살고 계신 아빠는 콩가루 집안이 된 걸 자책하시면서도,
집에서 아빠에게 온갖 신경질을 다 푸는 엄마랑 살기 너무 힘들어하시면서,
저에게 은근히 집에 다시 들어올 생각 없느냐고 하십니다. 혼자 감당하기 너무 힘드신거죠.
가장 힘든 건 제가 본격적으로 교사가 되어서 초등학생들을 대할 때에요.
이렇게 어리고 작은 아이였던 저를 엄마가 그렇게 대했다는 게 참 씁쓸하네요.
하지만 저도 성인이니, 과거 일은 다 덮을 수 있고 제 남은 감정은 제가 알아서 처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도 나이가 들었으니 엄마를 같은 여자로, 같은 사람으로 이해하는 부분도 있고요.
과거로 끝난 일이라면, 그냥 엄마를 참 불쌍했던 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안쓰럽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현재진행형인 이 상태는 도저히 견디기가 힘드네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82 분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