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제가 그 분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거같아요

참맛 조회수 : 1,655
작성일 : 2015-01-17 06:14:33

[펌] 제가 그 분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거같아요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93671


몇 주 전에 집근처 요양원에 간호조무사로 일하려고 지원을 했어요. 
놀랍게도 바로 일자리를 구했고, 알츠하이머 병동에 배정받았어요.
저는 하루에 12시간을 일해요. 환자들 목욕하는거나 옷 갈아입는거, 식사하는 것을 도와드리는게 주 업무죠.
간단한 일이라 금세 익숙해졌어요.

제가 특히 애착이 가는 분이 한 분 있었어요. 
친절한 할머니였는데 알츠하이머 말기를 앓고 계셨죠.
자주 혼란스러워 하셨어도 제가 마음에 드신거 같았어요.
저를 알아보시는건 잘 모르겠지만 다른 조무사 분들과 있을때보다 저랑 있을때 훨씬 차분하셨거든요.
그래서 자주 그 분 담당이 되었어요. 
저는 휴식시간도 그 분과 같이 보내기 시작했고 날씨가 좋을땐 바람을 쐬러 밖에 같이 나가기도 했어요.

안쓰럽게도 그 분의 딸은 거의 발길을 하지 않았어요. 
가끔 그 분은 30년도 훨씬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기도 했죠. 
자주 정신이 왔다갔다 하셨고 굉장히 외로워 보였어요.
그 분 딸은 대화부족을 비싼 선물로 뗴우려는 족속인거 같더라구요. 
여든 몇 살인 모친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했어요. 아이패드요! 
저는 그 분이 아이패드로 하실만한걸 좀 알려드렸지만 보통은 프룻 닌자 게임을 하시더라구요.

어느 일요일, 정오 쯤이었어요. 근무중이었는데 좀 한가한 날이었죠.
보통 가족들이 일요일에 면회하러 와서 제 일거리가 좀 줄거든요.
놀랍게도, 제가 아끼는 그 분, 그 나이든 할머니도 방문객이 있었어요.
의자에 뻣뻣하게 앉아서는 흥미 없어 하는 어머니에게 말을 걸고 있었죠. 
그 할머니가 당신 따님을 알아보긴 하시는건지 싶더라구요.
가서 인사도 하고 밖에 잠깐 나가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려고 했어요.
날씨가 정말 좋았거든요.

"안녕하세요, 저는 케이티에요. 여기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어요."

그 할머니의 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어요.
그 분이 당황스러운 눈길로 절 보더니 "안녕하세요..." 라고 말했죠.
"저는 마리에요."

"어머님을 보러 오셨나봐요 참 효녀에요. 밖에 모시고 나가실래요?"
제가 물었지만 마리는 여전히 당황스러워보였죠.

"지금은 밖이 제법 추운거같아요. 엄마는 눈을 정말 안좋아하셨거든요."

"그래요. 혹시 뭐 필요한거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부엌에 있을게요."

저는 문 쪽으로 향했지만 마리가 저를 저지하려고 제 팔꿈치를 잡았어요.

"왜 그러세요?"
제가 물었죠.
마리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눈에 눈물이 가득찬걸 보고 놀랐어요.

"죄송해요... 보기 괴로워서,,." 라고 말하며 마리가 고개를 떨궜어요.

"어머님이 상태가 안좋으셔서 그러시죠?"

저는 마리의 생각을 지레 짐작하며 말했죠.

"네." 마리가 대답했어요. 
"저도 못 알아보세요."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리를 다독였어요. 

"그래도 이렇게 와주셨잖아요."

저는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바닥에 그대로 자빠지고 말았어요. 리놀륨으로 된 바닥에 꽝 부딪혔어요.
왼쪽 허벅지에서 고통이 밀려왔어요.
마리는 도움을 청하러 복도로 달려나갔어요.
저는 들것에 실려 응급차로 옮겨졌고 정신을 잃을것만 같았어요. 놀랍게도 마리가 저랑 같이 타고 가더라구요.

"어머니랑 같이 계셔야죠." 
제가 마리에게 말했어요.

"쉿..." 마리가 제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어요.
"저 여기 있어요."

마리가 저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가 싶었어요.
마리는 아마 저보다 20살은 더 많을거라구요.
제가 추파를 던지는 낌새를 풍겼다 생각하진 않는데
모르잖아요 혹시.

진통제 때문인지 (제가 가끔 그랬듯이) 그냥 잠에 빠진건지 모르겠어요.
일어났을때는 병실이었고 간호사가 마리에게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질문을 들었는데 마리가 저 대신 대답을 해줄 수 있다는게 참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마리" 

제가 날카롭게 말했어요.

"정말 이러시면 안돼요. 절 도와주신건 감사하지만요, 저는 저희 엄마 부를게요. 
마리는 마리씨 어머니랑 같이 있어주셔야죠."

간호사랑 마리는 서로를 쳐다봤어요.

"전 저 분이 더이상 여기 있는걸 원치 않아요."

간호사가 마리의 팔을 토닥거리더니 마리에게 조용히 뭔가 말했어요.

"알겠어요.
커피 좀 가져올게요."

마리는 나가기 전에 제 이마에 입을 맞췄어요.
이상해요! 확실히 닦아냈죠. 
완전 또라이같아요. 

"저희 엄마한테 전화를 드리고 싶어요."
저는 간호사에게 말했어요.

"캐서린."
간호사가 부드럽게 말했죠.

"마리가 당신 병력을 알려줬어요. 
어머니는 오지 않으실거에요. 하지만 마리랑 제가 당신을 도와드리려고 여기 있어요."

"왜 안오신단거에요? 어머니한테 전화는 하셨어요?"

사람들이 진짜 무능해요 요즘!

"캐서린"
간호사가 다시 말했어요.
"어머니는 3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오늘 마리가 면회갔을때 요양원에서 넘어지셨잖아요.
다리가 부러지신거 같아요. 엑스레이 좀 찍고 어떤 치료를 할지 좀 볼게요."

완전 사기꾼이에요.
마리가 제 침대 옆에 두고간 아이패드에 제 모습이 비치는걸 봤을때
저는 간호사에게 거짓말하지말라고 거의 소리지르려던 참이었어요.
전 정말 흉측한 괴물이었어요.
얼굴은 축 늘어져서 쳐져있었고 머리는 듬성듬성 빠진 백발이었죠.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요."
전 겁에 질려 말했어요.

그리고 마리가 따뜻한 커피를 가지고 돌아왔죠.
"엄마..
괜찮아지실거에요."
IP : 59.25.xxx.12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1.17 10:45 AM (121.130.xxx.176)

    따뜻한 아메리카노 마시면서 들어 왔는데, 참 잘 읽었어요. 긴 글 감사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2. ???
    '15.1.17 12:50 PM (125.31.xxx.66)

    그럼 처음에 나온 친절한 할머니는 누구인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8674 하나님. 맙소사 .... 3 아이고 2015/06/24 1,805
458673 스트레스 받으면 커피를 너무 많이마셔요;; 9 궁금이 2015/06/24 2,086
458672 맹기용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기모순적이네요 63 ..... 2015/06/24 4,918
458671 집 앞 교회 6 에고...... 2015/06/24 1,327
458670 북유럽 말인데요 11 --- 2015/06/24 3,510
458669 뉴욕타임스, 삼성그룹 후계자 메르스 사태로 대국민 사과 light7.. 2015/06/24 1,122
458668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 혹시 이 증상이 뭘까요? 5 궁금 2015/06/24 2,083
458667 열무국수 . 오디 (쥬스.요쿠르트 등등) 맛있게만드는비법 부탁.. 4 요리 2015/06/24 1,266
458666 워드 프로그램에서 화면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요? 1 pupu 2015/06/24 376
458665 박근혜가 1999년에 시행령 개정 요구권까지 발의했군요 2 지가하면로맨.. 2015/06/24 849
458664 매실병 뚜껑요 1 ... 2015/06/24 1,305
458663 저에게 해코지한 사람... 5 여름밤 2015/06/24 2,061
458662 7월 초에 미국여행 어떤 준비를 해야하나요? 2 준비맘 2015/06/24 1,362
458661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아랫집 냄새가 올라오는데..도움요청 17 냄새나는 이.. 2015/06/24 9,966
458660 맞선자리 무슨 질문해야되나요? 2 ... 2015/06/24 2,872
458659 맹기용 엄마 아들을 위한 변명 ... 51 고뤠23 2015/06/24 16,455
458658 대출금 못갚으면 정말 이렇게 3 하나요? 2015/06/24 4,538
458657 지금 신한은행 안 열리는 거 맞나요? 7 혹시 2015/06/24 1,091
458656 어쨌든 82가 젤 재밌네요. 10 . . 2015/06/24 1,474
458655 운전할때..언제 가장 짜증나세요? 20 ~~ 2015/06/24 3,424
458654 차에 기스내는 분땜에 속터져요 1 ,,, 2015/06/24 1,402
458653 여자 운전자들 13 2015/06/24 2,762
458652 조엔 롤링의 다른 소설들은 어떤가요? 4 해리포터말고.. 2015/06/24 1,706
458651 엄마와의 사소하지만 끝없는 갈등..누구의 잘못일까요 2 침묵 2015/06/24 1,717
458650 저도 딸이 있는 엄마입니다만 교복 치마 좀 못 줄여입게 하세요... 49 2015/06/24 13,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