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강국이 해법] <1부> 약골내수, 대한민국의 위기
카트 대신 장바구니 들고… 유통기한 다된 특판제품만 불티
■ 르포-신년특수 사라진 시장
학원비·대출이자에 짓눌려… 축소지향 소비 갈수록 확산
추가세일 이벤트홀에만 발길… 구경하는 '램블링족' 늘어
"세일 늘려도 매출은 제자리… 그나마 외국인 덕에 버텨요"
지난주 말 오후에 찾아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새해 첫 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은 대목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예년 같으면 백화점으로 들어오려는 차들로 명동 일대가 북적댔지만 올해는 한산했다. 자동차들은 대기시간 없이 주차장으로 들어가 어렵지 않게 빈자리를 찾는 모습이었다. 주차장 관리직원은 "연말과 비교했을 때 방문차량 수가 늘지 않았다"며 "주차장도 텅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내부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한 화장품 판매직원은 "지난해보다 세일품목을 늘렸지만 매출은 제자리걸음"이라고 한숨 쉬었다.
신년 특수가 보이지 않는다. 자녀 학원비에 주택담보대출 이자, 나아가 월세 가구까지 늘어나며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백화점은 물론이고 생필품을 파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까지 불황의 짙은 어둠이 엄습하고 있다. 그나마 팔리는 것은 세일에 세일을 거듭한 이벤트홀 상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뿐이었다. 너도나도 '축소지향형 소비'를 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무색한 '신년 특수'…쇼핑카트보다는 '장바구니' 고객 많아=같은 날 이마트 성수점. 한 주 동안 식탁에 올릴 식재료를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일 시간이지만 한산했다. 특히 쇼핑카트를 미는 사람보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고객이 더 많았다. 사야 할 물건도 줄었지만 불필요한 물건도 사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마트 마케팅팀 주임인 김모(30)씨는 "평소에도 매장에 나가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고객을 많이 본다. 그만큼 소비를 적게 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롯데마트의 올해 첫 주말(3~4일) 매출 증가율은 전년 첫 주말(5~6일)에 비해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11.8%)보다는 나아졌지만 대규모 세일에 들어간 것치고는 기대 이하였다.
백화점, 길거리 상점 등에서는 선뜻 물건을 구매하는 광경을 보기 힘들었다. 구경만 하는 이른바 '램블링(rambling·특별한 목적 없이 걷기)족'이 주를 이뤘다. 종로5가 지하상가에 위치한 수입과자 매장 '스위트캔디'의 한 직원은 "과거에는 손님들이 구경을 하다 하나씩 물건을 집어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구경만 하다가 나간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만난 상인회의 한 간부 역시 "영천시장은 꽈배기가 유명한데 손님들이 꽈배기를 손에 쥐고 구경만 하다 그냥 돌아가기 일쑤"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올 1·4분기 99로 전 분기보다는 2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경기확장 기준선인 100을 넘지 못했다. 대형마트가 96으로 100을 밑돌았고 백화점도 101로 2포인트 상승했으나 세월호 참사(2·4분기, 122)에 턱없이 낮았다.
◇확산하는 축소지향 소비=그나마 돈을 쓰는 소비자들은 추가 세일을 거듭하는 제품에만 몰렸다.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손님들로 북적이던 곳은 2~30%대의 세일 가격에 추가 세일을 해 제품을 파는 이벤트홀뿐이었다.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쇼핑객들은 패스트패션 매장에 모여 있었다. 이전까지 '자라' '유니클로' 등 저가 의류매장의 주 고객이 대학생 등 젊은 층이었다면 이제는 중장년층도 주요 고객으로 등장했다. 명동 2가 자라 매장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남편과 함께 쇼핑을 나왔다. 애들 학원비 내고 융자 갚기도 벅차다. 그래도 추운 날씨에 옷은 필요해서 저렴한 가격에 옷을 사려고 왔다"고 말했다.
식료품도 특판제품이 많이 팔렸다. 이마트 왕십리점에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세일을 하고 있는 우유 매대만 텅 비어 있었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저조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모아 4년 전부터 저렴한 가격에 팔기 시작했는데 종종 상품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마트 성수점 축산업 판매직원인 전모(53)씨도 "세일을 멈추면 두 근을 사려던 손님도 한 근만 산다. 세일 때만 손님이 반짝 늘어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종로구 광장시장에서도 1만원에 소주 2병에 빈대떡까지 먹을 수 있는 '빈대떡거리'에만 사람이 많았고 과일 상점 등은 파리가 날렸다.
◇외국인 덕에 그나마 영업 유지=백화점·대형마트·전통시장 등 주요 소매판매점들은 외국인 관광객 덕분에 그나마 영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신선조리팀의 박모(60)씨는 "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중국·홍콩 관광객들 덕분에 그나마 매대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태국인 여행객 네트나파 인만네(38)씨는 "인터넷을 보고 롯데마트 빅세일 기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도 면세점이 활황을 보였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이 위치한 9~11층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杉? 한국 화장품을 파는 곳에는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프라다·루이비통 등 명품매장 앞에는 입장인원 제한 규칙에 따라 매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르포-신년특수 사라진 시장
학원비·대출이자에 짓눌려… 축소지향 소비 갈수록 확산
추가세일 이벤트홀에만 발길… 구경하는 '램블링족' 늘어
"세일 늘려도 매출은 제자리… 그나마 외국인 덕에 버텨요"
지난주 말 오후에 찾아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새해 첫 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은 대목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예년 같으면 백화점으로 들어오려는 차들로 명동 일대가 북적댔지만 올해는 한산했다. 자동차들은 대기시간 없이 주차장으로 들어가 어렵지 않게 빈자리를 찾는 모습이었다. 주차장 관리직원은 "연말과 비교했을 때 방문차량 수가 늘지 않았다"며 "주차장도 텅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내부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한 화장품 판매직원은 "지난해보다 세일품목을 늘렸지만 매출은 제자리걸음"이라고 한숨 쉬었다.
신년 특수가 보이지 않는다. 자녀 학원비에 주택담보대출 이자, 나아가 월세 가구까지 늘어나며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백화점은 물론이고 생필품을 파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까지 불황의 짙은 어둠이 엄습하고 있다. 그나마 팔리는 것은 세일에 세일을 거듭한 이벤트홀 상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뿐이었다. 너도나도 '축소지향형 소비'를 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무색한 '신년 특수'…쇼핑카트보다는 '장바구니' 고객 많아=같은 날 이마트 성수점. 한 주 동안 식탁에 올릴 식재료를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일 시간이지만 한산했다. 특히 쇼핑카트를 미는 사람보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고객이 더 많았다. 사야 할 물건도 줄었지만 불필요한 물건도 사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마트 마케팅팀 주임인 김모(30)씨는 "평소에도 매장에 나가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고객을 많이 본다. 그만큼 소비를 적게 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롯데마트의 올해 첫 주말(3~4일) 매출 증가율은 전년 첫 주말(5~6일)에 비해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11.8%)보다는 나아졌지만 대규모 세일에 들어간 것치고는 기대 이하였다.
백화점, 길거리 상점 등에서는 선뜻 물건을 구매하는 광경을 보기 힘들었다. 구경만 하는 이른바 '램블링(rambling·특별한 목적 없이 걷기)족'이 주를 이뤘다. 종로5가 지하상가에 위치한 수입과자 매장 '스위트캔디'의 한 직원은 "과거에는 손님들이 구경을 하다 하나씩 물건을 집어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구경만 하다가 나간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만난 상인회의 한 간부 역시 "영천시장은 꽈배기가 유명한데 손님들이 꽈배기를 손에 쥐고 구경만 하다 그냥 돌아가기 일쑤"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올 1·4분기 99로 전 분기보다는 2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경기확장 기준선인 100을 넘지 못했다. 대형마트가 96으로 100을 밑돌았고 백화점도 101로 2포인트 상승했으나 세월호 참사(2·4분기, 122)에 턱없이 낮았다.
◇확산하는 축소지향 소비=그나마 돈을 쓰는 소비자들은 추가 세일을 거듭하는 제품에만 몰렸다.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손님들로 북적이던 곳은 2~30%대의 세일 가격에 추가 세일을 해 제품을 파는 이벤트홀뿐이었다.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쇼핑객들은 패스트패션 매장에 모여 있었다. 이전까지 '자라' '유니클로' 등 저가 의류매장의 주 고객이 대학생 등 젊은 층이었다면 이제는 중장년층도 주요 고객으로 등장했다. 명동 2가 자라 매장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남편과 함께 쇼핑을 나왔다. 애들 학원비 내고 융자 갚기도 벅차다. 그래도 추운 날씨에 옷은 필요해서 저렴한 가격에 옷을 사려고 왔다"고 말했다.
식료품도 특판제품이 많이 팔렸다. 이마트 왕십리점에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세일을 하고 있는 우유 매대만 텅 비어 있었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저조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모아 4년 전부터 저렴한 가격에 팔기 시작했는데 종종 상품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마트 성수점 축산업 판매직원인 전모(53)씨도 "세일을 멈추면 두 근을 사려던 손님도 한 근만 산다. 세일 때만 손님이 반짝 늘어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종로구 광장시장에서도 1만원에 소주 2병에 빈대떡까지 먹을 수 있는 '빈대떡거리'에만 사람이 많았고 과일 상점 등은 파리가 날렸다.
◇외국인 덕에 그나마 영업 유지=백화점·대형마트·전통시장 등 주요 소매판매점들은 외국인 관광객 덕분에 그나마 영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신선조리팀의 박모(60)씨는 "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중국·홍콩 관광객들 덕분에 그나마 매대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태국인 여행객 네트나파 인만네(38)씨는 "인터넷을 보고 롯데마트 빅세일 기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도 면세점이 활황을 보였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이 위치한 9~11층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杉? 한국 화장품을 파는 곳에는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프라다·루이비통 등 명품매장 앞에는 입장인원 제한 규칙에 따라 매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양극화가 심해지는데 어찌 내수로 버틸생각을 하냐 ㅋㅋㅋ
중산층이 점차 줄어드는네 뻘소리하고있네
내수같은소리하네