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된 아이와 함께 학원을 다녀왔어요
워킹맘이라고 잘 관리해주지 못했던 죄책감에 휩싸여서
오늘 하루 회사 연차내고 아이와 함께 다리건너 대치동의 유명한 어학원엘 갔어요
회원카아드를 작성하는데 강북인 저의 주소를 보고는
거기까진 스쿨버스 안가니 본인이 혼자 다녀야 된다는 무관심하고도 차가웠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마음에 비수처럼 와닿았다면 단지 제 자격지심이었을까요,
일단 레벨테스트를 받으라는 말에 50분간 레벨테스트가 진행됐어요
결과는 30개 만점에 12개. 이 결과로는 중학교 가서 중간이하고 가장 꼴찌반에 배정될 수 밖에 없으며,
3달 내로 성과가 미미할 시 강제퇴원 당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와 함께 학원비를 결제하고
돌아오는 길에, 가슴에 어떤 뜨거운 것이 훅 달아오르더군요.
우리 사회가, 오직 앞만을 바라보고 뛰어가는 경주마들처럼,
낙오되고 뒤떨어진 자들에겐 한줌 자비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이 사회가,
그저 갑과 을이 톱니바퀴처럼 맞닿아 물려 돌아가는 이 사회가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너가 을이 아니면 내가 을이 되어야 되는 사회.
서로가 을이 되지 않으려 치열하게 다투고 밟아 오르는 사회.
그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모자는 너무나 속절없는 한 개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오는 그
무거운 발걸음이
잠시나마 풀린 추위속에서도 여전히 매서운 추위처럼 기억되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