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자친구들은 여름에만 만나는 걸로 ㅎㅎㅎ

지니니 조회수 : 7,963
작성일 : 2015-01-14 11:29:26
며칠 전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어요. 어쩌다보니 친구들이 다들 엄청 부자에요. 고등학교 때 교실에서 공부하고 학교앞에서 떡볶이 사먹을 때는 잘 몰랐는데 대학교 가면서부터 격차가 확확 나더라구요. 대학 다닐 때는 밥 한끼 먹을 때 들어가는 돈도 아까워서 모임에 빠지고 그랬어요. 그러다 다들 결혼하고 애 낳고 외국도 갔다오느라 시간이 흘렀고, 연락이 끊어지진 않은 덕에 또 연락해서 만나게 되었죠.
근데 정말 옷장을 아무리 뒤지고 뒤져도 뭐 걸칠 게 없더라구요. ㅎㅎㅎ 걸칠 것도 없고 들고 갈 것도 없고 신고 갈 것도 없는 이 신세 -.- 저 얼마전까지 외국에서 살다왔는데 그 나라에서는 코트 따위는 입을 일이 없었어요. 누가 봐줄 사람도 없고 말이죠. 무조건 패딩점퍼만 입고 다녔거든요. 한국에 와서보니 그나마 입던 패딩도 너~~~무 아저씨 같은 스타일이어서 안그래도 한달 전쯤, 큰 맘 먹고 코트 한 벌 사야겠다고 맘 먹었지요. 그러놔!!! 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너무너무 비쌌고, 저는 아직도 옷값으로 10만원 이상 넘어가면 손이 벌벌 떨리기에, 결국 백화점 아울렛 순례를 마치고 아무 것도 사지 못한 채 겨울이 얼추 다 지나가게 된 거에요. (이제 강추위는 없다죠?? ㅋ) 
여튼 간만에 친구들이 모인다고 연락이 왔고, 흠, 정말 입을 옷이 없긴 했으나 다행히 그날은 너무 추워서 무조건 패딩을 입어야할 날씨였으므로 크게 고민 안하고 우리 남편도 맞을 법한 큼직한 패딩을 입고 나갔지요. (그 옷이 제일 따뜻했거든요.) 원래는 남들 뭐 입는지 그렇게 크게 관심을 가지는 편이 아닌데 제가 한창 코트를 사려고 보고 다닌 뒤라 그런지 애들 옷이 막 한눈에 읽히는 거에요. 어찌나 코트 털이 한올한올 살아있는지. 백화점 마네킹들이 부티나게 입고 있던 옷을 진짜 입으면 요래 되는구나 싶더군요. 전 언제부터인가 벗어날 수 없는 유혹, 에코백을 들고 갔는데 (이게 가벼워서 보통 중독이 아닌데다가 오는 길에 장도 봐야해서 진짜 아무 생각없이 들고 갔지 뭐에요) 얘들은 뭐 에르메스에 뭐에...(글자 써진 에르메스밖에 알아보지 못하는 내 비루한 눈.... ) 

즐겁게 잘 놀다 오긴 했어요. 다들 못생기고 뚱뚱했던 동지들인데 지금은 다들 용 됐어요.ㅎㅎ 같이 헛짓하던 시절 얘기하니 정말 고향에 온 것 같고 좋더라구요. 한편으로 앞으로 겨울에는 만나지 말아야겠다, ㅋㅋ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왔답니다. 여름옷은 뭐 괜찮은게 있냐하면, 고건 또 아니구요, 몸매가 괜찮으니 좀 벗으면 괜찮겠, 쿨럭...
그래도 나이드는게 참 많은 걸 둥글둥글하게 해주네요. 한 때는 내 가난이 읽힐까 노심초사 했었는데, 지금은 뭐, 야, 사는게 다 그렇지. 내가 원래 없이 살았잖니, 하하, 하고 넘어갈 여유도 생겼어요. 정말정말 없이 살면서, 그래도 자식교육 멋지게 시키겠다고 그 돈 많은 아이들 소굴에 저를 멋모르고 밀어넣었던 부모님 덕에 이래저래 생각이 넓어졌으니, 우리 부모님 자식교육은 과연 성공한 걸까요?? ㅋㅋ 
IP : 222.237.xxx.54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5.1.14 11:35 AM (223.62.xxx.54)

    님 부모님 성공 하셨습니다.
    교육이 별건가요 바른인성이 최고지요.
    언젠가 이 얘기도 추억이되어서 웃음지을날이 있을거에요.

  • 2. 여름도
    '15.1.14 11:36 AM (175.196.xxx.202)

    만만찮아요
    일단 얼굴 벌개서 땀흘리고 약속장소 가면 이것들은 땀 한방울 안 흘리고 나와앉아있고
    선글라스 샌들이 비싼데다 매니큐어 패디큐어 삐까번쩍...
    가난하고 재채기는 못 숨긴다지만
    부유함도 감춰지지 않는것 같아요

  • 3. ,,,
    '15.1.14 11:44 AM (175.113.xxx.99)

    진짜 여름도 만만치는 않죠....... 님부모님 딴건 모르겟지만 인성교육은 성공하신것 같은데요... 그렇게 다들 사는거죠... 동글동글... 질투.열폭에 쩌어 사는거 보다는 비교도 안될만큼 보기 좋아요...

  • 4. 원글
    '15.1.14 11:46 AM (222.237.xxx.54)

    인성은 성공까진 아니고, 초월의 미를 배웠달까요. 하긴 여름도 마찬가지겠네요. 선글은 십달러짜리 하나 있고 신발은 크록스 뿐인데 ㅎㅎ

  • 5. 마리
    '15.1.14 11:57 AM (14.53.xxx.231)

    원글님 그런데 글에 원글님 원만한 성격이 묻어나와요^^
    참 좋아보입니다.

  • 6. ㅎㅎ
    '15.1.14 12:09 PM (211.219.xxx.101)

    여름엔 몸매가 다하는데 저는 차라리 겨울이 나아요 ㅎㅎ
    사는게 다 그렇지요
    내가 가진거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보이더라구요
    나이 드니 좋은 면도 있더라구요

  • 7. 님좀짱
    '15.1.14 12:11 PM (61.253.xxx.65)

    전 님이 더 대단해보이네요^^
    저도 같은 경험있는데 전 한없이 작아졌거든요
    저도 요즘 패딩하나 사야는데 가격의 압박이ㅠㅠ

  • 8. 원글
    '15.1.14 12:22 PM (222.237.xxx.54)

    저도 어릴 땐 여러 생각이 많았구요 ㅎㅎ 없는거 탐하는 거보다 그냥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좋더라구요. 부자 친구가 나한테 용돈주는 것도 아닌데 뭘 쫄아, 이런 마음이랄까. 근데 저도 맵시나는 패딩하나는 사고 싶어요..친구가 입고 온거 눈에 확 들길래 보니 몽ㅋ 그거더라구요. 아 이 비싼 건 귀신같이 알아보는 내눈 어쩔 ㅋㅋㅋ

  • 9. ......
    '15.1.14 12:31 PM (1.219.xxx.57) - 삭제된댓글

    사람사는거 거기서거기예요

  • 10. ..
    '15.1.14 1:27 PM (118.37.xxx.138) - 삭제된댓글

    부를 뽐내려던 사람도 원글님 앞에선 기죽을꺼 같아요.
    원글님은 사랑스러운 여자~

  • 11.
    '15.1.14 1:57 PM (117.111.xxx.74)

    글너무잘쓰셨어요~~

  • 12. ㅎㅎㅎ
    '15.1.14 2:36 PM (211.221.xxx.227)

    저는 친구들 만날땐 그냥 깔끔하게만 하고 나가요, 비싼거 걸치고 가면 혹시라도 친구 속상할까봐요. 그러니깐 님도 친구들 배려해서 소박하게 입은걸로~^^

  • 13. dd
    '15.1.14 2:48 PM (211.199.xxx.129)

    .누구나 살면서 한번씩 느껴봤음직한..마음을 ..꾸밈없이 ..소탈하게 잘 표현하셔서 ..

    라디오에 사연 고대로 올리면 왠지 당첨 될거 같은 .스멜이 ^^

    원글님 말처럼..초월의 미 를 터득하신거면 완전 득도 하신거 같은데요..그러분이 제 주변에 한명 있으면

    참 좋을거 같네요 ^^ ..

  • 14. 원글
    '15.1.14 4:22 PM (222.237.xxx.54)

    ㅎㅎ 맞아요 집에 누런색 황금 반지에 정말 점처럼 찍힌 다이아도 하나 있어요. 다이아 있는데도 애들 기죽을까봐 안하고 나가는거죠 ㅋㅋㅋ 하긴 예전 결혼초에 하고 다니니 누가 웃으며 진짜 이런 걸 어디서 골랐냐고..
    (어디긴. 시골 역전 보화당, 울 시엄니 단골) 혹 라디오에 사연보내면 허리 잘룩 들어간 여성스런 패딩 상품권 받을 수 있을까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4418 애정결핍이 있는 집착녀는 잠자리를 가지기 쉬운 성향이 있다? 1 ??? 2015/08/20 4,083
474417 아이가 밤에 자다가 쉬~할 수는 있어도 응가 실수도 할 수 있나.. 4 배변훈련 2015/08/20 3,196
474416 벗겨진 후라이팬은 버리는게 답일까요 18 dd 2015/08/20 15,852
474415 지리산자연휴양림 3 지리산 2015/08/20 1,279
474414 운동고수님들~무릎 아픈 사람은 어떤 운동을 해야하나요? 18 아파 2015/08/20 4,922
474413 김영란법 누더기 시도에 농민을 팔지 말라 1 김영란법 대.. 2015/08/20 720
474412 복숭아가 맛있어요 19 .... 2015/08/20 3,461
474411 도미노 씨푸드퐁듀피자 드셔보신 분.... 15 점심 2015/08/20 2,256
474410 항공 마일리지 중심 베스트 카드 추천이요~ 2 롯*카드 2015/08/20 1,291
474409 초3 숙제를스스로 안하는아이 시켜야하나요 11 균형잡기 2015/08/20 3,840
474408 LG 휘센 손흥민 에어컨 사용하시는 분들 1 너무 궁금... 2015/08/20 2,669
474407 고등학생들 몇시에 자요? 3 .. 2015/08/20 1,111
474406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인종 4 yy 2015/08/20 801
474405 한국어린이가 가장 불행 12 불행 2015/08/20 1,824
474404 복숭아 냉장고에 보관하나요? 11 ㅡㅡㅡ 2015/08/20 3,870
474403 지리산근처로 휴가가요!어디 어디 갈까요? 4 여행을 떠나.. 2015/08/20 1,192
474402 김치볶음밥 푸드트럭 관련 3 푸드트럭 창.. 2015/08/20 2,514
474401 40중반에 임신(초산)할수 있을까 22 바램 2015/08/20 5,587
474400 아래 임대주택-초등학교 문제 관련... 4 엄마... 2015/08/20 1,244
474399 알콜의존성 남편의 원인인 시댁이 원망스러워요,, 22 한숨 2015/08/20 4,297
474398 새끼 고양이 언제쯤 독립 하나요? 3 2015/08/20 2,968
474397 풍차돌리기 설명좀 해주세요 5 ㅇㅇ 2015/08/20 2,464
474396 강모씨랑 바람난 도씨여자 벨라땡땡 출신 맞나보네요 10 .... 2015/08/20 17,805
474395 콩고기를 주문해 보려는데, 추천 부탁드릴께요~~^^ 10 채식시작 2015/08/20 1,335
474394 8월 20일자 한겨레 그림판 민방위 2015/08/20 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