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바뀌기 전 연말에 저희 아파트 다른 동에 불이 났었어요.
108동에 불이 났는데
저는 아이랑 같이 집에 있는데 밖에 소방차 소리가 시끄럽게 나면서
안내방송이 나오는거에요.
'108동에 불이 나서 진화중이다.
조속히 진화하겠다.
아울러 108동 주민 여러분은 서둘러 밖으로 피신하시길 바란다.'
그런데요.
아파트 동 주민들끼리 지역까페에서 서로 상황에 대하 글올리고 하다가
알게 된 사실.
정작 불이 난 108동에는 방송을 안한겁니다.
108동 사는 어떤 아기 엄마가 그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글을 올렸는데
지금 자기 동에 불이 났나요? 신랑 없고 어린 아기랑 둘이 있는데 무섭다고
나가야 하는지 그냥 있어야 하는지..글을 올린건에요.
불이 난 상황을 모르고 있는 상황.
그 동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안내방송 안나왔다는 댓글을 주룩 올렸고..
결국 엄하게 다른 동 사람들한테만 방송해서 108동 사람 피신하라는 미친 짓을..ㅠㅠ
알고보니 소방 진화할때 비상계단등을 이용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다 빠져나오면 진화에 차질을 빚고 더 난리가 날까봐 방송을 안한거였어요.
불이 옥상에서 나서 오랜 시간 안걸리고 진화되어 망정이었지.
진짜 큰불이었으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안내방송도 못 듣고..
어린 아이 키우는 부부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였는데 퇴근 시간 전이어서
엄마와 애 둘만 있는 집이 많았답니다.
그리고서 한동안 뭐 사과를 하라는 둥..난리 난리 났었죠.
관리실에서는 108동쪽 방송설비가 고장이 났네..어쨌네..변명하기 바쁘고.
그 난리가 났어도 결국은 시간 흐르고 없던 일 처럼 잠잠해졌습니다.
사상자가 안나왔으니 그런거였겠지요? ㅠㅠ
생각할수록 소름끼치고 무서워요.
세월호도 생각났구요. 이 사회에 관리실 직원처럼 생각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