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5년 1월 16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84
작성일 : 2015-01-16 07:42:33

_:*:_:*:_:*:_:*:_:*:_:*:_:*:_:*:_:*:_:*:_:*:_:*:_:*:_:*:_:*:_:*:_:*:_:*:_:*:_:*:_:*:_:*:_:*:_

더 이상 갈 수 없어 내렸습니다. 종점이 가까운데 정당 잡혀온 내일은 바닥났고 생각은 호주머니 속에서 잠 잡니다. 날 저물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적막강산에 맨몸으로 뛰어든 눈발만 한없이 반가워 지쳐 때묻은 뼈를 묻을까 잠시 비장한 궁리 합니다만, 끝없는 우리의 희망 같은 것일까요? 눈 덮인 山河 어둠의 한 끝을 녹이며 달려가는 붉은 눈시울의 차창은. 어디서 우리는 거짓없이 절망할 수 있을레는지.

며칠 이 곳에 묵으며 피차 이름 석자 건네지 않아도 낯익은 슬픔 어깨 기대어 나누어 떨 요량입니다. 남은 희망에서 춥고 흐린 날을 제한 따스한 백일몽을 셈하며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에서 또 다시 처음인 듯 해후할 날을 재촉하겠습니다. 별빛일지, 아직은 확시리 않은 얼굴들 새벽 첫차 바람부는 플랫포옴에 떠 오르는군요. 저들에게 아름답게 손 흔들어 인사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서랍을 열어 주십시오. 소용 닿지 않을 유품과 길고 긴 유서에 부끄러움 전합니다. 삶과 죽음을 우롱한 죄값은 살아가면서 차차 갚아드리겠지만 다시 만날 땐 거짓 우울에 함구하겠습니다.

그 곳에도 해가 떴겠지요. 밤이 다하면 아침이 오는 이 평범한 진리를 낯선 곳에서 눈물로 수긍해야 하다니. 지나쳐온 눈물보다 겪어야 할 즐거움 더 많다고 속삭여대는 저 눈발에 새로운 은유를 찍으며, 아, 속는 셈치고 기꺼이 속아 넘어가겠습니다. 뒤늦은 깨달음에 기대 앞세우고 마중나와 주시길 바라면서
또 소식 드리지요.


                 - 강남옥, ≪간이역에 내려≫ -

* 매일신문 1988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5년 1월 16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1/15/5a1602a1.jpg

2015년 1월 16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5/01/15/5a1625a1.jpg

2015년 1월 16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73883.html

 

 


호랑이야. 아니라고? 헐~ 너님 빨갱이.

 

 


 
―――――――――――――――――――――――――――――――――――――――――――――――――――――――――――――――――――――――――――――――――――――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된다.”

              - 노신 -

―――――――――――――――――――――――――――――――――――――――――――――――――――――――――――――――――――――――――――――――――――――
(오늘의 꼬릿말은 페이스북 "하루에 한 줄 https://www.facebook.com/HaruHanjul"에서 뽑아왔습니다.)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0165 쌍꺼풀 재수술 비용좀 봐주세요 쌍수 2015/09/09 1,748
    480164 지방사람이 서울에서 수술할 경우 10 질문 2015/09/09 1,186
    480163 신라면세점 선불카드 사용시 얼마이상 구매해야하나요!? .... 2015/09/09 9,321
    480162 시라아 난민 발 걸어 넘어뜨리는 기자 17 사람답게 2015/09/09 3,585
    480161 결혼 전 예비 시어머니와의 연락 하는건가요? 4 아름다운 2015/09/09 3,045
    480160 삼십 중반에 시집 좀 가보려고 남자 만나보는 중인데요.... 10 흑흑 2015/09/09 3,586
    480159 아이들 빅토리아 슈즈나 씨엔타 신기시는 분들~ 6 빅토리아슈즈.. 2015/09/09 2,734
    480158 이정도 층간소음은 참아야할까요? ㅠ 6 에효 2015/09/09 1,440
    480157 차가버섯 관련 문의드려요, 경험있으신 분 꼭 좀 봐주세요 6 엄마 2015/09/09 2,734
    480156 백선생 묵은지찜에 돼지갈비를 넣어도 될까요? 9 참맛 2015/09/09 2,002
    480155 물먹는 하마 같은 제습기 효과 의문이요... 1 제습기 2015/09/09 2,500
    480154 대구에 울려퍼진 박비어천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8 바그네 2015/09/09 1,178
    480153 문재인 대표 긴급 기자회견... 재신임카드 꺼낼 듯 33 세우실 2015/09/09 1,601
    480152 오늘 성인발레 처음 수업 들어봤어요.. 15 성인발레 2015/09/09 10,019
    480151 나가려고 신발 신으면, 남편이 '어디가?' 그러지 않나요? 15 2015/09/09 3,467
    480150 남편 폰 해야하는데 엣지랑 노트5추천좀해주세요ㅜ 2 ... 2015/09/09 1,012
    480149 하체 비만녀에 통팬츠 어울릴까요? 6 고민 2015/09/09 1,462
    480148 6월에 담근 매실.. 1 매실청 2015/09/09 1,045
    480147 초등5학년 엄마들이 경주역사문화체험 가려고해요 도와주세요 5 경주역사문화.. 2015/09/09 1,175
    480146 보온포트와 보온병이 다른점이 뭔가요? 4 웃어봐요 2015/09/09 1,050
    480145 들어주세요. 남편의 외도 어떻게할까요. 35 .... 2015/09/09 11,189
    480144 6월에 집을 샀을 경우 7월 재산세는? 7 궁금 2015/09/09 1,282
    480143 작년보다 아파트 빌라 집값 엄청 올랐네요 18 뭐냐 2015/09/09 6,046
    480142 김치가 너무 맛있게 됐어요~~ 60 알배기배추 2015/09/09 5,014
    480141 수공 4대강 빚 갚는데…국민세금 5.3조 줄줄 샌다 3 어쩔 2015/09/09 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